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정상회의 |
(워싱턴=연합뉴스) 김경희 특파원 = 조 바이든 대통령이 한국을 포함해 110여개국을 초청해 개최한 '민주주의 정상회의'가 이틀간 일정을 마치고 10일(현지시간) 폐막했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적당한 균형 잡기는 한국의 오랜 숙제다.
사실상 중국을 노골적으로 겨냥하다시피 한 이번 회의의 의미가 한국 입장에서 새삼스럽게 무겁게 느껴진 것도 이 같은 맥락과 무관치 않다.
정작 현지에서 민주주의 정상회의에 던지는 시선은 처음에는 비판적이었고, 회의 시작 이후엔 무관심에 가깝게 흘렀다.
초청 대상에 파키스탄과 필리핀을 비롯해 이라크, 헝가리 등 미국이 회의의 주요 의제로 내세운 인권 등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한 국가들이 일부 포함되며 시작부터 '민주주의'라는 간판 자체에 의구심을 산 탓이다.
민주주의라는 명분을 구실로 결국 떠오르는 중국과 그에 결탁할 수 있는 러시아를 견제하려는 현실 정치의 속셈이 지나치게 명약관화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자유와 민주주의라는 타협할 수 없는 보편의 가치를 내세웠으면서도, 결국 현실적 필요에 의해 민주 진영에 포함될 수 없는 일부 국가에 담장을 낮춰준 자의성에 미국 언론은 꽤나 냉소적이었다.
문제는 민주주의까지 힘의 논리에 포함시키는 미국의 명쾌함 앞에서 우리 정부도 국민도 냉소적일 수 없다는 데 있다.
너의 편이 누구인가 호명하라는 반복되는 물음이 턱 끝을 조여올 때 동아시아에서 어느 한쪽의 손을 시원하게 들 수 있는 국가가 과연 존재할 수는 있는가 하는 의구심을 지우기 어렵다. 다자의 복잡한 틀 속에서 절묘한 균형잡기로 한 수 한 수를 놓아가는 것이 외교라는 원칙을 굳이 곱씹지 않아도 말이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 대행 출신인 마이클 모렐이 최근 한 토론회에서 농담처럼 던진 말은 이런 차원에서 의미심장하다.
몇몇 아시아 지역 외교 관리들과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끝에 그들은 이구동성으로 "우리는 모두 미국과 친구가 되고 싶고, 중국과는 적이 되고 싶어하지 않는다. 그러나 둘 중 하나를 고르라면, 아무도 중국과 등을 돌리고 싶어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니 절대, 절대, 절대로 우리에게 선택을 강요하지 말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3개월 뒤면 한국에선 대선이 치러진다. 차기 정부에 조 바이든 행정부는 아마도 어떤 형태로든 이 절대 하지 말라는 질문을 던지지 않을까 싶다. 그것이 직설적 형태이든, 다소 세련된 형태이든. 본질은 달라지지 않고, 답변은 어렵다.
kyungh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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