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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5 (일)

이슈 [연재] 스포츠서울 '문상열의 부시리그'

FA 이적시대, 'Low key' 지도자의 입지가 줄어든다 [문상열의 부시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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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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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LA=문상열전문기자] KBO리그도 프리에이전트 시장이 커지고 돈을 좇아가는 시대가 됐다. 한 팀에서 육성되고 뿌리를 내리는 ‘프랜차이즈 플레이어’ 의미가 퇴색해졌다.

이제는 트레이드도 활성화되면 된다. 야구의 전력 기반은 드래프트를 통한 팜팀 육성, FA 선수 영입, 트레이드 등 3가지가 충족돼야 경쟁력을 갖추게 된다. 그동안 트레이드가 활성화되지 않은 가장 큰 이유 가운데 하나가 구단 사장과 팬들의 극렬 반대였다. 간판급 대형트레이드는 언감생심이었다.

한 팀에서 뿌리를 내렸던 레전더리급 스타들의 은퇴 종용도 쉽지 않았다. 전력 자체에 도움이 되지않는데도 팀은 안고 갔다. 본인은 물론이고, 팬들조차 은퇴를 하지 못하도록 막았다. FA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고 돈을 좇아가는 상황에서 트레이드, 전력에 마이너스인 베테랑들의 은퇴 불가는 의미가 없어진 셈이다. 야구 잘하면 우리팀 선수이고, 최고인거다. 메이저리그는 일찍부터 이렇게 운영됐다.

FA 시장이 커지면서 찾아오는 현상이 또 있다. 로우 키(Low Key) 코치들의 설 땅이 좁아지게 된다는 점이다. 로우 키는 경력이 화려하지 않은 선수, 코치들을 의미한다. FA로 이적하는 스타급 플레이어들 때문이다.

종전에는 팀에 지명된 뒤 2군에서 육성돼 1군 무대에서 스타로 도약했다. 당연히 코치들과의 관계는 선후배로 얽혔고, 상하가 뚜렷했다. 그러나 FA로 팀을 이적하게 되면 상황은 다르다. 이미 스타 플레이어로 자리를 굳힌 터라 로우 키 감독, 코치들의 말발은 성적 외에는 먹히지 않는다.

요즘 코치들은 선수 지도에 무척 애를 먹는다. 이론적인 뒷받침이 되지 않으면 선수들은 코치들의 말을 수용하지 않는다. 사설 클리닉도 많고, 스스로 유튜브를 통해 이론을 재해석하기 일쑤다. 일방적인 지시의 스테레오 타입의 지시는 먹히지 않는다.

1993년에 창단된 플로리다 말린스는 1997년 빅리그 진출 5년 만에 월드시리즈 정상에 올랐다. 당시 감독은 짐 리랜드였다. 그는 팀을 우승시키고 1998시즌을 마치고 팀을 떠났다. 후임으로 빅리그 경험이 없는 존 볼스가 임명됐다. 1999년 첫 해 64승98패를 기록했다. 이듬해 5월 팀의 구원투수 댄 미셀리는 공개적으로 볼스 감독을 비난했다. 메이저리그 경험이 없다며 리더십과 지도력에 반기를 들었다. 볼스는 2000년 시즌 도중 해고됐다.

현재 KBO리그는 구단이 선수단 운영을 장악하는 추세다, 덩달아 로우 키 감독을 선호하는 움직임이 강하다. 코치들도 마찬가지다. 나이는 젊어지고 1군 경력은 미미하다. 1군 경력과 지도력은 분명 무관하다. 하지만 받아들이는 선수는 다르다. 자칫 코치의 리더십이 영향을 받게 된다.

미국은 땅덩어리도 크고 시스템이 우리와 달라 코치의 출신 성분도 매우 다양한 편이다. 하지만 MLB도 FA 시장이 확대되면서 빅리그에서 활약했던 옛 스타들이 대거 코칭스태프로 진입했다. 1990년대 이전까지는 빅리그 출신 코치들이 소수에 불과했다. 이제는 FA로 이적하는 선수들이 한 시즌에 평균 10명은 족히 된다. 이들을 지도하는데 경력이 우선일 수밖에 없다.

NBA 경우도 화려한 경력의 스타 플레이어들이 감독으로 선임되는 배경도 마찬가지다. KBO리그도 FA 시대를 거쳐가는 새로운 과정이다.
moonsy1028@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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