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동부 카야주의 로이코 외곽 프루소 마을 부근에서 지난 24일(현지시간) 차량들이 완전히 불에 탄 채로 발견됐다. 현지매체와 시민단체 등에 따르면 미얀마 군부가 이날 마을 주민 30여명을 체포해 총살한 뒤 불에 태운 것으로 전해졌다. 로이코 | 카레니민족방위군(KNDF)·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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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에서 쿠데타 군사정권이 민간인 학살을 멈추지 않고 있는 가운데 민간인 30여명의 시신이 불에 탄 채로 발견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AP통신 등 외신은 25일(현지시간) 목격자와 시민단체 등을 인용해 미얀마 동부 카야주의 프루소 마을 부근에서 미얀마 군부가 민간인 30여명을 총살한 뒤 시신을 불태운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시민단체인 카레니 인권 그룹은 희생자 중엔 노인, 여성, 어린이들도 포함돼 있었다고 전했다.
희생자들은 시위대 소속이 아닌 민간인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목격자는 희생자들이 지난 24일 군부와 저항군과의 싸움을 피해 마을 서쪽에 있는 난민 수용소로 향하던 중 군부에 의해 체포된 뒤 살해됐다고 AP통신에 전했다. 군부에 맞서고 있는 대표적인 소수민족 무장단체 중 하나인 카레니민족방위군(KNDF)도 희생자들이 난민들이었다면서 “이는 극악무도하고 반인륜적인 범죄”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유엔인권이사회(UNHCR)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쿠데타 발발 이후 공습 등으로 거주지를 강제로 떠난 이들의 수는 20만여명에 달한다.
국제구호개발 비정부기구(NGO) 세이브더칠드런은 이날 성명을 통해 미얀마 현지 직원 2명이 해당 사건에 휘말려 실종됐다고 밝혔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직원들의 개인 차량이 공격을 받고 전소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미얀마 군부는 해당 사건에 대해 직접 언급을 하진 않았으나, 정부 기관지인 미얀마 알린 데일리는 이날 반군 소속 테러리스트들이 수상한 차량을 몰고 다니며 군을 공격하자 싸움이 벌어졌다고 밝혔다. 기관지는 반군 세력이 타고 있던 차량 7대가 화재로 소실됐다고만 전했고 사상자 수에 대해선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다.
미얀마 군부에 의한 민간인 학살은 이달 들어 언론에 보도된 것만 벌써 세 건이다. 현지매체 미얀마나우에 따르면 이달 초 미얀마 중부 사가잉 지역에선 10대와 장애인을 포함한 주민 11명의 시신이 불에 탄 채 발견됐다. BBC는 지난 20일 미얀마 군부가 반군 세력에 대한 보복으로 민간인 40여명을 고문한 뒤 학살했다고 보도했다. 미얀마 군부는 민간인 살해를 애써 부인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조 민 툰 군정 대변인은 “시민방위군이 우리를 적으로 취급하면 우린 스스로를 보호할 권리가 있다”며 BBC에 당당히 말했다.
이에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미얀마 군부에 반군부 세력을 포함한 민간인 살상 행위를 멈추라며 비난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미국, 영국, 캐나다, 프랑스 등 미얀마 주재 서방 대사관들은 지난 24일 “미얀마 정부에 전국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무차별적인 공격을 즉각 중단하고 국제법에 따라 모든 민간인의 안전을 보장할 것을 촉구한다”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김혜리 기자 ha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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