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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인터뷰] 알 깨려는 전종서 "매 순간, 제 모든 것 쏟아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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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전종서가 영화 '연애 빠진 로맨스(정가영 감독)' 개봉을 기념해 매체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CJ E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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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씩 알을 깨고 세상 밖으로 나오고 있다. 거장이 택한 충무로 신데렐라에서 배우 전종서(27)로 자신만의 존재감을 뿌리 내리고 있는 행보. 강렬한 캐릭터 얼굴 뒤 미처 확인하지 못했던 천진난만한 미소가 여전히 신비로운 매력이 넘치는 전종서를 조금이나마 친근하게 만든다.

파격적인 연쇄살인마에 이어 지극히 현실적인 세계에 안착했다. 영화 '연애 빠진 로맨스(정가영 감독)'를 통해 생애 첫 로맨틱 코미디 멜로 연기에 도전한 전종서는 리얼리티 가득하지만 그래서 더 독특한 캐릭터로 '전종서가 하면 다르다'는 것을 또 한번 입증시켰다.

실제 술 한 방울 못 마시는 주량을 자랑(?)함에도 여느 말술 못지 않은 주사 연기로 영화의 8할을 완성했고, '데이팅 어플'은 커녕 소개팅 한번 해본 적 없는 '소극적 자만추(자연스러운 만남 추구)' 성향으로 가만히 듣고만 있어도 얼굴 붉어질 법한 발칙한 대사를 러블리하게 소화해냈다.

'연애 빠진 로맨스'는 전종서가 연기 잘하는 배우임을, 어떤 연기도 소화할 수 있는 배우임을 확인시켜주는 의미도 더한다. "좋은 의미로 싸구려 캔커피 같았다"는 전종서의 말처럼 이상하게 자꾸 손이 간다. 영화 속 자영을 넘어 배우 전종서에게 훅 빠질 법한 시간이다.

데뷔 초 "멜로는 절대 안 할 것이다"고 못 박았지만 단순 멜로가 아닌, '연애 빠진 로맨스'가 갖춘 단순한 자극이 전종서를 이끌었다. "요즘엔 데뷔 초와는 아예 다른 생각들을 하고 사는 것 같다"며 꺄르르 웃은 전종서는 번외 이벤트 같은 느낌"이라고 만족감을 표했다.

스스로는 "무슨 생각을 하며 사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하지만, 데뷔 3년만에 여우주연상을 수상할만큼 작품과 연기에는 늘 진심이다. 전종서는 "매 순간 전력을 다해 내 모든 것을 쏟아내려 했다. 그래서 내가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갈 수 있을지 나도 궁금하다"며 의미있는 물음표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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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전종서가 영화 '연애 빠진 로맨스(정가영 감독)' 개봉을 기념해 매체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CJ E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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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빠진 로맨스'로 오랜만에 극장에서 관객들과 만나게 됐다.

"완성된 영화가 리드미컬하게 잘 나온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 다만 지금까지 내가 보여드렸던 모습과는 다른 모습으로 많은 분들이 받아들여 주신 것 같아서 '어떻게 비춰질까'에 대한 우려 반 설레임 반이 있다."

-전종서의 '로코'는 의외의 선택으로 보였다.

"책 자체가 너무 재미있었다. 내가 앞으로 해나갈 챕터 중 하나의 캐릭터로 전작들과 상관없이 선택했던 작품이기도 하다. '콜'을 찍은 후 차기작에 있어서 많이 신중하게 선택을 하려고 했었던 때인데, 이 작품이 눈에 딱 보였다. 말랑한 이야기도 처음이고, 파트너와 길게 주고 받으면서 하는 연기도 처음이었는데, 매력적이었다."



-시나리오의 어떤 점에 매료됐나.

"이 영화는 시나리오를 처음 받았을 때 되게 맛있는 캔커피 같은 느낌을 받았다. 내가 많은 영화를 한 것은 아니지만, 기존에 선택해 왔던 작품들의 기준이 됐던 약간 자극성과 재미를 기반으로 조금은 번외가 될 수 있는, 이벤트성으로 가볍게 가져가 볼 수 있을 것 같더라. 나는 개인적으로 '연기는 자극적이어야 하고, 보는 사람들이 자극을 느껴야 한다는 기준으로 작품을 선택 해야지!'라는 마음이 컸다. '연애 빠진 로맨스'는 자극적이면서도 단순함이 함께 녹아 있었다. 좋은 의미로 맛있는 싸구려 커피 같았다."

-데뷔 초 인터뷰에서는 '멜로는 절대 안한다'고 확언했는데, 달라진 이유가 있을까.

