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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우의 MLB+] '242홈런' 카일 시거, 시애틀 '원 클럽맨'으로 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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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이현우 칼럼니스트]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시애틀 매리너스에서 11년간 활약한 카일 시거(34)가 현역 은퇴를 선언했다.

시거는 지난 12월 30일(한국시간) 아내의 SNS를 빌어 "오늘 메이저리그 은퇴를 선언한다. 야구 인생을 함께 해준 가족, 친구, 팬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멋진 여정이었지만, 인상의 다음 장도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만 34세인 시거는 지난달 시애틀이 내년 연봉 2000만 달러에 대한 팀 옵션을 실행하지 않으면서 자유계약(FA) 시장에 나왔다.


FA가 된 시거는 메이저리그가 CBA(Collective Bargaining Agreement·공동단체교섭) 협상 결렬로 직장 폐쇄(Lock-out)에 돌입하기 전까지 소속팀을 찾지 못했고, 은퇴를 선언했다. 반면, 시거의 동생인 코리 시거(27)는 11월 30일 텍사스 레인저스와 10년 총액 3억 2500만 달러(약 3884억 원)에 달하는 초대형 계약을 맺으면서 형제의 희비가 엇갈렸다.

하지만 시거의 은퇴는 직장 폐쇄로 인한 불확실성 때문만은 아니다. 시거는 2021시즌 159경기에서 128안타 35홈런 101타점 타율 .212 OPS .723을 기록했다. 타율은 .212로 낮았지만 35홈런은 시거의 개인 최다 기록이자, 2016시즌 데이빗 오티즈의 38홈런에 이어 MLB 역사상 한 선수가 은퇴 직전 시즌에 친 두 번째로 많은 홈런이었다.

이런 활약을 바탕으로 FA 신분이 된 시거는 최소 2년 2000만 달러(약 240억 원) 이상 계약을 맺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고, 류현진의 소속팀 토론토 블루제이스를 비롯해 여러 팀으로부터 관심을 받고 있었다. 그렇기에 시거의 은퇴는 MLB 팬들에게 다소 충격적이다. 그렇다면 시거는 대체 왜 은퇴를 선택하게 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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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그의 은퇴는 갑작스런 결정이 아니다. 시거는 <시애틀 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시즌 개막 전부터 올해를 끝으로 은퇴를 생각했다. 옵션이 실행될 확률이 낮다는 걸 알고 있었고, 시애틀에서 뛰는 마지막 시즌이란 것도 스프링캠프부터 느꼈다. 은퇴는 쉬운 결정이었다. 그만큼 가족을 사랑한다. 직장 폐쇄와 여러 불확실성은 내 은퇴와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시애틀의 가을야구 탈락이 확정된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시거는 끝내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이에 대해 그는 "만약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한다면 야구를 할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했다. 그날의 마지막 타석, 마지막 수비, 마지막 이닝이 머리 속에 남아있다. 가족들이 경기 전 시구한 건 마치 마법 같았다. 그날 하루종일 감정이 북받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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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메이저리그 신인 드래프트 3라운드로 시애틀에 입단한 시거는 2011시즌 빅리그에 데뷔해 11년간 시애틀 한 팀의 유니폼을 입고 1480경기 1395안타 242홈런 807타점 타율 .251 OPS .763 bWAR(승리기여도) 36.9승을 기록했다. 시거의 출전경기·안타·홈런·타점은 시애틀 구단 역사상 4위, 2루타(309개)는 3위, bWAR은 5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특히 2014시즌에는 159경기 25홈런 96타점 타율 .268 OPS .788 WAR 6.3승을 기록하며 아메리칸리그(AL) 올스타와 3루수 부문 골드글러브를 수상했고, 2016시즌에는 158경기 30홈런 99타점 타율 .278 OPS .859 WAR 6.7승으로 MVP 투표 12위에 올랐다. 하지만 시거의 가장 큰 장점은 풀타임 이후 2019시즌을 제외하곤 최소 154경기 이상 출전한 '꾸준함'이다.

여기에 더해 솔선수범하는 베테랑으로서 늘 더그아웃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점도 빼놓을 수 없다. 마지막 경기에서 시거가 교체됐을때, 팀 동료들 역시 눈물을 지으며 그의 시애틀에서 마지막 경기를 아쉬워했고, 시애틀 존 스탠튼 회장은 성명을 통해 "시거의 모범스러운 모습과 열정은 젊은 시애틀 선수들에게 본보기가 됐다"고 말했다.

시애틀 매리너스의 2011-2021시즌 성적

2011시즌 67승 95패 (AL 서부 4위)
2012시즌 75승 87패 (AL 서부 4위)
2013시즌 71승 91패 (AL 서부 4위)
2014시즌 87승 75패 (AL 서부 3위)
2015시즌 76승 86패 (AL 서부 4위)
2016시즌 86승 76패 (AL 서부 2위)
2017시즌 78승 84패 (AL 서부 3위)
2018시즌 89승 73패 (AL 서부 3위)
2019시즌 68승 94패 (AL 서부 5위)
2020시즌 27승 33패 (AL 서부 3위)
2021시즌 90승 72패 (AL 서부 2위)

시거의 커리어에서 누락된 가장 아쉬운 항목은 역시 소속팀 시애틀의 포스트시즌 진출일 것이다. 시애틀은 2001시즌 이후 20년 연속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하면서 미국 4대 스포츠 중 가장 오랜 기간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한 팀이 됐다. 시거가 시애틀 유니폼을 입고 뛴 2011년부터 2021년까지 시애틀이 5할 이상 승률을 기록한 시즌도 단 4번에 그쳤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시거가 시애틀에 남긴 유산이 가치를 잃는 것은 아니다. 시거는 팬들에게 어떤 선수로 기억되고 싶냐는 'USA 투데이'의 질문에 "매일 출전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고 최선을 다해 경쟁했다. 그리고 혼자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을 도우려고 노력했다. 모두가 나아지고 이 팀(시애틀)이 강해질 수 있도록 노력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시애틀이 90승 72패로 2003시즌 이후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던 데에는 새로 등장한 젊은 스타들 못지 않게 리더로서 그들을 이끈 시거의 공헌도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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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앞서 은퇴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프랜차이즈 스타 포수 버스터 포지와 시거는 만 34세 동갑내기이자, 원한다면 얼마든지 내년에도 빅리그에서 활약할 수 있는 선수들이다. 하지만 두 선수는 비교적 젊은 나이에 현역 생활을 연장하는대신 은퇴를 선택했다. 2013년 9년 1억 6700만 달러에 계약했던 포지나 2014년 7년 1억 달러에 계약을 맺었던 시거가 경제적 어려움이 없다는 것도 영향을 미쳤겠지만, 그게 전부라고 볼 순 없다.

지난해 코로나19로 단축 시즌이 열린 메이저리그에는 연봉을 포기하면서까지 가족들과의 시간을 선택한 선수들이 많았다. 올겨울 선수 생활을 오래 이어가기보다 가족들을 위해 이른 은퇴를 선택하는 선수들이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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