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누구의 이야기인가·이상한 날씨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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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작가 리베카 솔닛의 '이것은 누구의 이야기인가'(창비)는 미투운동을 비롯해 문화계 젠더 문제, 미국 대선과 공권력의 남용 문제, 기후 위기 등 당대의 현안을 날카롭게 짚은 에세이다. 솔닛이 2017년에서 2019년 사이에 발표한 칼럼과 에세이를 묶었다.
그는 미국 사회의 주류인 백인 남성을 배격하고, 그동안 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약자들인 여성, 흑인, 유색인종, 성 소수자 등을 책의 전면에 내세운다.
저자에 따르면 미국은 오랜 세월, 백인 남성 위주로 굴러갔다. 여성들은 성추행과 폭행을 당해도 가만히 참거나 추행한 사람보다 상급자인 남성의 동정에 기대야 했다.
심지어 마음 놓고 거리를 다니거나 대중교통 시설을 이용할 수도 없었다. 대학 강의실에서 학생들에게 성폭행을 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묻자, 여학생들은 숨도 쉬지 않고 길고 긴 목록을 나열했지만, 남학생들은 멀뚱멀뚱한 표정으로 앞만 보고 있었다는 일화는 여성들이 길거리 성폭력에 그간 얼마나 취약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여성뿐 아니다. 흑인이나 유색인종은 거리에서 백인 경찰들에게 '살해' 당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약자에 대한 횡포는 가정에서, 거리에서, 정치권 등 공론장에서 어김없이 되풀이되지만, 상황은 크게 나아지지 않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언론은 약자의 시선을 대변해야 하지만 폭스뉴스 같은 보수 언론은 물론 뉴욕타임스 같은 진보 언론조차도 백인 남성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교묘하게 보도한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그는 이런 상황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기 위해선 이야기의 주체를 백인 남성의 서사가 아니라 다양한 약자들의 서사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진 리스가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에서 시점을 제인 에어에서 로체스터의 카리브해 출신 첫 아내로 바꿨던 것처럼, 제인 스마일리가 '천 에이커의 땅에서'를 쓰면서 리어왕의 줄거리를 리어왕의 시점이 아닌 첫째 딸 고네릴의 관점에서 바라봤듯이 말이다.
이와 함께 약자들도 사실을 제대로 바라볼 수 있는 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부분에서 그는 "독재정권이 원하는 이상적인 국민은 확신 있는 나치나 확신 있는 공산주의자가 아니라 사실과 소설의 차이, 진실과 거짓의 차이를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이라는 한나 아렌트의 말을 전한다.
저자는 "가장 고결하고 지적인 삶을 사는 이들은 자기 삶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삶까지 성찰하는 태도를 보인다"며 "다른 사람을 알지 못하면 우리 자신도 알지 못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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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저명한 비평가이자 에세이스트인 올리비아 랭이 쓴 '이상한 날씨'(어크로스)는 위기가 범람하는 이 세계 속에서 예술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탐구한 에세이다.
미국 작가 조지 슈타이너는 1967년 발표한 유명한 에세이를 통해 아우슈비츠 지휘관이 밤에는 괴테와 릴케의 작품을 읽고 아침에는 강제수용소 임무를 수행했다며 이는 예술이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가장 숭고한 기능에 실패한 증거라고 말한 바 있다.
저자는 그의 생각에 반대한다. 랭은 서문에서 "공감은 디킨스의 책을 읽어서 생기는 것이 아니다. 수고를 들여야 한다. 예술이 하는 일은 새로운 인물, 새로운 공간과 같은 생각거리를 제공하는 것이다. 그다음은 친구여, 그대 하기에 달렸다"고 썼다.
이어 "예술은 우리의 도덕 풍경을 조성하고 타인의 삶 내부를 우리 앞에 펼친다. 예술은 가능성을 향한 훈련의 장이다. 그것은 변화의 가능성을 꾸밈없이 드러내고 우리에게 다른 삶의 방식을 제안한다"고 덧붙였다.
저자는 예술론뿐 아니라 자신의 직간접 경험도 에세이에 녹였다. 저항적 환경운동을 하며 나무로 어설픈 집을 짓고 홀로 살던 생활, 성 소수자였던 어머니와 함께 존재를 부정당해야 했던 어린 시절, 25년간 이방인으로 살아야 했던 난민을 인터뷰한 경험 등 고백적 글이 책 곳곳에 담겼다.
이것은 누구의 이야기인가 = 노지양 옮김. 284쪽. 1만7천원.
이상한 날씨 = 이동교 옮김. 432쪽. 1만7천원.
buff2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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