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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SPO 현장]'근조' 저주까지 받았던 '초보 감독' 김상식, 우승으로 다 씻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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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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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전주, 이성필 기자] "FC서울도 그럴싸한 계획을 갖고 오겠죠. 두 골을 먹기 전까지는.” (FC서울과의 개막전 사전 인터뷰)

“(이)동국이가 빠따(야구방망이)는 안 가져왔더라. 집에 두고 왔는지.” (울산 현대와의 35라운드 사전 인터뷰)

'식사마' 김상식(45) 전북 현대 감독의 입담은 현재 K리그1, 2 22개 구단 중 최상위권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과거 전북을 이끌었던 최강희(62) 전 감독 체제에서 코치를 하면서 '봉동 이장'의 화법을 제대로 체험했고 이를 기반 삼아 감독 지휘봉을 잡은 뒤 분위기메이커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다소 무리수처럼 보이는 화법도 결국은 리그 흥행을 위한 재료다. 점잔한 자세만 취해 재미도 없고 화제도 만들기 어려운 K리그에서 김 감독의 존재는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입담과 성적이 비례하면 더 좋은 일, 김 감독은 전북 부임 1년 차에 어렵게 리그 우승을 품에 넣었다. 울산 현대와 승점 동률을 오가며 피나는 정신적 압박을 견뎠고 전북의 '우승 DNA'를 살려 사상 첫 5연패라는 금자탑을 세웠다.

초보 감독이라 명장 소리를 들으려면 시간이 필요한 김 감독이다. 하지만, 감독 데뷔 해에 우승은 분명 명장으로 가는 출발점이 되기에 충분하다.

김 감독에게는 기쁨과 시련이 분명하게 교차했다. 개막 후 13라운드 제주 유나이티드전까지 8승5무로 무패 가도를 달렸지만, 14라운드 수원 삼성전을 시작으로 16라운드 대구FC전까지 내리 3연패를 당하자 바로 '위기'라는 단어가 머리 위에 붙었다.

나름대로 선수, 전술 변화로 반전하며 상위권 싸움을 이어갔지만, 수원FC에 2무2패로 승점 3점을 수확하지 못했던 약점도 분명했다. 이 때문에 울산과 마지막까지 우승 경쟁을 불안하게 해야 했다. 파이널A 미디어데이에서 김 감독이 김도균 수원FC 감독에게 "깐부 맺자"라며 살살해달라고 부탁했지만, 결과는 무승이었다.

김 감독에게 첫 우승이 오기까지 가장 큰 위기는 아시아 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8강 탈락이었다. K리그 우승을 경쟁하던 울산을 넘지 못했다. 시련은 생각 이상이었다. 한때 리그와 FA컵, ACL까지 3관왕(트레블)을 노렸지만, 되는 것은 없었다.

일부 전북 팬이 검은색 현수막에 김 감독의 이름을 새기면서 '근조(謹弔)'라는 충격적인 단어로 사퇴를 종용했다. 초보 감독에게 과하다는 여론이 우세, 그나마 위안이 됐지만, 우승권 팀의 지휘봉을 잡으면 과거의 영광은 '어제 내린 눈'이나 다름없다는 냉엄한 팬심도 확인했다.

이동국의 은퇴 후 부재한 선수단을 묶어야 하는 어려움도 있었다. 구심점이 사라지면서 '형님'처럼 코치를 맡았다가 감독 자리에 오른 김 감독에게는 난이도 높은 도전이었다. 시즌 중 성적이 다소 부진하자 '특정 선수가 너무 분위기를 못 잡는다'라거나 '김 감독에게 찍힌 어떤 선수가 기회를 얻지 못한다'는 소문이 나올 정도였다.

그래도 선수들과 잘 털어내고 27라운드 FC서울전 4-3 승리를 시작으로 33라운드 제주 유나이티드전 0-0 무승부로 흐름을 이어갔고 파이널 라운드에 와서도 수원FC전만 패했을 뿐, 모두 이겼다. 특히 우승 분기점이었던 35라운드 울산전 종료 직전 일류첸코의 헤더골로 3-2 승리가 만들어지자 그라운드를 가로질러 선수들에게 뛰어가 엉기며 좋아했던 김 감독이다.

적어도 울산이 자멸하며 타이밍을 놓쳤어도 전북은 그렇지 않았다. 승리 본능이 필요한 순간에는 확실하게 깨어났고 김 감독도 환호했다. 제주와 최종전에서도 승리를 챙기며 선수, 코치, 감독 신분으로는 최용수 현 강원FC 감독 이후 두 번째로 우승을 모두 경험하는 기쁨을 누렸다.

김 감독이 2009년 전북과 인연을 맺은 뒤 넣어왔던 우승 본능이 다시 발휘된 사상 첫 통산 9회(2009·2011·2014·2015·2017·2018·2019·2020·2021년)이자 5회 연속 우승의 짜릿한 스토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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