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군이 사실상 묵인"…군 "예의 갖춰 문중에 이전 권유"
전두환 분향소 규탄 기자회견 |
(합천=연합뉴스) 박정헌 기자 = 경남 합천군에서 완산 전씨 문중이 전두환 전 대통령 분향소를 설치한 것과 관련해 시민단체가 철거를 요구하고 나섰다.
시민단체 '생명의 숲 되찾기 합천군민운동본부'는 25일 합천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군이 분향소 설치를 사실상 묵인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문준희 군수는 일해공원 분향소를 찾아 향을 피워 올리고 엎드려 절을 했다"며 "군청 공무원은 공공시설 불법점유를 이유로 철거통지를 하고 군청 최고 책임자는 보란 듯이 분향하는 모습에 소름이 돋는다"고 주장했다.
이어 "군이 겉으로 공식적 추도 하지 않는다면서 속으로 딴생각을 품었다는 것이 여실히 드러났다"며 "분향소를 사적영역에서 공적영역으로 옮기게 된 것은 군수와 국민의 힘 소속 군의원들 뒷배가 있었음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덧붙였다.
전날 문 군수는 일부 군의원들과 함께 분향소를 찾아 분향·조문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지역 시민사회 일각에서 군이 앞뒤가 다른 행보를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여론을 의식해 겉으로는 분향소를 불허하는 척하며 사실상 묵인·방조하는 행태라는 것이다.
이 단체는 "문 군수는 공원 명칭과 관련해 자신은 중재자이지 어느 편도 아니라고 누차 밝혔다"며 "이 말은 거짓으로 드러났으며 면담 요청도 수개월째 뭉개고 있어 군수에 대한 기대가 없어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문 군수의 법적·정치적 책임, 분향소 불법 설치 고발, 일해공원 명칭 변경을 위한 지명제정 주민발의 등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합천 전두환 분향소 |
이와 관련해 합천군은 군민 정서를 고려해 강제 철거보다 자진 철거를 권유 중이라는 입장이다.
주민 휴식과 산책을 위한 공공장소에 분향소를 설치한 만큼 분향소 설치를 불허했으며 문중이 이를 따르지 않자 자진 철거 명령도 했다.
군 관계자는 "문중에서 일해공원에 분향소를 설치한다고 말했을 때 생가에 하라고 권유했다"며 "공식적 추도를 위해 분향소를 묵인하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이어 "문 군수는 어제 수상태양광 행사 참여 뒤 돌아오는 길에 현장을 잠시 들른 것뿐"이라며 "고인에 대한 예의를 갖추면서 문중에 분향소 이전·철거를 권유했다"고 덧붙였다.
분향소가 설치된 일해공원은 2007년 전두환 전 대통령 아호 '일해(日海)'를 따 이름을 지어 14년째 찬반 논란에 휩싸여 있다.
분향소에는 전 전 대통령 영정과 함께 조화가 놓였다.
80대 문중 관계자는 "집안 어른이 돌아가셨는데 군수 허락을 받고 장사를 지낼 순 없다"며 "전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자세히 알지 못하고 다른 의도도 없으며 그저 집안의 어른이라 분향소를 설치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자세히는 모르지만 조문객들이 꽤 오는 편"이라며 "시민단체도 문중에서 하는 일에 대해 이래라저래라 간섭하면 안 된다"고 덧붙였다.
home122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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