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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스케일업] 파코웨어(2) 메타버스 꿈 꾸기 전에 '어떤 세상' 만들고 싶은지 정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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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케일업 X 대구대학교 창업도약패키지] 파코웨어 (2)

메타버스, 어떤 세상을 만들고 싶은 것인가?

메타버스를 꿈꾼다고?

스타트업이란 새로운 방식, 새로운 제품으로 세상의 변화에 도전하는 집단을 말한다. 따라서 스타트업의 꿈은 원대하고 혁신적이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가 실제로 만나는 스타트업 대부분은 너무나도 현실적이며 겸손한 꿈을 가졌다. 그런 필자가 오늘은 무려 ‘메타버스를 꿈꾼다’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너무도 겸손하지 못한 이들 '파코웨어'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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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코웨어, 겸손하지 못한 이들을 만나 고민하는 필자. 출처 = 인사이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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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컬러링월드’라는 메타버스 플랫폼을 만들고자 한다. 컬러링을 통해 자신만의 캐릭터(아바타)를 만들면, 그 캐릭터가 가상 세계에서 돌아다니며 자신의 집도 꾸미고 친구와 만나기도 한다. 물론 그 안에는 게임도 있고 포인트를 얻기 위한 미션도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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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플랫폼 컬러링월드의 개요. 출처 = 파코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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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그들의 원대한 꿈에 대해 얘기를 들어봤다. 그들의 목표고객은 4~9세 어린이이며, 아이들이 좋아하는 ‘컬러링’을 통해 캐릭터를 직접 창출하고 대화와 게임을 즐기고 자신만의 공간을 만드는 파라다이스를 만들고자 한다.

게다가 엄마들이 '아이가 얼마나 게임에 심취하는지' 보기 위한 '보호자 관찰 모드'라는 파격적(?)인 기능을 제공한다. 마인크래프트, 로블록스 등 요즘 어린이들이 빠져 있는 메타버스 플랫폼과 컬러링 월드를 비교한 비교표도 친절하게 제시하고 있다. 그들의 사업계획서를 보면 모든 항목에서 다르다고 주장한다. 정말 그런가? 그런데 왜 필자는 뭐가 다른지 이해가 되지 않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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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러링월드와 타 메타버스플랫폼과의 비교. 출처 = 파코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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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 플랫폼은 작동할 것인가?

이임복 세컨드브레인 대표는 메타버스가 일반 게임과 다른 점을 3가지로 정의한다. 첫째는 높은 자유도이다. 정해진 미션, 루트도 없고 가만히 있던, 말을 걸든, 건물을 짓든 말 그대로 사용자 마음대로 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는 소셜이다. 다른 플레이어와 소통하고 연결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셋째는 수익화다. 메타버스 플랫폼에 참여하는 플레이어는 물론이고 이들에게 서비스와 콘텐츠를 제공하는 공급자 또한 수익을 창출 할 수 있어야 한다.

파코웨어가 계획하고 있는 컬러링월드는 이런 요건을 갖추고 있을까? 첫째, 자신이 캐릭터를 창출하고 돌아다니게 할 수 있으므로 높은 자유도는 충족된다. 둘째, 자신이 그린 그림과 공간에서 친구를 만나고 소통하므로 소셜이라는 조건 또한 충족된다. 셋째, 플레이어는 일련의 미션을 실행하여 포인트를 얻을 수 있고 자신이 컬러링한 작품(?)을 거래할 수도 있다. 플랫폼 운영자(파코웨어)는 프리미엄 기능과 광고를 통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언뜻 이 또한 충족한것으로 보이지만 뭔가 빠진게 있다.

일련의 미션, 즉 아이들이 참여하고 즐기는 게임과 같은 콘텐츠는 누가 제공하는가? 플랫폼 운영자가 단독으로 제공하는가? 그렇다면 뭔가 큰 착각에 빠져 있는 것이다. 메타버스건 무엇이건 간에 사용자가 모이고 활동을 지속하게 하는 힘은 다양한 콘텐츠(게임이든, 영상이든)에서 나온다. 다양한 콘텐츠를 어떻게 누가 어떻게 공급하겠다는 것이며 그들에게 어떤 수익을 제공할 것인지 컬러링 월드에서는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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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코웨어 컬러링 월드. 출처 = 파코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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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개의 조건 중 두개나 충족했으니 훌륭하다 말해주고 싶지만 필자는 세번째 조건인 수익화가 비즈니스의 전제이므로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특히 콘텐츠 공급자의 부재는 메타버스 구축의 핵심을 놓친 것이다. 이게 왜 핵심인지 조금 더 풀어보자.

