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10대 가수 조조 시와(왼쪽)와 방탄소년단이 2021년 11월 21일(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마이크로소프트 극장에서 열린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American Music Awards)에서 가장 좋아하는 팝 듀오 또는 그룹 상을 받으며 무대에서 셀카를 찍고 있다. /A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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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가 겪었다고 말한 차별은 단지 외국인이었기 때문이 아니다. 가수 에릭 남은 조지아주에서 태어난 미국인이지만 차별 경험을 기억한다. 그는 보스턴칼리지를 다니다 오디션 프로그램 참가를 위해 한국에 와서 가수로 데뷔했고 지금은 미국에서도 활동 중이다. 최근 미 라디오 방송에서 차별 이야기를 털어놨다. “당신은 미국인인데 한국에서 커리어를 쌓았던 거네요?”라는 질문에 에릭 남은 이렇게 말했다. “아시아계 미국인에게는 기회를 주지 않았으니까요. 사람들은 저한테 ‘왜 한국 가는 걸 선택한 거예요?’라고 묻지만, 전 선택한 게 아니에요. 미국에선 기회가 없었죠.”
스타들이 이 정도인데 일반 아시아인이 겪는 차별은 말할 것도 없다.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상을 받고,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세계 1위를 기록했다고 해서 미국 내 아시안에 대한 인식이 쉽게 바뀌진 않는다. BTS는 지난달 21일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 ‘올해의 아티스트 상’을 받아 미국 내에서 가장 인기 있는 가수가 됐지만 지금도 지속적으로 인종 차별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 콘서트 때엔 BTS 멤버와 마오쩌둥을 합성한 사진을 들고 나타난 유튜버도 있었다. 북한 김정은과 엮어 비난하거나 심지어 코로나 바이러스에 비유하는 사건도 일어난다.
미국은 이민자의 나라이자 기회의 나라이지만 인종차별이라는 그늘이 짙게 드리워진 사회라는 점도 부정할 수 없다. 지난해 여름 흑인 청년 조지 플로이드의 죽음으로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운동이 일어나면서 흑인 인권에 대한 각성을 촉구했다. 반면 ‘아시안 혐오 그만’ 운동은 그만큼 확산되지 못했다. 아시안 인권에 대한 낮은 인식 수준 때문이라고 한다.
한쪽에서는 BTS와 오징어게임에 열광하는 미국인들이 있다. 반면 아시아인을 무조건 배척하고 혐오하는 사람도 다수 존재한다. 이들이 민주주의와 인권의 나라 미국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이혜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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