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한 일간지에 광고를 게재하고 떠나간 손아섭. (사진=NC다이노스 제공) /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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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겨울 롯데를 지켜보면서 4년 전을 떠올렸다. 그 해 겨울 프로야구 FA 시장은 뜨거웠다. 이번 겨울처럼. 2017년 겨울 FA 시장의 화제 중심은 롯데였다. 개장 초 롯데는 카운트 펀치를 얻어맞았다.
11월21일 안방 살림꾼 강민호가 삼성과 계약했다. 조건은 4년 80억 원이었다. 롯데와 강민호의 밀당은 75억 원 선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막판에는 80억 원을 베팅했다는 후문도 있었다.
프랜차이즈 스타 강민호를 잃자 부산·경남 팬들의 야심(野心)이 부글부글 끓었다. 2017년 3위를 차지한 롯데는 내심 이듬 해 우승을 꿈꾸고 있었다. 1992년 이후 25년 째 기나긴 우승 가뭄에 시달려온 롯데였다.
이후 초식 동물에서 야수로 돌변했다. 폭풍 사냥에 나섰다. 곰 둥지를 탈출한 민병헌에 4년 80억 원에 안겨주었다. 프랜차이즈 스타 손아섭에겐 4년 98억 원을 줘 지갑을 탱탱하게 채웠다. 진작 그랬더라면 강민호는 롯데 선수로 남았을 것이다.
2019시즌은 롯데에게 최악이었다. 야구단이나 기업이 투자를 하는 이유는 성적(이윤)을 내기 위해서다. 롯데는 그 해 총 101억 8300만 원의 연봉을 지급했다. 10개 구단 가운데 오로지 100억 대였다. 팀 성적은 어이없게 최하위였다. 승률은 4할에도 미치지 못했다. 유일한 3할 대(0.340) 승률 팀이었다. 최대 투자에 최소 효과였다.
2020시즌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총액 연봉은 90억 1600만 원으로 약간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전체에서 가장 많은 돈을 지불했다. 그런데 성적은 7위. 돈을 쏟아 부었지만 성적표에는 빨간 낙제점이 찍힌 채 돌아왔다.
그래서 일까. 돈을 써 봤자 소용없다는 패배 의식이 생겨났나. 롯데는 이번 겨울 아예 지갑을 닫았다. FA 시장을 기웃거리지 않는 것은 물론 손아섭을 고이 NC로 보내주었다. 강민호 컴백설이 나돌았지만 헛소문으로 밝혀졌다.
롯데와 한 때 제과 라이벌이었던 KIA(전 해태)는 ‘원샷 원킬’이었다. 2017년 최형우와 4년 100억 원 FA 계약을 맺은 KIA는 이듬 해 우승을 차지했다. 옆 동네 NC는 2019년 양의지에게 125억 원을 투자해 1년 만에 정상에 올랐다.
최형우와 양의지의 FA 계약이 성공적이었던 이유는 그들이 ‘게임체인저’ 역할을 해냈기 때문이다. 롯데가 투자한 FA들은 소소한 전공을 세웠는지 모르지만 전쟁의 흐름 자체를 바꿔놓는 기폭제가 되진 못했다.
사실 외야수 두 명에게 178억 원을 투자한 것은 과한 중복 투자였다. 그 돈으로 ‘게임체인저’ 한 명을 데려왔더라면 어땠을까. 외야수는 다른 포지션에 비해 빠르게 성장한다. 홈런 타자나, 15승 투수, 골든글러브 포수라면 얘기가 다르다.
손아섭은 28일 자 부산의 한 일간지에 자신의 이름으로 광고를 게재했다. 부산 팬들에게 “보내주신 사랑 평생 잊지 않겠습니다. 지금의 손아섭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여러분의 성원과 사랑이었습니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아름다운 이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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