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연설 중인 훈 마넷(44) 합참의장. 훈센 총리의 장남이다. 집권당 캄보디아인민당(CPP)은 지난 24일 만장일치로 차기 총리 후보자로 훈 마넷을 선출했다.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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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5년부터 36년간 집권 중인 세계 최장기 지도자 캄보디아 훈센(69) 총리의 후계자가 확정됐다. 캄보디아 의회 전 의석을 독점한 집권당 캄보디아인민당(CPP)이 지난 24일 훈센 총리의 장남 훈 마넷(44)을 만장일치로 차기 총리 후보로 선출하면서다. 훈센 총리가 지난 2일 “훈 마넷은 차기 총리 후보 중 한 명으로 아버지의 지지를 받고 있다”고 공식화한 지 22일 만이다. CPP는 지난 2017년 11월 제1야당인 캄보디아구국당(CNRP)을 반역 혐의로 강제 해산한 뒤 이듬해 총선에서 전체 125석을 모두 차지하면서 일당 독재 체제를 구축했다.
다만 권력 승계가 바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CPP 대변인은 “훈센 총리가 바로 사임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훈 마넷이 언제 총리직에 도전할지도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29일(현지시간) 가디언과 알자지라 등에 따르면, 훈센 총리는 지난 2일 오는 2023년 총선 출마 의지를 밝히면서 “10년은 더 집권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총선 승리라는 과제도 남아있긴 하지만, 훈 마넷이 총리로 전면에 나서는 건 일러야 2028년은 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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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통 엘리트 코스…SNS선 친근한 이미지
지난 2019년 10월 13일 프놈펜 외곽을 방문한 훈센 총리(왼쪽)와 장남 훈 마넷.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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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 마넷은 경제학 박사 출신의 군 장교라는 점 외에 알려진 게 많지 않다. 그는 1999년 미국 웨스트포인트를 캄보디아인 최초로 졸업한 뒤 2002년 뉴욕대에서 경제학 석사, 2008년 영국 브리스톨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를 취득했다. 1999년 캄보디아왕립군대(RCAF) 중위로 임관한 이후 초고속 승진을 거듭해 현재 RCAF 합동참모의장과 육군 사령관을 겸하고 있다. 지난 2018년 12월 CPP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중앙위원회 상임위원으로 선출됐다. 훈센장학위원회 및 협회 대표로 장학금 지원사업을 총괄하는 한편 청년의료봉사자협회(TYDA) 운영위원장으로 인도주의 지원 활동에도 나서고 있다.
개인 소셜미디어(SNS)에는 정치적 견해를 거의 드러내지 않고 주로 공식 행사나 가족과 함께 하는 일상의 사진을 게시한다. 현재는 강제 폐간된 캄보디아 데일리 편집인을 지낸 케빈 도일의 분석에 따르면, 마넷이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 2400장 중 약 20%가 일반 시민과 포옹하거나 친근하게 대화하는 모습이고, 약 12%는 지지자들과 찍은 셀카지만 선거 관련 이미지는 5%에 불과하다. 이를 두고 도일은 “친근하고 비정치적인 이미지를 구축해 아버지를 모방하려고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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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센 퇴임 이후 보여줄 카리스마 관건”
훈 마넷은 페이스북에 공개한 가족. [사진 페이스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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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 마넷은 아버지와는 다른 개혁가가 될 것인가, 아버지를 따라 제2의 독재자가 될 것인가. 전문가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노던일리노이대학교 크헝 운 정치학 교수는 “훈 마넷은 ‘깨끗한 정치인’이 되고 싶어 한다”며 “최고의 교육을 밟은 유능한 젊은이로, 현실적이고 친절하다는 평가를 받는다”고 전했다. 정통 엘리트 코스를 밟은 경제학자이자 군대에서 경력을 쌓은 훈 마넷은 쿠데타로 정권을 빼앗고 정적 제거에만 몰두했던 아버지와는 분명히 차별화됐다는 점에서다.
하지만 “훈 마셋은 차세대 독재자일 뿐”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아버지가 구축한 부(富)와 혜택을 누리며 성장한 훈 마넷에게 아버지와는 다른 모습을 기대하는 건 모순이라는 지적이다. 그리피스 대학교 국제관계학 선임강사 리 모르겐베서 박사는 “훈 마셋은 자신을 진보주의자나 개혁가로 포장하려 하겠지만, 그와 관련된 어떤 일도 하지 않았다”며 “미국에서 돌아온 이후 CPP 내에서 지지 세력을 확보하는 한편 반대파 탄압에 합세하고 재계와의 관계를 구축하느라 바빴다”고 꼬집었다.
태국 나레수안 대학 아세안 연구센터의 폴 챔버스는 “훈 마넷이 현재 가진 힘은 그가 훈센의 아들이라는 사실에서 나오는 것”이라며 “훈센 총리가 퇴임한 이후 훈 가(家)의 정치적 패권을 이어가기 위해 훈 마넷이 얼마나 카리스마를 발휘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추인영 기자 chu.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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