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레회’ 조직 등 20여년 인권운동
고용개선 관련법 제정 기여 공로
최영미 가사노동자협회 대표. 김정근 선임기자 |
최영미 한국가사노동자협회 대표(사진)가 25일 ‘국가인권위원회 설립 20주년’을 맞아 개최된 기념식에서 ‘2021년 대한민국 인권상’(국민훈장 동백장) 수상자로 선정됐다.
인권위는 “중앙행정기관, 교육기관, 지방자치단체, 시민사회단체 등에서 추천한 총 35개 단위의 개인·단체에 대한 심사를 거쳐 수상자를 선정했다”면서 “최 대표는 외환위기 이후부터 지금까지 가사노동자의 인권 향상을 위해 노력한 공로를 인정받아 인권상을 수상하게 됐다”고 밝혔다.
최 대표는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가사 돌봄 일자리 사업단인 ‘두레회’를 조직하고, 2006년에는 국내 최초로 가사노동자 실태조사를 했다. 2010년 돌봄노동자 법적 보호를 위한 연대체를 조직했으며, 2011년 국제노동기구(ILO) 가사노동자협약 비준 운동을 벌였다.
지난해부터는 21대 국회에 가사노동자법 발의를 요청하고 농성을 벌여 올해 6월 ‘가사근로자 고용 개선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는 데 기여했다.
최 대표는 학생운동을 하다가 1997년 외환위기 당시 50·60대 중년 여성 노동자들이 일터로 쏟아져 나오는 것을 보고 가사노동 현실에 대한 문제의식을 절감했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갑자기 길거리로 나온 중년 여성들이 무슨 직업훈련을 받았겠나. 밥하고, 아기 보고, 이게 직업 경험이라고 생각했는데 노동으로 인정이 안 되더라. 가사노동은 근로기준법으로도 보호받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시상식 영상을 통해 “그동안 가사노동자들은 내 힘으로 벌어먹는 당당한 노동자임에도 불구하고 일하다 다쳐도 내 돈으로 치료를 받아야 하고 일자리를 잃어버려도 실업급여를 받을 수 없는 그림자노동이었다”면서 “100가지 일을 다 할 수는 없겠으나 물꼬를 트는 것은 시작해보자. 반드시 하나라도 해야 한다는 급박함이 있었다”고 말했다.
시상식은 인권위 설립 20주년 기념행사가 열린 서울 중구 명동성당 꼬스트홀 문화관에서 진행됐다.
단상에 오른 최 대표는 상장을 수여한 문재인 대통령에게 “현장 가사노동자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식사 한 번 할 수 있게 해달라”고 했다. 최 대표는 기자에게 “저는 평범한 한 사람일 뿐이고, 현장에 있는 가사노동자들을 세워드리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 그렇게 얘기한 것”이라며 “원래는 편지를 전달하고 싶었는데 위험한 것이라고 오해해 뺏길까 봐 그렇게는 못했다”고 웃으며 말했다.
문 대통령은 축사에서 “인권위 설립을 위한 노력에 참여했던 한 사람으로서 감회가 깊다”면서 “시대 변화에 따른 새로운 인권 규범을 만들어 나가는 일에도 함께 역량을 모아야 한다. 20년 전 우리는 인권이나 차별 금지에 관한 기본법을 만들지 못했다”고 말했다.
송두환 인권위원장은 “앞으로도 인권을 최우선 가치로 두고 시대적 과제를 찾아내 앞장서서 감당하는 인권위가 되겠다”고 밝혔다.
강은 기자 e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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