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들인 2조 달러 사회복지예산안, 맨친 반대로 좌초 위기
'오미크론 맹위로 힘든 겨울' 경고…내년 중간선거 위기감 증폭
바이든 대통령 |
(워싱턴=연합뉴스) 백나리 특파원 = 일 년 전 겨울만 해도 대선 승리의 기쁨에 겨웠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시련의 겨울에 접어들었다.
역점을 둔 대규모 사회복지 예산안이 좌초할 위기에 처했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미국이 또다시 강타당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어서다.
그렇지않아도 지지율 하락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는 바이든 대통령에게 제대로 '한 방' 먹인 건 친정인 민주당 소속 조 맨친 상원의원이다.
맨친 의원은 일요일인 19일(현지시간) 폭스뉴스 인터뷰를 통해 바이든 대통령이 공들여 추진해온 2조 달러 규모 사회복지 예산안 '더 나은 재건'에 반대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내년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법안 통과를 통한 성과 확보가 절실한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 지도부에게 대놓고 찬물을 뿌린 것이다.
상원에서 여당인 민주당(친 민주당 성향 무소속 포함)과 공화당의 의석수가 50대 50으로 양분된 상황에서 맨친 의원의 찬성 한 표는 법안 통과에 절대적이다.
조 맨친 민주당 상원의원 |
맨친 의원은 인터뷰 30분 전에야 백악관에 참모를 보내 인터뷰 계획을 알렸다고 CNN방송은 전했다.
백악관에선 맨친 의원을 저지하려고 필사적으로 연락을 취했지만, 맨친 의원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고 한다.
인터뷰가 끝나고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이 이례적으로 장문의 반박 성명을 내 맨친 의원을 비난한 데는 이런 배경이 숨어 있었던 셈이다.
맨친 의원의 공개적 반대 표명으로 예산안의 운명엔 깊은 그늘이 진 상태다.
워싱턴포스트(WP)는 맨친 의원이 최소한 현재 수준의 예산안에 정치적 사형선고를 내린 셈이라며 바이든 대통령에게 치명타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맨친 의원과의 협상을 통해 추가 조정된 예산안이 도출될 수 있지만 이번 인터뷰를 계기로 맨친 의원에 대한 백악관 내 불신이 한층 깊어진 모양새다.
한 백악관 고위 당국자는 폴리티코에 "이런 건 본 적이 없다. 대통령과 악수를 하고 지난 화요일에 서면 제안을 내놓은 사람"이라며 "이렇게 빨리 뒤집는 걸 보면 또 뒤집을지 모른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20일 맨친 의원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내년 초 예산안 표결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맨친 의원의 마음을 돌려놓지 못하거나, 공화당 내부에서 반란표가 없는 상태에서 표결을 강행했다간 오히려 예산안만 좌초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바이든 대통령 |
바이든 대통령을 괴롭히는 또 하나의 중대 요인은 코로나19다.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은 19일 인터뷰에서 코로나19 새 변이 오미크론의 맹위로 미국이 힘든 겨울을 맞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오미크론 확산에 따라 코로나19 감염자와 입원자, 사망자가 기록적으로 급증할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도 내놨다.
주말을 델라웨어주 자택에서 보내고 이날 백악관에 복귀한 바이든 대통령은 오후에 오미크론 확산세와 관련한 백악관 코로나19 대응팀의 보고를 받는다. 이어 21일엔 대국민 연설을 통해 다시금 백신 접종을 촉구할 계획이라고 CNN은 전했다.
이 밖에도 심상치 않은 인플레이션과 공급망 차질 등 바이든 대통령의 머리를 아프게 하는 요인이 한둘이 아니다.
CNN이 전날 내놓은 여론조사에서 응답자 세 명 가운데 두 명꼴(66%)로 바이든 대통령의 리더십에 의구심을 표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정책이 경제에 긍정적이라는 응답은 30%에 불과했고 45%는 부정적이라고 답했다.
내년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으로선 위기감이 커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대통령 선거 없이 상하원 의원과 주지사 등을 뽑는 중간선거는 통상 여당에 불리한 결과로 귀결된다.
지지율 반등의 모멘텀을 좀처럼 찾지 못하고 있는 바이든 대통령으로서는 상·하원에서의 근소한 우위마저 내줄 수 있다는 조바심이 들 수밖에 없다.
특히 중간선거에서 의회 권력을 공화당에 빼앗기게 되면 바이든 대통령은 남은 2년 임기 동안은 국정운영의 동력을 상실하게 됨은 물론 강한 의지를 보이는 재선 도전도 물거품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na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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