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우승 경험은 없지만 치열한 KLPGA투어에서 10년 동안 묵묵히 시드를 지켜낸 최가람(29)이다.
최가람은 K-10클럽에 가입하며 처음으로 대상시상식 레드카펫을 밟았다. 2017년 신설된 K-10클럽은 10년 연속 정규투어에서 활동한 정예 선수가 가입할 수 있으며 지금까지 단 14명의 선수만이 그 영광을 안았다. 최가람은 “벌써 10년이 됐다니 실감이 안 난다. 앞으로 더 열심히 해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K-10클럽에 가입한 최가람. 사진=KLPGA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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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8월, KLPGA 정회원으로 입회한 최가람은 그해 11월 시드순위전을 치렀지만 68위라는 아쉬운 성적표를 손에 들고 드림투어로 발길을 돌렸다. 이듬해 다시 한번 도전한 시드순위전에서 44위에 오른 최가람은 2012년 꿈에 그리던 정규투어에 데뷔하게 됐다.
어렵게 올라왔지만, 정규투어 무대는 녹록지 않았다. 데뷔 첫해에 상금순위 70위에 머물렀고, 2년 차인 2013년에는 86위를 기록하며 시드 순위전을 다시 경험해야만 했다. 2018년에는 준우승을 한 차례 기록하고 페어웨이 적중률 1위에 오르는 등 가장 성공적인 해를 보냈지만 이후 상금순위 100위권 밖으로 밀려나면서 다시 날아오를 준비를 하고 있다.
최가람은 지난 10년간을 ‘마음고생’이라는 한 단어로 표현할 수 있다고 했다. “또래 친구들이 좋은 성적을 내고 우승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난 여기서 뭐 하는 거지?’, ‘골프를 시작하지 말 걸 그랬어’라며 속앓이를 자주 했다”고 토로했다.
아직도 마음고생은 이어지고 있다. 2년째 스윙을 교정하고 있다는 최가람은 “원래 팔을 많이 쓰는 스윙이었다. 코스 전장이 점점 길어지면서 비거리를 늘이기 위해 몸통을 쓰는 스윙으로 바꾸고 있는데 그동안의 습관이 몸에 배어 쉽지 않다. 스윙이 빨리 안정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가람은 고난과 정면 돌파하며 스스로 다시 일어설 계기를 만들고 있다. “내년은 지금까지와는 다를 것이다.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하고 있다. 라운드 위주로 동계훈련을 해왔지만 이번에는 체력훈련을 중점적으로 할 것이다. 변화를 좋아하지 않는 나에겐 큰 시도다. 거리가 조금 더 는다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마음가짐도 변했다. 지난해 11년 만에 정규투어에서 우승컵을 높이 들어 올린 동갑내기 친구 곽보미(29,하이원리조트)의 우승이 좋은 자극제가 됐다. 최가람은 “비슷한 상황에 있던 선수가 우승하면서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나는 왜 안 될까’라고 스트레스만 받다가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열심히 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제는 오히려 여유도 생겼다고 했다. “영혼을 갈아 넣는다는 생각으로 혼신의 힘을 다해 투어 생활을 해왔다. 그러다 보니 더 힘들었던 것 같다. 지금은 잘 안될 때 새로운 도전을 해 보기도 하고 쉬면서 숨도 돌릴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중계 화면을 통해 최가람을 지켜본 골프 팬들은 최가람을 ‘조용하고 차분해 보인다’고 한다. 최가람은 이에 대해 “정확하게 보신 것 같다. 튀는 것보다는 무난하고 조용한 것을 선호한다. 그런 게 골프에 도움 되는 것도 있다”고 말하며 웃었다.
실제로 최가람은 조용하고 차분한 성격 덕에 정규투어에 진출한 이후 참가한 4번의 시드순위전에서 모두 시드를 확보하면서 ‘시드순위전 강자’로 알려졌다. 최가람은 “시드전에 참가한 모든 선수가 시드를 따내지 못하면 인생이 끝날 것이라는 불안감을 느낀다. 그런 마음이 평소 실력을 발휘할 수 없게 만든다. 나도 긴장은 되지만 내색하지 않고 잘 감춘다. 차분하게 평소처럼 경기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마인드 컨트롤에 도움이 됐고, 그 결과 지옥의 시드순위전에서도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최가람은 지금까지 231개의 정규투어에 출전하면서 646라운드를 경험했다. 적어도 35살까지는 정규투어에서 활동하고 싶다는 최가람은 내친김에 ‘정규투어 최다 출전 기록’까지 세워 보겠다는 각오다. 현재는 홍란(35,삼천리)이 356개로 최다 출전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최가람은 ”투어 활동 연령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 내가 오랫동안 열심히 해서 후배들에게 길을 보여주는 것도 중요한 역할인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최가람은 “정규투어를 오래 뛰었지만 알아봐 주시는 분들은 많지 않다. 다른 선수와 헷갈려 하는 경우도 많은데, 내가 누군지 골프 팬들이 정확하게 알아주실 때까지 열심히 하겠다”고 말한 뒤, “나의 가장 큰 무기는 꾸준함이다. 조금씩 위로 올라가다가 언젠가는 ‘한방’이 터질 거라고 믿는다. 잠깐 맛만 보고 떠나보낸 나의 전성기가 다시 돌아오길 기다리고 있다”며 웃었다.
[안준철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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