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19 (목)

이슈 [연재] 파이낸셜뉴스 '성일만의 핀치히터'

삼성 ‘포수 앓이’ 알고 보면 뿌리 깊다 [성일만의 핀치히터]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파이낸셜뉴스

삼성과 두번째 FA 계약을 맺은 강민호 /사진=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13일 삼성이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투수 심창민과 포수 김응민을 내주고 NC 포수 김태군(32)을 영입했다. 뭐지? 강민호(36)와의 FA 협상이 잘 되지 않나. 일찌감치 대안을 마련하려나. 아니면 강민호 압박용인가.

삼성의 포수 사랑은 원체 뿌리 깊다. 그래도 강민호에 김태군은 중복 투자 아닌가? 22일 삼성이 FA 박해민(LG)의 보상으로 포수 김재성(25)을 낙점했을 때 강민호 포기는 기정사실로 다가왔다. FA 타자 보강 없이 강민호, 박해민 둘 다를 잃으면 피해가 너무 컸다.

우려는 며칠 만에 기우로 드러났다. 삼성은 24일 강민호와 4년 36억원에 계약을 맺었다. 결국 삼성은 강민호-김태군-김재성으로 이어지는 보기 드문 포수 라인을 구축하게 됐다.

파이낸셜뉴스

NC 다이노스 시절의 김태군 /사진=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주전과 백업에 유망주까지. 포수만 놓고 보면 단연 최고 전력이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다. 전력은 한쪽으로 치중되기보다 골고루 갖춰져야 제대로 힘을 쓴다. 포수 왕국도 좋지만 투·타력과 밸런스가 맞아야 한다.

왜 그랬을까. 삼성의 포수 사랑 역사는 꽤 오래다. 삼성은 프로 원년부터 이만수라는 걸출한 포수를 두었다. 그러나 이만수는 1993년부터 급격한 체력 저하를 나타냈다. 그러자 시즌 도중 한화에서 박선일을 데려와 공백을 메웠다.

그해 가을 한국시리즈. 삼성과 해태(현 KIA)가 맞붙었다. 선동열, 조계현, 이강철 등 막강 투수진을 앞세운 해태의 우위가 점쳐졌다. 더구나 해태에는 이종범이 있었다.

정작 뚜껑을 열자 삼성이 앞서갔다. 1차전은 해태 승리, 2차전서 삼성은 1승1패로 균형을 맞췄다. 3차전은 연장 15회 무승부. 4차전서 삼성이 8-2로 이겨 한 발 앞으로 나갔다.

운명의 5차전 1회. 당시 삼성 포수는 김성현이었다. 뛰어난 타격 솜씨를 지녔으나 어깨를 다쳐 송구에 문제가 있었다. 박선일은 LG와의 플레이오프서 손가락 부상을 당해 나설 수 없었다. 박선일은 수비가 좋은 포수였다. 2루 송구도 뛰어났다.

해태가 틈을 노리고 공략했다. 1회 이순철이 도루로 삼성 내야를 흔들었다. 3회엔 이종범이 2, 3루를 거푸 훔쳤다. 삼성은 속수무책이었다. 시리즈의 흐름이 한순간 바뀌었다. 이후 해태 타자들은 루상에 나가기만 하면 뛰었다. 결국 해태가 4승1무2패로 우승을 차지했다.

삼성의 6번째 준우승이었다. 이때까지 삼성은 단 한번도 한국시리즈 우승을 못했다. 첫 우승을 눈앞에 두나 싶었는데 포수 때문에 무너졌다. 삼성 ‘포수 앓이’의 시작이었다.

삼성은 2000년 당대 최고 포수 김동수를 FA로 영입했다. 33세로 절정기에 올라선 그의 경험을 높이 샀다. 삼성은 한 해 전 두산에서 진갑용을 데려왔다. 당시 26세로 한창이던 그를 두고 김동수를 보강할 만큼 삼성은 포수에 목말라 있었다. 결국 탄탄한 포수진을 바탕으로 ‘삼성 왕조’를 열었다.

강민호는 한국 야구 포수 계보에 한 축을 담당해 오고 있다. 내년이면 37세. 체력 부담이 많은 포지션서 몇 경기나 선발 출전할지 의문이다. 올시즌엔 대체 포수가 마뜩치 않아 애를 먹었다. 내년엔 그런 걱정에서 자유롭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