"음…. 요즘엔 데뷔 초와는 아예 다른 생각들을 하고 사는 것 같다.(웃음) 뭔가 빌런이라고 해야 할까? 어떤 영화나 콘텐트에서 캐릭터를 선과 악으로만 나누는건 재미없는 이야기이긴 하지만, 흔히 받아들여질 때 그래도 악당 역할이 재미있다고 생각했다. '연애 빠진 로맨스'와 자영은 빌런을 다루진 않지만 조금은 독특하다고 생각했다. 오히려 이번 작품을 끝내고 다른 로맨스 작품도 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자영은 성(性) 이야기 등 모든 면에서 거침이 없어 보인다.

"자영이는 거침없이 연애를 하는 것 같지만, 그렇게 보이기만 하는 것 같기도 하면서 되게 많이 신중해 하는 친구다. 나는 모든 캐릭터를 연기할 때 보여지는 반대로 접근하려는 편인데, 이 작품과 자영이는 그 어떠한 한끗 차이로 다른 영화가 될 수도 있는 위험성이 있다는 것을 처음에 책을 받았을 때부터 우려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 부분을 조심하게 생각했던 것 같다. 거침없이 보이는만큼 겁이 많다. 뱉는 대사가 센 만큼 많이 보수적으로 가져가야 하는 행동적인 부분들도 있었다. 두 가지를 균형맞춰 가져가려고 했다"

-공감이 쉽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

"자영을 연기하면서 가장 조심하려고 했던 지점은 그냥 원나잇 하는 여자처럼 보일 것인지, 아니면 진지하게 마음을 주고 연애에 빠져드는 것이 겁이 나는 마음을 더 크게 보여줄지에 대해 중심을 잡는 것이었다. 자영이의 기승전결을 놓고 본다면 공감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많다. 실제 나와도 완전히 다른 캐릭터이기 때문에 더 그랬던 것 같다. 그래서 기반에 있었던, 이 남자에게 다이빙 하기 싫은 것, 마음을 활짝 열지 않는 것, 계속 재는 것, 남자에 대한 불신 같은 그런 것들을 조금 더 크게 가져갔려 했다."

-평생 안해봤던 말들도 많지 않았나.

"거의 대다수가 그랬다.(웃음) 분명히 대사가 재미있어서 이 책을 선택했는데, 문체를 대사화 시킬 때 조금 어색한 부분들이 생기더라. 정가영 감독님의 스타일대로 글을 쓴 건데, 지금은 감독님 잘 만들어 주셔서 자연스럽게 된 것이라 생각하지만 내가 처음 연기하면서 뱉을 때는 평소에 잘 사용하지 않는 말, 내 기준에서는 일상에서 벗어난 대사들이 많아 갸우뚱 갸우뚱 했다. 최대한 내 말투로 상황에 집중하면서 자연스럽게 연기하려고 했다."



-노골적이고 현실감 넘치는 대사들에 거부감이나 부담감은 없었나.

"그렇지는 않았다. 다만 실제로 친구들이나 누군가를 만났을 때 '이런 말투나 이런 대화가 과연 보편적인가?' 그런 생각은 했다. 그래서 대사 자체보다 중요하게 가져갔던 것은 상황이었다. 충분히 누구나 공감할 수 있었던 상황들의 연속이라 그것에 집중했다."

-자영 캐릭터를 만들고, 시나리오를 직접 쓴 정가영 감독과도 많은 이야기를 나눴을 것 같은데.

"사실 초반에는 자영을 두고 감독님과 나의 생각이 정반대였다. 감독님이 원하는 자영의 모습과 내가 그리고자 하는 자영의 모습이 많이 달랐다. 감독님은 '이랬으면 좋겠다'는 것을 명확하게 갖고 계신 분이고, 그만큼 알고 쓰셨을 것이고, 여성 감독이어서 여성 캐릭터에 대해 아주 디테일한 것들을 가져가고 싶어 하셨던 것 같다. 근데 나는 시나리오에 나와있는 것을 토대로 주어진 상황 안에서 '내가 해보고 싶습니다'는 쪽이었다."

-절충안은 잘 찾았나.

"지금 생각해보면 자영에 대한 감독님의 애착이 엄청났던 것 같다. 어쩌면 감독님의 일부일 수도 있겠다. 감독님은 감독님의 뜻대로 하고자 했던 부분들이 분명 있었지만, 나는 나대로 '이건 나 답지 않은데요?' '나라면 이럴 것 같지 않은데요?'라는 말들을 하게 되는 순간이 있었다.(웃음) 촬영이 진행되면서 그 모든 것들이 적당하게 잘 섞인 것 같다."

-손석구와는 어땠나.

