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리 민주포럼 연설…"민주 기치 소집단 결성, 역사 역주행" 美비판
왕이 중국 외교부장 |
(베이징=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미국 주도의 민주주의 정상회의 개막 당일(미국시간 9일)에 '아시아 특색 민주'를 장려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9일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에 따르면 왕 부장은 이날 영상으로 참가한 제14차 발리 민주주의 포럼에서 행한 연설을 통해 "아시아 특색 민주 이념을 떨쳐 일으키자"고 제안했다.
왕 부장은 "역사가 유구한 아시아는 다원적이고 공생하는 전통을 가지고 있으며, 협상하고 함께 일하는 민주 문화를 형성했다"며 "중국은 아세안과 함께 국제사회에서 공동 협상, 공동 건설, 공동 향유의 모범을 수립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평등한 협상을 주창하고, 그것을 국제사회 민주화의 중요 내용으로 삼아야 한다"고 부연했다.
미국 등 서방 중심의 민주주의를 추종할 것이 아니라 아시아에 맞는 민주주의 모델을 추구해야 한다는 취지다. 미국이 대만을 참가시킨 가운데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개최하며 중국을 압박하는데 맞서 서방과 구별되는 '아시아식 정치모델'을 강조함으로써 동조 국가를 모으려는 시도로 읽힌다.
왕 부장은 이어 "국가 주권을 존중하고 국제 관계의 기본을 수호해야 한다"며 타국을 민주주의 체제로 개조하려던 시도들이 실패로 돌아간 사례를 거론했다.
또 왕 부장은 "민주를 기치로 삼아 각종 소집단과 소그룹을 만드는 것은 실질적으로 민주정신을 짓밟는 것이며 역사에서 역주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을 직접 거명하지는 않았지만 오커스(AUKUS·미국·영국·호주 안보 동맹) 결성을 필두로 한 미국의 대 중국 압박 외교를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왕 부장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중국의 국가 상황에 부합하는 민주의 새 형태로 '전과정 인민민주'를 제기했다며 "인민의 이익을 중심에 둔 민주"라고 설명했다.
발리 민주주의 포럼은 민주주의 증진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2008년부터 인도네시아 정부 주도로 개최되고 있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고위급 포럼이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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