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극적으로 갈등을 봉합한 윤석열 대선 후보와 이준석 대표는 연일 합동 유세에 나섰고 이 대표도 이른바 '비단주머니'들을 꺼내며 윤 후보의 대선 행보를 뒷받침하던 상태였다. 이처럼 갈등이 수면 속으로 가라앉는 분위기 였지만 "나는 후보의 말만 듣는다"는 조수진 공보단장의 항명성 발언이 나오며 결국 파국의 트리거(Trigger)가 됐다.
정가에서는 이번 사태의 원인 중 하나로 윤 후보가 인선에 있어 냉정한 시각보다는 스스로의 인간적인 측면을 먼저 놓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두 사람의 충돌로 당 대표가 부재한 선대위가 출범했음에도 윤 후보의 성향상 이미 일정 시간 손발을 맞춰온 조 단장을 쉽게 내치지 못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선대위 공보단장인 조수진 최고위원과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끝내고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2021.12.21 leehs@newspim.com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이 대표의 사퇴에는 '파리떼', '하이에나'로 수식되던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의 이어진 공격이 영향을 미쳤다. 윤 후보와 이 대표는 앞서 '울산합의'로 불리는 만찬 회동을 통해 '대선에 관한 중요사항에 대해 후보자와 당대표, 원내대표는 긴밀히 모든 사항을 공유하며 직접 소통을 강화하자'고 약속했던 바 있다.
그러나 조 단장이 항명을 한 것뿐 아니라 항명에 대한 사과 후에도 이 대표를 향한 공격을 이어가면서 이 대표의 선대위 사퇴에 결정적 원인을 제공했다.
이날 이 대표는 윤핵관에 대해 강한 비판을 하며 "울산에서의 회동이 누군가에게는 그래도 대의명분을 생각해서 할 역할을 해야겠다는 책임감을 안겨줬다면, 일군의 무리에게는 한번 얼렁뚱땅 마무리했으니 앞으로는 자신들이 마음대로 하고 다녀도 부담을 느껴서 지적하지 못할 것이라는 잘못된 자신감을 심어준 모양"이라고 작심 비판했다.
일부 언론에서는 '윤핵관' 인용 보도를 통해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과 이준석 대표를 계속해 공격해왔다. 이 대표가 여기에 대한 해결을 촉구하자 조 단장은 "왜 내가 대표 지시를 들어야 하나"라며 이 대표의 상임선대위원장으로서의 역할을 부정한 바 있다. 결국 이 대표는 "공보단장은 후보 직속이 아니라 선대위 산하 기관"이라는 불만을 터트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 단장의 거취에 대한 변동 없이 이 대표가 윤핵관들에게 백기를 든 모양새가 됐다.
조 단장은 사태가 극단으로 치닫자 "우리가 대선이라고 하는 것은 후보 중심으로 (힘을) 실어야 한다"며 "어제 그런 부분이 잘 전달되지 않고 잘못 받아들여졌으며 그것 역시 제 불찰"이라면서 수습에 나섰다.
그러나 이 대표는 지방 일정 이후 당사에 도착해서도 조 단장을 만나지 않은 채 곧장 기자회견에 나섰다. 이 대표의 기자회견은 조 단장의 사퇴를 압박하기 위함이라는 관측도 거셌지만 조 단장은 결국 선대위 공보단장 자리를 내려놓지 않고 이 대표만 물러난 모습이 연출됐다. 이 대표는 사과를 하기 위해 자신을 찾아온 조 단장을 끝내 만나지 않았다.
전날 조 단장은 선대위 회의에서 이 대표에게 항명한 데 이어 오후 일부 기자들에게 '이 대표를 사퇴시켜야 한다'는 내용의 유튜브 영상 링크를 전달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기자회견 후 취재진을 만나서는 "조 단장이 당 대표실에서 기다리고 있는 걸 알고도 바로 기자회견장으로 왔는가"란 질문에 "어떤 형태로 사과한다 하더라도 받아들일 생각이 없다"며 "특히 어제 오전 사과라고 보기에는 애매한 부분이 있는 사과를 한 이후 바로 오후 6시에게 언론인들에게 공보단장으로서 해선 안 될 논란이 있는 유튜브의 영상을 본인 이름으로 전달했다. 이 행위에 대해선 사과나 해명을 할 게 아니라 징계의 대상"이라고 말했다.
이어 "즉각 사퇴해야 한다고 (조 단장에게) 했는데도 이렇게 (사과 의사를) 이야기한 것은 본인 뜻으로는 사퇴조차 할 수 없는 인물인지 궁금해진다"고 부연했다.