아이는 과연 얼마나 그 안에서 놀 것인가?

독자 여러분에게 6세 아이가 있다고 치자. 그 아이가 스마트폰 앱으로 컬러링을 한다. 컬러링을 통해 완성한 사자가 메타버스 공간 안에서 뛰어다닌다. 아이가 신기해 한다. 여기 저기 움직이다 귀가 유난히 큰 토끼를 만났고 반가운 마음에 말을 걸어본다. 우리 아이나 저쪽 아이나 문자입력이 서투르니 이모티콘 몇 개 서로 날려주다 헤어진다. 심심하다. 집어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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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코웨어 애니블록. 출처 = 파코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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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이런 사용자 시나리오가 파코웨어에게 낯선 모습이 아닐 것이다. 그들의 제품 애니블록에서 이미 이런 현상을 충분히 겪었을 테니까.

이미 시장에서 10억 원에 가까운 매출을 올리고 있는 파코웨어의 애니블록은 모바일 앱과 연동된 제품이다. 아이가 블록을 완성하면 이를 스마트폰으로 촬영하고, 그에 대한 보상으로 앱에 해당 캐릭터가 생성되며 AR게임으로 연결된다. 하지만 게임이 단순해 얼마 지나지 않아 아이의 관심은 다른 곳으로 옮겨간다.

한정된 콘텐츠가 불러오는 결과는 늘 이렇다. 필자는 파코웨어가 또 한번의 같은 실수를 하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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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코웨어 애니블록. 출처 = 파코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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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콘텐츠가 메타버스의 핵심성공요소

메타버스의 핵심 성공 요소는 누가 뭐라 해도 현실과 같은, 혹은 현실을 뛰어넘는 다양한 고객 경험의 제공이다. 나의 아바타가 사람을 만나고 보고 참여해 즐길 것이 많아야 한다는 뜻이다. 그 콘텐츠는 플랫폼 운영자가 아니라, 그 플랫폼에 참여해 수익을 창출하고자 하는 다양한 공급자로부터 나온다.

파코웨어가 경쟁자로 지목한 로블록스는 어떨까? 이른바 메타버스 신드롬을 불러온 로블록스에는 700만 명의 개발자(공급자)가 활동한다. 개발 툴 로블록스 스튜디오를 통해 1,800 만 가지 이상의 콘텐츠를 공급하고 있다. (연간 3만 달러 이상의 수익을 창출한 개발자는 800여 명 밖에 안된다는 것은 함정이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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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블록스의 실적. 출처 = 로블록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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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코웨어가 정말 메타버스 플랫폼을 구축하고 싶다면, 가장 중점을 두고 고민해야 할 문제는 '콘텐츠를 생성하고 공급할 개발자'와 '크리에이터를 위한 생태계 구축'이다. 그래야만 아이들이 떠나지 않을 테니까.

컬러링, 정말 매력적인가?

또 하나 깊이 생각해 봐야 할 것은 ‘왜 컬러링인가’에 대한 문제다. 왜 컬러링을 선택했냐는 질문에 이인규 대표는 ‘컬러링북이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유아 콘텐츠’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통계가 그렇다니 할말은 없지만, 한 가지 생각해 봐야 하는 것은 아이들이 컬러링북을 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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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러링 월드를 즐기는 모습. 출처 = 파코웨어


아이들은 컬러링 그 자체를 즐기기 보다는 컬러링의 대상, 즉 자신들이 좋아하는 옥토넛, 뽀로로, 아이언맨과 같은 캐릭터가 좋아서 사는 것이 아닐까? 아이들은 옥토넛이 좋아서 컬러링을 하려는 건데 동화책에서 본 듯한 사자, 호랑이, 토끼의 그림을 줘도 즐겁게 컬러링을 할 것인가? 적어도 우리집에 계신 7세 아동은 아이언맨과 스파이더맨 이외에는 컬러링 하지 않으신다.

애니블록이라는 소중한 자산을 활용하라

파코웨어에게는 지금까지 누적 판매액 20억 원에 달하는 고유의 상품, 애니블록이 있다. 그리고 수많은 어린이들이 엄마(혹은 아빠)의 스마트폰을 통해 애니블록 앱 사용자로 유입되어 있다. 이미 확보된 이 자원은 매우 소중하며 반드시 활용하는 것이 좋다. 필자는 현재 확보된 이 상품과 고객, 네트워크 등 파코웨어가 쌓아온 핵심 자산을 활용한 비즈니스모델을 제언코자 한다.

