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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안익수 감독 “FC서울다움으로…성적 넘어 ‘건강한 메시지’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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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C서울 강등 위기서 구한 안익수 감독

[경향신문]

경향신문

안익수 서울 FC 감독이 9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정지윤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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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한된 시간, 팀에 집중하고파”
8시반에 출근해 밤 10시반 퇴근

다양한 전술과 득점력 강화로
무기력했던 서울에 극적인 변화
최하위서 7위까지 도약 이끌어
“내년 어디까지 올라갈지 보라”

지난 석 달간 그의 고민은 단 하나뿐이었다. ‘FC서울다움을 어떻게 되찾을까’였다. FC서울의 부활에만 시선을 두고 쉼없이 달려온 시간이었다. 안익수 FC서울 감독(56)은 “그사이 하루도 빠지지 않고 오전 8시반에 출근해서 밤 10시반에 퇴근하는 일상으로 살았다”며 “제한된 시간과 에너지를 다른 곳보다 한 곳(팀)에 집중하고 싶었다”고 했다.

안 감독이 부임할 당시인 9월 최하위에 머물던 서울은 결승선에서 파이널B 최상위인 7위까지 도약하고 시즌을 마감했다. 환골탈태에 가까운 극적 반전이었다. 9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만난 안 감독은 한 시즌을 돌아보면서 “우리는 납득 가능한 최소한의 성적을 낸 것뿐”이라며 “팬들은 물론 프런트, 클럽하우스를 서포트해주시는 많은 분들의 응원과 노력, 헌신이 동력이 됐다고 본다. 우린 등 떠밀려서 온 것”이라고 겸손하게 말했다. 그는 또 선수들에게 공을 돌리며 “선수들의 능력을 믿었다. (첫 경기인) 성남FC전을 5일간 함께 준비하면서 도약할 것이라는 확신을 가졌다”며 선수들의 의지를 높이 평가했다.

안 감독은 소방수로 투입된 뒤 무기력하던 서울을 바꿔놨다는 평가를 받는다. 서울은 안 감독이 부임한 뒤 치른 11경기에서 6승4무1패, 승점 22점이라는 놀라운 반전 역사를 써냈다.

19골을 넣어 득점 갈증도 해소했을 뿐 아니라, 다양한 전술 변화로 팬들의 찬사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마지막 스퍼트는 리그 선두 전북 현대에도 밀리지 않았다. 11월 4경기에서 9골을 터뜨리며 승점 10점을 따내 K리그1 12개 팀 중 최다 득점(전북과 타이)과 최다 승점을 기록했다. 안 감독은 K리그 ‘11월의 감독’상까지 수상했다. 서울 팬들은 팀을 강등 위기에서 구해낸 안 감독에게 ‘넷플익수’ ‘익버지’ 등의 별명을 선사하며 반기고 있다.

안 감독은 주장 기성용과 고요한, 오스마르의 역할에 특별히 감사했다. 기성용을 평소 “성용이형”이라고 부른다는 안 감독은 “FC서울뿐 아니라 한국을 대표하는 선수 아닌가. 팀 내에서 그라운드 사령관으로 목표를 제시하는 리더”라고 극찬했다.

2010시즌 서울의 수석코치로 리그를 함께 제패했던 고요한에 대해서도 “원숙한 기량과 멘털을 가진 선수가 됐다”면서 “후배들이 잘 따르는 고참이 있다보니 지도자는 별로 할 것이 없었다”고 말했다.

안 감독의 축구는 특별하다. 그는 축구에 그 이상의 가치를 담으려 한다. 평소에는 FC서울 엠블럼에 담긴 자긍심, 자부심을 특별히 강조한다.

이날 인터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어떤 답변에도 거의 빠지지 않고 언급했다. 달라질 팀컬러를 묻는 질문에도 “FC서울이라는 상징성은 성적만이 아니라 다른 목표가 있어야 한다. 현대축구 트렌드를 앞서 나가면서 한국 축구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도 건강한 메시지를 주는 방향성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늘 어떤 축구를 해야 할지 고민한다”고 답했다.

안 감독은 또 “FC서울 축구를 볼 때 옆 동반자와 대화할 시간조차 뺏는 축구를 하고 싶다. 그런 축구를 통해 서울 경기를 기대하게 만들고 싶다”며 재미 역시 놓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올 시즌 서울 선수들이 보여준 변화도 긍정적으로 해석했다. 안 감독은 “마지막 포항전이 끝난 뒤 미팅에서 ‘왜 이런 잠재력이 있는데, 왜 숨겨뒀나. 이게 FC서울다운 모습’이라고 말했다. ‘FC서울 선수들답게 다음 시즌을 준비하자’고 했다”면서 “선수들은 휴가 중이지만 개인 스케줄에 따라 트레이닝을 열심히 하고 있다. 선수들 스스로가 책임감을 느끼고, 엠블럼에 대한 영광스러움을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 시즌 목표 질문에 신중한 답변이 나왔다. 그는 “늘 경기가 끝나면 다음 경기가 걱정이다. 지금도 그런 상황”이라며 “쉼표라기보다 물음표가 있는 시즌이다. 아쉬움을 줄이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한 번 기대해 보시죠. 어디까지 올라갈지”라는 마지막 말에서는 달라질 서울의 모습에 대한 은근한 자신감도 드러냈다.

이정호 기자 alp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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