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이준석 대표 사이 갈등이 치킨게임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두 사람은 서로를 향해 질주하는 두 대의 자동차처럼 행동하고 있다. 상대가 먼저 양보하기만을 기다리는 모양새다. 어느 한 쪽도 물러서지 않은 결과는 윤 후보 지지율 하락세다. 야권 내에서 갈 곳 잃은 민심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에게 흐르면서 안 후보의 상승세도 나타나고 있다. 국민의힘 내에선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의 대사를 인용해 “이러다 다 죽는다”는 말도 나온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이준석 대표가 1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참배하기 전 만나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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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를 떠난 이 대표는 새해에도 윤 후보와 선대위를 향한 비판을 계속 이어갔다. 이 대표는 2일 MBN ‘정운갑의 집중분석’에 출연해 선대위 복귀에 대해 “저는 전혀 합류할 생각이 없다”며 “제가 자꾸 제가 무슨 조건을 내세우고 이 조건이 완결되면 복귀할 수 있다, 이렇게 말하는 것처럼 보도되는 바가 있는데 저는 그런 조건도 전혀 없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세대포위론’을 주장하면서 ‘윤핵관’(윤 후보 핵심 관계자)도 비판했다. 세대포위론은 20·30세대의 지지를 얻으면 그 부모 세대인 50·60·70세대의 지지까지 확보할 수 있다는 이 대표의 지론이다. 이 대표는 세대포위론의 필요성을 거론한 뒤 “윤핵관들이 짠 전략에 의해서, 완전 여기(20·30세대)가 초토화된 분위기 정도가 아니라 우리 후보에 반대하는 설득을 지금 5060에 하고 있다”고 했다. 20·30세대들이 나서서 윤 후보를 찍지 말라고 부모들에게 설득하는 상황이 됐다는 의미다.
이 대표는 선대위 쇄신도 재차 강조했다. “우리 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청와대에 들어가고 ‘선거 여왕’이 사라진 이후 모든 선거에서 득표 전략 없이 감표 전략만 있었다”며 “지금도 표를 잃지만 않으면 이기는 선거 경험만 가진 분들로 선대위가 구성됐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이어 “한 달 사이에 후보 지지율이 15%포인트 남짓 빠졌다고 하면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며 “그런데 아무도 이게 문제라 얘기하지 않고 책임을 지지 않으니 그 책임이 모두 후보한테 간다”고 했다. 그러면서 “원래 선대위는 선거 과정 중에 두세 번씩 재구성된다. 지금 해도 된다”며 “선거 열흘 앞두고도 고칠 것은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지난 1일 공개된 유튜브 채널 YTN플러스 ‘안녕, 대선?’ 인터뷰에서 윤 후보의 대선 승리 방안에 대해 “가만히 있으면 이길 것 같다”고 말했다. 윤 후보 행보 자체가 지지율을 깎아 먹는다는 취지의 비판이다. 이 대표는 2030이 찍을 후보를 묻는 질문에 ‘윤핵관(윤석열 후보 핵심 관계자)에 포위된 윤석열’, ‘윤핵관을 손절한 윤석열’, ‘허경영’ 등의 보기 중에서 ‘윤핵관을 손절한 윤석열’을 택했다. 그러면서 “우리 후보가 주변 인물 구성에 변화를 준다고 하면 당연히 ‘윤핵관을 손절한 윤석열’이 제일 낫지 않을까”라며 “‘윤핵관에 포위된 윤석열’이 되면 허경영을 찍을 수도 있는 거다”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지난 1일 국립서울현충원 참배 후 기자들이 ‘윤 후보와 만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딱히 지금으로선 없다”고 말했다.
윤 후보는 기류 변화를 보이고 있지만 근본적 입장차는 여전하다. 윤 후보는 지난 1일 선대위 회의에서 “선대위도 효율적으로 운영되도록 개선하겠다”며 “우리 내부의 작은 차이를 갈등의 불씨가 아니라 통합의 에너지로 만들어내자”고 말했다. 이 대표와의 갈등, 이 대표의 선대위 쇄신 요구를 의식한 발언으로 보인다. 앞서 윤 후보는 지난달 30일 이 대표의 선대위 쇄신 요구를 “악의적인 공세”라고 규정했다. 이에 비하면 부드러운 발언이다. 다만 윤 후보는 지난 1일 현충원 참배 후 “더 효과적으로 일할 수 있기 위해 필요한 인력은 더 보충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인력 보충’은 이 대표가 말한 선대위 인적 ‘구조조정’과는 정반대 방향이다.
두 사람 사이 갈등이 치킨게임 양상으로 가는 배경은 누적적이면서 복합적이다. 윤 후보와 이 대표 사이 갈등은 ‘투스톤 대전’이라고 불릴 만큼 오래됐고 반복됐다. 윤 후보가 지난해 7월30일 국민의힘에 입당하기 전까지 두 사람 사이 신경전은 치열했다. 이 대표가 자리를 비운 사이 입당하면서 ‘이준석 패싱’ 논란이 나왔다. 입당 후에도 토론회 횟수 등 경선 규칙을 두고 갈등했고, 이 대표가 ‘윤핵관’ 문제 등을 거론하며 당무를 거부하는 일도 있었다. 선대위 한 관계자는 통화에서 “윤 후보 경선 캠프에 있었던 사람들 중에 이 대표를 좋아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라며 “처음에는 이 대표가 반드시 필요하단 여론도 많았지만, 갈등이 계속되면서 자기 정치만 하는 이 대표가 후보에게 도움이 되는 지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윤 후보 측에선 윤 후보가 이미 한 차례 양보를 했고, 더 이상 양보한다면 후보의 위신이 떨어질 수 있다고 말한다. 윤 후보가 지난 3일 ‘울산 합의’에서 이 대표를 찾아가 설득해냈다는 점을 거론한 것이다. 선대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윤 후보가 이미 한 차례 양보를 했고, 더 이상 숙이는 것은 후보 권위를 너무 깎아먹는 것”이라며 “또 양보한다고 하더라도 이 대표가 다른 문제로 갈등을 일으킬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에 이 대표는 ‘후보의 무한책임’을 강조해왔다. 대선 후보는 선거 과정의 모든 결정권을 갖지만, 동시에 패배에 대해서도 모두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윤 후보가 결국 양보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 대표는 현재 선대위 체제로는 대선에서 이길 수 없다는 점도 피력하고 있다.
두 사람 사이 갈등으로 당내 불안감은 점차 커지고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두 사람 사이 갈등은 외면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면서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지지율을 올릴 돌파구가 없다”고 말했다. 한 재선 의원은 통화에서 “윤 후보와 이 대표가 서로 직접 공격해선 안 된다. 그렇게 되면 주변 사람들이 봉합을 못하게 된다”면서 “다시 화해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다른 관계자는 통화에서 “이러다가 다 죽는다”며 “어느 한 쪽이라도 물러서야 하는데 출구가 잘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순봉·문광호 기자 gabg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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