유튜브 ‘재명이네 소극장’ 영상 갈무리 |
“탈모약 건강보험 적용”
더불어민주당 ‘다이너마이트’ 청년 선거대책위원회가 지난 2일 발표한 보도자료 내용이다. 서울 마포구에 청년선대위 당사 ‘블루소다’를 연다는 자료 안에는 청년선대위의 ‘리스너 프로젝트’의 결과물이 들어있었다. 지난해 11월 청년 선대위가 발족하면서 시작한 리스너 프로젝트는 17개 광역지역에서 801명을 인터뷰했고, 청년선대위는 인터뷰 결과물 중 네 가지를 추렸다. 청약 가산점 제도, 위기아동 청소년 쉼터 확대, 청년·청소년 대상 금융교육 시행…. 탈모약 건강보험 적용은 청년선대위가 추린 넷 중에서도 가장 후순위였다.
이틀 뒤인 4일 온라인 공간을 가장 뜨겁게 달군 것은 탈모약 건강보험 적용이었다. 디시인사이드 탈모갤러리(탈모갤)에서 이것이 이슈화된 것이다. “난 오늘부터 이재명(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뽑는다”는 글과 “이거 보고 이재명 심는다”는 글이 올라왔다. ‘뽑는다’는 탈모갤에서 ‘불경스러운’ 단어이므로 ‘대통령으로 청와대에 심자’는 표현을 쓰자는 것이다. “이재명 지지자들이 탈모갤에서 의도적으로 지지글을 올린다”는 글부터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지지자들이 이상한 글을 퍼뜨린다”는 글까지도 뒤섞여 있지만 이 후보가 탈모약 건강보험 적용 문제를 검토한다는 사실이 탈모인들 사이에 널리 알려진 것만은 분명하다.
어떻게 탈모약 건강보험 적용은 이틀 만에 핫이슈가 됐을까. 청년선대위는 지난 3일 블루소다 개소식에서 후보의 반응이 발단이었다고 본다. 당시 개소식 행사 현장을 찍은 영상들이 유튜브에 남아 있다. 개소행사를 마친 뒤 이재명 후보는 송영길 민주당 대표가 앉은 휠체어를 끌면서, 리스너 프로젝트의 결과물이 붙어있는 벽을 살폈다.
당시 권지웅 청년선대위원장은 이 후보에게 탈모약 건강보험 적용 제안 이야기를 꺼냈고, 송 대표와 이 후보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특히 이 후보는 “좋네요”라며 “여(이거)는 소확행 공약으로 빨리빨리 발표합시다”라고 말했다. 소확행 공약은 이 후보가 매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발표하는 실생활 밀착형 공약이다.
이날 관련 내용은 언론에 크게 보도되지는 않았다. 청년선대위도 당시 유튜브 영상과 몇 건의 기사가 탈모갤에 전달됐으리라 추측하는 정도였다. 그만큼 이 열풍은 청년선대위도, 민주당도 예측하지 못한 것이다. 민주당이 고무적으로 보는 지점은 탈모가 남·녀 모두의 문제일 뿐 아니라 20·30대에게 특히 민감한 문제라는 것이다.
국내 탈모인구는 1000만명으로 추산된다. 국민건강보험공단 통계에 따르면 2020년 탈모로 진료를 받은 23만여명 중 여성은 10만여명으로, 출산 후 탈모 증상을 겪는 30대 여성들도 적지 않다고 한다.
최종윤 더불어민주당 의원 페이스북 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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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의원들은 SNS를 통해 환영의 뜻을 밝혔다. 박주민 의원은 탈모갤 등의 반응을 정리한 기사를 공유하며 “‘나’를 위해, 이재명 ㅎㅎ”라고 글을 올렸다. 이 후보의 새 선거 슬로건에 빗대어, 탈모로 고민하는 본인에게 도움이 되리라 적은 것이다. 김원이 의원은 SNS에 “탈모는 질병입니다. 그 스트레스, 그 고통, 그 눈길들… 안 겪어본 사람은 절대 모릅니다”라고 글을 올렸다. 이 후보는 SNS에 박주민 의원의 글을 공유하며 “毛(털 모)를 위해! 나를 위해!”라는 문구를 함께 올렸다. 또 “이재명을 심자”는 탈모갤의 반응에 화답하듯 유튜브 영상을 찍어 올리기도 했다.
탈모갤이 탈모약 건강보험 이슈를 놀이의 수단으로만 삼을 뿐 실제 이 후보에게 투표를 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다만 민주당은 이 후보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이번 일로 중화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긍정적이라고 판단한다. 민주당은 실제로 진지한 정책 검토도 하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최종윤 민주당 의원은 SNS에 “탈모 치료제 건강보험 적용을 이재명 후보가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권지웅 청년선대위원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당내에서는 건강보험 적용 대상의 우선 순위에 탈모를 두는 것이 옳으냐는 의견도 있어 실제 공약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논의가 필요하다”면서도 “선대위 차원에서 간담회를 열어 탈모인들의 고충을 진지하게 듣는 시간도 가지려 한다”고 말했다.
윤승민 기자 me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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