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의 유광점퍼를 입은 박해민.(사진=LG 트윈스 제공) /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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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해민(31·LG)이 삼성을 떠났을 때 놀랐다. 왜 떠났을까 보다 왜 보냈을까 라는 의문이 더 들었다. 4년 총액 최대 60억 원. 큰 금액이지만 올 겨울 FA 시장의 이상 과열에 비추면 중급 태풍이다. 박해민의 한강 도강은 두 번째다.
처음엔 서울에서 대구로 내려가기 위해 한강을 건넜다. 이번엔 거꾸로 귀경이다. 박해민은 공·수·주 다 되는 선수다. 외야수비와 주루는 따로 설명할 필요 없다. 둘 다 리그 최고다.
넓은 수비 범위를 가져 잠실야구장에 적합한 외야수다. 새 홈구장은 빠른 발과 캐칭 능력을 더욱 돋보이게 만들 것이다. 타격 지표는 그리 화려하지 않다. 100억 원 대까지 몸값을 올리지 못한 이유다.
그러나 감독 입장에선 다르다. 특히 류지현 감독처럼 세밀한 야구를 좋아하는 사령탑에겐 최고의 호재다. 출루율 높은 홍창기와 함께 1,2번에 두면 그 효과는 꽤 요란하다. 감독의 작전 구상은 그만큼 깊어진다.
이것만으로 ‘박해민 효과’를 다 설명할 수 없다. 보이지 않는 플러스알파가 또 있다. 4년 전 김현수(33)가 입증한 부수효과다. LG는 최근 3년 연속 가을무대를 밟았다. 이전의 LG와 분명 달라졌다.
그 중심에 2018년 이적한 김현수가 있었다. ‘김현수 효과’는 야구장 안에서도, 밖에서도 톡톡 튀었다. 김현수는 더그아웃과 라커룸, 연습장 분위기를 바꿔놓았다. 김현수는 원래 두산 선수다. LG와 두산을 취재해보면 큰 차이가 있다.
두산이 질박한 서민스타일이라면 LG는 귀족 분위기다. 선수들에게서 연예인 느낌이 솔솔 풍겨난다. 전신인 MBC 청룡의 기질을 물려받아서 그런지도 모른다. 김현수가 오면서 LG의 오렌지색은 조금씩 벗겨졌다.
김현수는 신고 선수 출신이다. 계약금 없이 두산에 입단했다. 각오가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즐비한 스타들 틈에서 살아남기 위해 갑절 노력했다. 박해민 역시 신고 선수 출신이다. 오히려 더 절박했다. 대학을 졸업하고도 선택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둘은 신일고 동문이다.
박해민은 늘 전력 질주를 한다. 타격이나 수비 마찬가지다. 삼성 팬들이나 선수들이 그의 상실을 아쉬워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LG에는 홍창기라는 출루머신이 있다. 2020년 0.279 타율에도 4할 대(0.411) 출루율을 기록했다. 올 시즌엔 타율(0.328) 출루율(0.456) 모두 업그레이드됐다.
내년엔 홍창기-박해민-김현수로 짜인 상위 타선이 예상된다. 모두 왼 쪽 타자들이다. 오른 쪽 외국인 타자가 가세하면 리그 최강이다. 선수들은 감독, 코치의 말 보다 선배의 말을 더 잘 따른다. 선배도 코치가 되면 조금 거리감이 생긴다.
김현수와 박해민은 30대 초반이다. 젊은 선수들과 소통하기 좋은 나이다. 더 많으면 다가가기 힘들고 적으면 같이 묶이기가 쉽다. 김현수에 이은 박해민의 가세로 LG의 팀 분위기는 많이 달라질 것이다.
올 겨울 여기저기서 100억 소리가 들린다. 구단이 거액을 투자하는 이유는 야구장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선수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LG에게 ‘박해민 효과’는 100억 이상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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