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광주광역시 북구의 한 장례식장에 5·18민주화운동 당시 부상을 입은 고 이광영씨의 빈소가 마련돼 있다. 그는 5.18 당시 계엄군이 쏜 총에 맞아 하반신이 마비된 채 고통 속에서 살아가다 지난 23일 숨진 채 발견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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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광주 북구의 한 장례식장. 5·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이 쏜 총에 부상을 입은 뒤 고통에 시달리다 68세를 일기로 스스로 삶을 마친 이광영씨는 사진 속에서 환한 표정 이었다. 이씨의 부인과 딸은 조문을 온 고(故) 조비오 신부의 조카인 조영대 신부의 위로에 눈물을 쏟았다.
조 신부는 “지난 41년간 이씨는 온 몸에 엄청난 십자가를 품고 사셨다. 너무 고통스러웠을 것”이라면서 “5·18학살 책임자인 전두환의 죄는 하늘에서라도 심판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전직 대통령 전두환씨가 숨진 지난 23일 오후 4시쯤 자신의 고향인 전남 강진의 한 저수지에서 숨진채 발견됐다. 경찰과 유가족은 이씨의 사망시각을 23일 새벽으로 추정하고 있다. 유가족은 작성시간이 ‘2021년 11월 22일 오후 4시’라고 적힌 이씨의 유서도 공개했다.
봉투 겉면에 ‘나의 사랑하는 가족에게’ 라고 쓴 유서에는 이씨의 고통이 그대로 묻어났다. 이씨는 “나의 이 각오는 오래전부터 생각해 온 바, 오로지 통증에 시달리다 결국은 내가 떠나감이다”라고 적었다. 5·18당시 계엄군이 쏜 총알이 척추에 박힌 이씨는 평생 휠체어 생활을 하며 고통 속에 살아왔다. 최근에는 통증이 더욱 심해졌다는 게 가족들의 증언이다.
24일 광주광역시 북구의 한 장례식장에 5·18민주화운동 부상을 입은 고 이광영씨의 빈소가 마련돼 있다. 그는 5.18 당시 계엄군이 쏜 총에 맞아 하반신이 마비된 채 고통 속에서 살아가다 지난 23일 숨진 채 발견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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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 장애를 입었지만 이씨는 5·18 진상규명 활동에 적극적이었다. 이씨의 동생 광성씨(60)는 “형님은 전두환이 대통령이었던 시절부터 5·18진상규명에 앞장서 왔다”면서 “수차례 수사기관에 끌려가 고초를 당하고 가택연금과 협박을 당했다”고 전했다.
이씨는 최근까지도 5·18 책임자 규명이 더딘 상황을 한탄해 왔다고 한다. 광성씨는 “발포명령자도 나오지 않고 책임자도 나서지 않는 상황에서 진상이 역사 속에 묻히고 있는 상황을 원통해 하셨다”면서 “요즘엔 체념하시다시피 했다”고 말했다. 유서에서 이씨는 “5·18에 원한도 없으려니와 작은 서운함들은 다 묻고 가니 마음이 홀가분하다”고 적었다.
광성씨는 “천벌을 받아야 할 전두환 같은 사람들은 천수를 누리고 피해자들은 형님처럼 고통 속에서 살다 죽는다”면서 “신이 있긴 있는 것이냐”며 울분을 삼켰다. 이씨의 장례는 가족장으로 진행되며 오는 26일 발인을 거쳐 국립 5·18민주묘지에 안장될 예정이다.
글·사진 강현석 기자 kaj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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