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술 교차 분석 통해 중복 여부 가려
“민간인 12명, 교도소 이송 중 질식사”
전남도청 앞 광장에서 열린 ‘광주 민중항쟁 12주년 기념 및 5월정신 계승대회’에 3만여 시민·학생이 참석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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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5·18광주민주화운동 때 계엄군이 시체처리팀을 운용해 최대 50여구의 시신을 암매장한 것으로 보인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는 27일 온라인으로 출범 2주년 기념 대국민 보고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시 광주와 화순 간 도로를 봉쇄하던 11공수여단에 의해 피격된 25인승 미니버스 사건 현장에 있던 최모 일병은 사망자 숫자가 17명이었다고 5·18조사위에 진술했다. 그러나 군 기록에 따르면 사후 수습된 시체는 모두 11구에 불과해 최소 6구가 실종됐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5·18조사위는 11공수여단이 서울로 복귀한 후 6월10일쯤 2명의 사병 등이 내려와 시체 처리에 관여했다고 밝혔다. 5·18조사위가 확보한 계엄군들의 증언에 따르면 당시 시체 수습을 위해 광주에 다시 내려온 공수부대팀은 모두 4개이다. 5·18조사위는 기존에 존재가 드러난 가매장 시체처리팀 4명 외에 또다른 시체처리팀 2명의 신원을 추가로 확인했다고 했다.
민간인들을 광주교도소로 이송하는 과정에서 12명이 트럭 안에서 질식사했다는 증언도 확보했다. 또 계엄군 54명으로부터 최대 50여구의 시신을 암매장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5·18조사위는 “약 50여구의 숫자는 증언 내용 분석을 통해 중복 여부를 가려낸 결과이며 광주교도소 일원에 암매장된 시체들을 상대로 시체처리팀이 운용됐다”며 “이 과정을 당시 보안사가 주도한 정황도 진상을 추적·조사 중”이라고 했다.
5·18조사위는 비무장 민간인을 참혹하게 살상한 당시 상황에 대해서도 추가 증언을 확보했다. 5·18조사위는 계엄군 장·사병 1800여명의 증언과 제보를 종합하고 교차 검증해 광주 외곽 봉쇄작전 과정에서 발생한 확인 사살과 시체 훼손, 저격수에 의한 민간인 사살 등 학살 행위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보상심의자료 등을 분석한 결과 총상 피해자는 360명이 넘고, 대검에 의한 부상도 90건 이상인 것으로 파악됐다.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의 모습.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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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5월 당시 국군 보안사령관으로 신군부의 우두머리였던 전두환이 ‘충정작전(광주재진입작전)’ 건의 문서에 ‘굿 아이디어(Good Idea)’라고 화답한 사실(경향신문 2019년 5월15일자 1면 보도)도 공식 확인됐다.
5·18조사위에 따르면 2군사령부 작성 문건인 ‘광주권 충정작전 간 군 지시 및 조치사항’에는 1980년 5월23일 진종채 사령관이 충정작전을 건의한 문서에 전두환이 굿 아이디어라고 발언한 사실이 기재돼 있다. 같은 해 5월21일 국방부 장관과 육군참모총장 등 군 수뇌부가 참석한 회의 서류에도 ‘전 각하 : 초병에 대해 난동시 군인복무규율에 의거 자위권 발동 강조’라고 기재돼 있다.
5·18조사위는 “발포명령 체계의 실체와 전두환의 자위권 발동 관여 사실을 밝혀가고 있다”면서 “광주진압작전의 최종·실질적 승인권자가 전두환 보안사령관이라는 대다수 국민의 추정적 의혹 수준을 넘어 움직일 수 없는 결정적 증거에 이를 수 있도록 내년 5월까지 역사적 진실에 준하는 추가 조사 결과를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5·18조사위는 1980년 5월21일 ‘진돗개 하나’ 발령 조치가 공수부대에도 하달된 사실을 새로 확인했다. 1980년 전남도경찰국이 만든 ‘집단사태 발생 및 조치사항’에는 ‘전남 전 지역에 진돗개 하나가 발령됐다는 사실을 7공수여단 작전상황실에 파견됐던 경찰 연락관 양모 주임이 입수했다’고 적혀 있다.
5·18조사위는 “진돗개 하나가 발령되면 실탄분배와 발포가 허용되는데, 3·7·11공수여단과 20사단 등 광주에 투입된 계엄군의 어떠한 자료에도 진돗개 하나가 발령된 사실은 기록돼 있지 않다”면서 “기록 누락의 사유를 계속 추적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은·민서영 기자 e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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