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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탈레반, 아프간 장악

탈레반 “여성 장거리 여행시 남성 가족 동반하라”…이동권 제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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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이상은 가까운 가족 함께해야”

카불선 여성 등장 광고판 철거 착수

“여성을 죄수로 만드는 것” 비판


한겨레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서 23일 탈레반 전사가 차량을 검문하고 있다. 카불/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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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정부가 여성이 장거리를 이동하려면 남성 가족을 동반해야 한다는 지침을 발표했다. 대학에서 여성의 히잡 착용과 남녀 분리 수업을 도입해 교육 차별을 한 데 이어 여성의 이동권까지 제한하고 나선 것이다.

<아에프페>(AFP) 통신은 아프간 정부의 권선징악부가 26일 “72㎞ 이상 여행하려는 여성이 가까운 가족 구성원을 동반하지 않는다면 교통수단을 제공받을 수 없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권선징악부 대변인 사데크 아키프 무하지르는 택시 등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여성들은 히잡을 착용해야 한다고도 밝혔다. 권선징악부는 또 차 안에서 음악을 틀지 말라고 시민들에게 권고했다.

국제 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의 헤더 바 부국장은 “이번 조처는 여성들을 죄수로 만드는 방향으로 더 나아간 것”이라고 <아에프페>에 말했다. 그는 이 지침이 “아프간 여성들이 자유롭게 움직이고, 다른 도시로 여행하고, 사업을 하고, 가정폭력에 직면했을 때 도피할 수 있는 기회를 차단하는 것”이라고 했다.

탈레반은 올해 8월15일 수도 카불을 점령한 뒤 여성들의 권리를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1990년대 1차 통치기에 여성들의 권리를 강하게 억눌러 비난받은 것을 의식한 듯한 제스처였다. 하지만 탈레반 정부는 차례차례 억압적 조처들을 내놓고 있다. 권선징악부는 최근 여성들이 출연하는 드라마 방연을 중단하라고 텔레비전 방송국들에 요구했다. 또 방송에 나오는 여성 언론인은 머리에 스카프를 써야 한다고 요구했다. 탈레반 당국은 지난주부터 수도 카불에서 광고판과 진열대에 쓰인 여성 이미지를 철거하기 시작했다.

탈레반은 그러면서도 여성 인권을 보장하겠다는 입장을 이달 초 다시 밝히기도 했다. 탈레반은 최고지도자 히바툴라 아쿤자다 명의의 칙령에서 “관련된 조직 모두는 여성 권리 보장을 위해 진지한 조처를 취해야 한다”고 밝혔다. 칙령은 “누구도 여성에게 강요나 압박으로 결혼을 강제하지 못한다”고 했고, 여성은 남편의 유산 일부를 상속받을 수 있다고 했다. 또 여성 권리 억압을 방지하기 위한 정책 마련을 정부에 지시했다. 하지만 많은 여학생들이 학교로 돌아가지 못하는 가운데 이들의 교육권을 어떻게 보장할지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었다. 탈레반 정부의 고등교육부 장관 압둘 바키 하카니는 26일 이에 관해 “우리는 여성 교육에 반대하는 게 아니라 남녀공학에 반대한다”며 “여성들이 공부할 수 있는 곳에 대한 이슬람적 환경을 마련하려고 하며, 시간이 좀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탈레반 정부는 여대생들의 히잡 착용을 의무화하고, 남녀는 강의실에서 분리돼야 한다는 지침을 내놨다.

한편 탈레반 정부는 2001년 미군의 침공으로 자신들의 정권이 붕괴된 뒤 아프간에서 선거를 관장해온 선거관리위원회를 해체했다고 이날 밝혔다. 탈레반 정부는 선거관리위원회가 “아프간의 현재 상황에서는 불필요한 기관”이며, 앞으로 필요하면 다시 설치하겠다고 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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