"나와 잘 맞는 배우인 것 같다. 시크하고 재미있고.(웃음) 우리가 '선을 잘 타야한다'는 표현을 했는데 '조심하면서 가자'고 했던 부분들에 대한 생각이 같았다. 자칫하면 자영이 상황에 이입돼 조금 불쾌해 보일 수 있고, 우리를 응원하는 입장에서는 또 그것대로 불쾌할 수 있어 '어떻게 하면 잘 가져갈 수 있을지'에 대해 함께 많이 고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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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전종서가 영화 '연애 빠진 로맨스(정가영 감독)' 개봉을 기념해 매체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CJ E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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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본인과는 완전히 다른 캐릭터라고 했다. 어떤 점이 비슷하고 다른가.

"그래 보이지 않을 수 있지만 내가 좀 보수적이다. 고리타분하고 고지식하고 보수적인 부분이 있다. 자영이와는 완전히 상반된 스타일이다.(웃음) 만남에 있어서도 소극적인 스타일이다. 다들 한번씩은 경험한다는 소개팅을 해본 적도 한번도 없다. 소극적인 자만추다. 하하. 아! 평양냉면은 좋아한다."

-데이팅 어플에 대한 생각도 마찬가지겠다.

"맞다. 어플을 통해 누군가와 덥석 만나 밥을 먹고 하는 행동들이 내 일상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나는 사석에서 빕을 먹으려면 정말 많은 시간이 필요한 편이다. 술도 왜 그렇게 많이 마시는지 모르겠다."

-음주와는 거리가 먼 것인가.

"나는 소주 한잔도 못 마시는 주량이다. 주량이라고 할 것도 없다. 무슨 맛으로 먹는지도 모르겠고, 왜 마시는지도 모르겠다. 커피는 정말 좋아하는데, 알콜 해독 능력은 체질적으로 없는 것 같다. 근데 항상 보면 술자리에는 끝까지 있으려고 한다. 잘 있기도 한다."

-음주신은 굉장히 현실적이었는데.

"그것도 처음엔 술을 너무 물처럼 마셔서 감독님이 민감해 했다. 감독님은 되게 애주가인데, 나는 원체 술을 못 마시니까 술 마시는 사람 입장에서는 눈에 보이는 것들이 있었을 것 같다. 하지만 난 습관이 안돼 계속 물 마시듯 마시게 되고, 마시는 것을 신경쓰다 보면 대사를 잊고. 그게 중요한건 아니었지만, 경험해 보이지 않아서 부자연스럽다고 느껴지는 부분들이 많았던 것 같다."

-평소 외로움은 많이 느끼는 편인가.

"긴 시간 외로움과 불안감에 휩싸여 지냈었던 것 같기는 하다. 근데 요즘은 아니다. 어떤 변화가 있어서는 아니고, 그냥 진짜 경주마처럼 앞만 보고 계속 달려가고 있는 느낌이다. 그래서 '내가 잘 가고 있나?'라는 생각을 얼마 전 찍고 있었던 드라마 촬영 끝내고 되게 오랜만에 했던 것 같다. 외롭지는 않다."

-어떻게 보면 자극적인 작품을 계속 선택하고 있는 것인데, 스스로 '그래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개인적으로 갖고 있는 나만의 연기관은 일단 '재미'다. '이 영화가 재미있을 것 같고, 이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이 재미있을 것 같고, 보는 관객 분들이 재미있어 할 것 같다!'는 것을 '자극'이라고 표현드린 것이다. 나는 아무리 슬픈 영화도 슬픈대로 재미있어야 하고, 무서운 스릴러도 무서워서 재미있어야 한다는 주의다. 모든 콘텐트 자체는 재미를 기반으로 한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도 뭔가를 보고 싶을 때 '재미있나? 재미없나?' 그런 것부터 먼저 따지게 되니까. 그렇다면 나에 대한 콘텐트를 선택할 때도 비슷한 기준으로 보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재미가 내가 무언가를 선택하는데 있어 첫번째 기준이 되는 것 같다. 비단 영화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모든 선택에 있어 그렇다."

-데뷔 3년만 여우주연상을 수상할 정도로 안정적 행보를 걷고 있다. 지금 어디쯤 와 있다고 생각하나.

"나는 내가 '어디까지 갈 것이다, 언제까지 할 것이다, 여기까지 해보고 싶다'라는 목표치나 기준점을 갖고 있지는 않다. 다만 매 작품을 할 때마다 '여기까지는 쏟을 수 있겠다. 다 할 수 있겠다'는 마음으로 전력을 다한다. 이게 최선이랑은 또 다른 부분인 것 같다. 정말 내 모든 것을 다 쏟아버리는? 그렇게 일을 해온 것 같다. 연기를 일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지만.(웃음) 지금도 계속 그렇게 나아가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 그래서 지금 내가 어디쯤이라는 정답도 뚜렷하게는 없다."

조연경 엔터뉴스팀 기자 cho.yeongyeong@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조연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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