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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연재] 파이낸셜뉴스 '성일만의 핀치히터'

‘오뚝이’ 권오준과 타이거 우즈 [성일만의 핀치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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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수 권오준의 은퇴식 포스터.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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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뭉클해질 때가 있다. 체육기자로 많은 감동적인 장면을 지켜보았지만 역경을 이겨낸 선수들을 보면 어김없이 먹먹해진다. 권오준은 지난 해 10월 30일 마지막으로 마운드에 올랐다. 1999년에 그와 함께 데뷔했던 선수들은 모두 은퇴한 후였다. 22년간의 현역이었다.

권오준은 세 차례 팔꿈치 수술을 받았다. 의학적으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이전까지 팔꿈치 수술은 두 번만 가능하다고 알려 졌다. 더 이상 신체에서 떼 낼 인대가 없기 때문이다. 더 힘든 것은 재활 과정이다. 일상생활에는 무리가 없지만 전력투구를 위해선 ‘고난의 행군’이 불가피하다. 많은 선수들이 그 과정에서 낙오된다.

제대로 던지기 위해선 예비 근육들을 키워야 한다. 전보다 더 강도 높은 훈련양이 요구된다. 무엇보다 통증을 견뎌야 한다. 그 과정에서 근육이 찢어지는 아픔을 셀 수 없이 경험한다. 심리적, 육체적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면 바로 은퇴다. 권오준은 이 과정을 세 차례나 이겨냈다.

1999년 삼성에 입단한 권오준은 이내 팔꿈치 수술을 받았다. 현역(해병대) 입대한 후 2003년부터 본격적으로 활약했다. 2006년엔 32홀드로 삼성 왕조의 한 축을 담당했다. 2009년 두 번째 수술을 받았다.

또 한 번의 재활 과정을 거쳐 2011년 11홀드로 삼성의 우승에 공헌했다. 2012년 다시 팔꿈치에 문제가 생겼다. 그의 나이 만 32세. 다저스의 전설 샌디 쿠펙스는 30살의 나이에 팔꿈치 부상으로 은퇴했다. 당시에는 토미 존 수술(팔꿈치 인대)이 개발되기 전이었다.

두 번이나 수술을 받은 32살 투수에게 은퇴는 불가피한 일처럼 보였다. 그러나 권오준은 세 번째 수술을 선택했다. 누구도 가보지 않던 길이었다. 그 후 3년은 지옥이었다. 재활 과정은 20대 때와 또 달랐다. 권오준은 2016년 7홀드를 올리며 재기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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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거 우즈 fn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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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에도 그는 마운드를 떠나지 않았다. 만 40세까지 현역을 고집했다. 함께 입단한 선수들은 모두 그만 둔 다음이었다. 홍성흔 2016년, 이진영과 정성훈은 2018년 유니폼을 벗었다. 송승준은 현역 연장을 원했지만 2020년 6월 29일 이후 자의반 타의반 마운드에 오르지 못했다.

권오준은 통산 593경기에 출전했다. 37승 25패 24세이브 88홀드. 평균자책점 3.64를 기록했다. 2006년 홀드 1위를 기록했고, 통산 6번이나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타이거 우즈(46)가 돌아왔다. 우즈는 20일(한국시간) 끝난 PNC 챔피언십에 출전 준우승을 차지했다. 지난 2월 교통사고를 당한 후 10개월 만이었다. 여전히 300야드의 호쾌한 드라이브를 날렸고 첫 날엔 10언더파를 기록했다.

이 대회는 2인 1조로 나서 둘 중 좋은 위치의 공으로 다음 샷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타이거 우즈는 아들과 함께 출전했다. 한 쪽 다리를 절룩거리며 카트로 이동하는 모습을 보여 갤러리들을 안타깝게 만들었다.

우즈는 교통사고로 오른 쪽 정강이 아래가 산산조각 났다. 겨우 목숨을 건졌을 정도의 큰 사고였다. 그의 다리는 금속 물질로 지탱되고 있다. 웬만한 선수라면 이쯤에서 접었을 것이다. 포보스지에 따르면 우즈는 그동안 2조 원 가량을 벌어들였다. 현재 재산도 9000억 원이나 된다.

PGA 투어 통산 82승을 올렸다. 메이저 승수만 15승이다. 그만 둬도 충분하다. 만신창이 몸으로 재기를 하려면 큰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 타이거 우즈는 그 길을 선택했다.

가장 큰 이유는 아들 때문이다. 우즈는 PNC 챔피언십에 아들과 한 조로 출전했다. 권오준이 은퇴하던 날 그의 곁에도 두 아들이 함께 있었다. 역경을 뛰어넘은 선수의 스토리는 늘 감동적이지만 가족의 이야기가 곁들여지면 더 뭉클해진다.

2002년 미국에서 열린 PGA 대회서 타이거 우즈를 가까이서 본적 있었다. 홀 아웃을 한 후 티샷을 위해 내 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완벽한 몸매에 자신감 ‘뿜뿜’ 넘치는 걸음걸이였다. 인간을 보면서 아우라를 느껴 본 것은 그 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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