또 이 대표는 "일부 핵심관계자를 자처하는 사람들에 가려서 빛을 못보는 분들이 당내에 많다"고도 토로했다. '후보의 뜻'을 언급한 조 단장과 함께 당내 '윤핵관'들을 겨냥한 작심 발언이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이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국민의힘 당대표실에서 이준석 대표와 만나지 못하고 발걸음을 돌리고 있다. 2021.12.21 leehs@newspim.com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이 대표는 조 단장과 충돌 외에도 윤 후보를 선출한 11월 5일 전당대회 후 연일 당원소환제 요구에 직면하고 있다. 윤 후보와 이 대표 간 2030 당원 탈당을 둘러싼 갈등, 당무우선권에 기반한 선대위 조직 편성 등 새로운 뇌관이 계속 터지고 당 대표 배제론에도 계속해 시달려왔다.
이날 이 대표는 "너무 쉽게 직을 내려놓는 것이 아닌가"란 질문에도 "상임선대위원장이 각자 보직 맡은 선대위 책임자에게 지시를 내렸는데 불응했다. 그 자리에서 그것이 교정되지 않고 오히려 조롱을 했다"며 "거기에 대해 어느 누구도 교정하지 않았다는 건 선대위에서 제 역할이 없다는 것이다. 결코 무리한 판단을 한 것이 아니다"고 심경을 전했다.
복수의 국민의힘 의원들과 당 관계자들은 함께 손발을 맞춰온 사람들을 쉽게 내치지 못하는 것이 윤 후보의 장점이면서도 선대위의 최대 약점이라는 데 한목소리를 모으고 있다. 이 점이 인간적인 매력은 될 수 있지만 정치신인으로서의 약점을 여과없이 보여주는 점이라는 평가도 잇따른다.
대표적으로 후보가 장제원 의원을 선대위 뒤편으로 보내는 결단을 쉽게 내리지 못한 것에도 개인의 성향이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반사 효과로 권성동 사무총장에게 기대하는 '내부 정리' 등 역할론에 더욱 무게가 실리는 것이 아니느냔 목소리 역시 만만치 않다.
일각에서는 결국 이번에도 권 사무총장이 나서지 않으면 조 단장의 거취가 제대로 결정되겠느냐는 볼멘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선대위 내부 파열음에 대한 윤 후보의 안일한 대처가 반복돼 리더로서의 결단력이 부족하지 않나 의문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며 "인사가 만사라며 대통령이 모든 분야를 망라할 필요없다고 했던 윤 후보의 발언이 무색해지는 행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이 대표가 휴대폰을 꺼놓은 채 부산, 전남 순천, 전남 여수, 제주에 이어 울산까지 잠행을 한 것도 선대위의 인선·전략에 변화를 촉구하기 위함이었다. 선대위 인선을 꾸리는 과정 역시 윤 후보와 이 대표 사이에 갈등을 촉발시킨 이유이기도 하다. 이 대표는 선대위 상임위원장을 맡았었지만 여러 인사 과정에서 자신에 대한 '패싱론'에 직면했다.
이 대표는 여러 인터뷰를 통해 "사리사욕을 위해 후보 주변에 붙어 이른바 '윤핵관'을 자처하며 후보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언사를 하는 사람들의 입을 닫게 하든지 잘라야 한다"는 메시지를 냈다. 또 "윤 후보가 명확한 태도 변화를 보여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이렇다 할 변화는 없는 상황이다.
[서울=뉴스핌] 김승현 기자 =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이준석 대표, 김기현 원내대표는 지난 3일 울산 울주군 한 식당에서 만찬 회동을 했다. 이들은 나흘 간의 극한 대립을 봉합하고 선거 유세 일정에 나서기로 했다.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은 총괄선대위원장으로 국민의힘의 당무와 선거 대책 전반을 총괄하기로 했다. 2021.12.03 [사진= 김기현 페이스북] kimsh@newspim.com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이 대표가 막대하게 공을 들였던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 영입 역시 선대위 운영 과정에서 당을 흔드는 세력을 '발골(拔骨)' 하고 이 대표의 입지를 지켜주기 위함이라는 해석도 많았다.
김 위원장은 이 대표의 사퇴 결심이 알려진 후 기자들을 만나 "선대위 운영에 방해가 되는 인사에 대해 과감한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며 선대위 전면 재편 가능성을 언급했지만 이 대표의 사퇴까지는 끝내 막지 못했다.
이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선대위 모든 직책을 내려놓는 것에 대해 "미련이 없다"고 말했다.
다만 이 대표는 선대위 중책을 내려놓으면서도 '윤 후보의 리더십'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이 대표는 "후보 개인에 대해 언급하지 않겠다"면서 "선거에 있어 당 대표로서 우리가 대선에서 좋지 못한 결과를 얻게 되면 불명예를 얻지만 선거에 대한 무한 책임은 후보자가 갖게 된다"고 경고했다.
kimej@newspim.com
저작권자(c) 글로벌리더의 지름길 종합뉴스통신사 뉴스핌(Newspim),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