애니블록의 학습적 가치를 더하라

블록이라는 놀이는 아이들의 창의력을 높인다고 한다. 그래서 부모는 아이가 스마트폰으로 유튜브를 보거나 게임을 하기 보다는 애니블록과 같은 놀이를 하길 바란다. 그렇다면 이런 블록 놀이를 통해 도형 뿐만 아니라 수리, 알파벳 등 보다 다양한 학습을, 그것도 즐겁게 할 수 있다면 어떨까? 욕심의 끝이 없는 부모를 위해 블록에 담긴 학습의 가치를 확장할 것을 제언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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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블록을 즐기는 모습. 출처 = 파코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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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은, 파코웨어 혼자서 이 모든 학습용 블록을 제공하라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애니블록의 도안과 블록에는 고유의 규격이 있다. 이 고유 규격을 공유하고 다양한 블록 제공에 참여할 파트너를 찾아야 한다. 또한 규격 외에도 스마트폰 이미지 인식을 통해 포인트 시스템을 공유할 수 있다면 더 폭 넓은 파트너와 제휴할 수 있게 된다.

학습의 결과를 포인트로 연결하라

블록 조립에 다양한 학습을 결합하면, 일단 부모에게 구매의 확실한 이유를 만들어준다. 다만 아이에게는 블록이 재미있는 놀이라기 보다 지겨운 학습이 되어 버릴 가능성이 크다. 이때 아이들에게 동기부여가 되어 주는 포인트가 필요하다. 블록에서 미션을 완수 한 후 모바일 앱을 통한 이미지 인식으로 포인트를 보상하되, 그 포인트는 파코웨어가 꿈꾸는 메타버스의 콘텐츠 사용 수단으로 이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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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블록을 즐기는 모습. 출처 = 파코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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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공급자와 함께 만드는 애니블록월드

애플의 아이폰이 앱 공급자의 생태계를 구축하고 앱스토어를 열었듯이, 파코웨어가 메타버스를 하고 싶다면 메타버스라는 공간을 설계한 후 여기에 콘텐츠를 제공할 공급자의 참여를 설득해야 한다. 그들이 어떤 형태, 어떤 범위의 콘텐츠를 공급할지, 콘텐츠의 제작과 전달은 어떻게 할지, 공급에 따른 이익은 무엇인지 명확치 않으면 공급자의 참여는 어려워진다. 그 공급자가 되어줄 업체는 게임업체, 에니메이션, 동영상, 어린이학습 등 다양한 콘텐츠업체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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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코웨어에 제언하는 비즈니스모델. 출처 = 인사이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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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파코웨어의 원대한 꿈은 좋다. 하지만, 그 꿈을 향한 현실적 계획이 있을 때에만 가치가 있다. 메타버스 플랫폼이라는 원대한 꿈을 위해 보다 멀리 보고, 차근차근 단계별로 접근하기 위한 로드맵을 만들고 실행해야 한다. 또 하나, 그 원대한 꿈에는 ‘우리가 어떤 세상을 만들고 싶은 것인가’에 대한 철학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성공하기 어렵다고 본다.

휴식 같은 게임을 표방하며 시장에 나온 닌텐도의 ‘동물의 숲’을 보라. 동물의 숲이 출시된 것이 무려 2001년인데, 그 때 이미 ‘아무것도 안해도 되는 게임'을 구상했다는 것은 아무리 봐도 대단한 발상의 전환이다. 아무튼 처음 출시된 닌텐도64, 닌텐도DS를 거쳐 현재의 닌텐도 스위치까지 그들이 만들고자 했던 휴식과 같은 세상은 변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철학이 사람들의 깊은 공감을 불러낸 것이고, 그 공감으로 지금의 메타버스까지 발전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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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당시 대통령 후보의 ‘모여라 동물의 숲’ 선거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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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을 잘 팔기 위해, 게임을 팔기 위해, 학습용 교재를 팔기 위해 메타버스를 구축한다는 것은 ‘손수건 팔려고 백화점 차리는 것’과 같다. 파코웨어가 진정 어린이에게 새로운 세상,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고 싶다면 먼저 자신에게 반드시 물어볼 것이 있다.

“파코웨어는 어떤 세상을 만들고 싶은 것인가?”

글 / 인사이터스컨설팅 황현철 대표 / 비즈니스모델 전문가

실전 비즈니스모델 컨설팅 전문가. 19년간 비즈니스 전략, 프로세스, 생산, 품질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현장 중심의 컨설팅을 수행했으며 이러한 경험을 토대로 대기업에서 스타트업까지 실체적 비즈니스모델 컨설팅과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본격 기업 극화 소설 '비즈니스모델러'의 저자이기도 하다.

민슬지 작가 / 비즈니스 스토리텔링 전문가

정리 / IT동아 차주경(racingca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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