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민주화운동과 관련해 고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전직 대통령 전두환씨가 지난해 4월 광주지법에 출석하자 오월 어머니회 회원들이 전 씨의 재판이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다. 김창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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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5·18민주화운동과 관련해 한마디 사과도 없이 숨진 전직 대통령 전두환씨의 장례를 정부가 예우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광주시민단체협의회는 23일 성명을 내고 “전두환이 차가운 감방에서가 아니라 편안한 집에서 천수를 누리다 죽었다”면서 “독재자가 온갖 부귀영화를 누리며 편안히 잠들 수 있었다는 것 자체가 대한민국의 불행이고 부끄러움”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광주는 전두환의 이 뻔뻔하고도 편안한 죽음에 분노한다”면서 “그는 그 순간까지 자신의 학살 명령 행위를 부정했고 5·18 당시 헬기 사격의 증언자 조비오 신부를 사탄이라고 칭하며 5·18을 능멸했다”고 지적했다.
전씨 장례를 정부가 예우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도 분명하게 밝혔다. 이들은 “법의 이름으로 국가장과 국립묘지 안장을 추진한다면 현 정부를 민주주의 파괴 정부로 규정하고 투쟁할 것”이라며 “국민을 대표하는 대통령의 이름으로 조화조차 보내지 말라”고 경고했다. 이와 함께 “현 정부가 5·18 정신을 헌법에 담겠다고 약속한 만큼 정치권은 하루빨리 5·18 정신을 헌법 전문에 담는 것을 합의하고 여전히 왜곡과 폄훼가 끊이지 않는 5·18의 진실 규명을 위해 나서라”고 촉구했다.
민주노총 광주본부도 성명을 내고 “노태우 국가장 결정으로 많은 국민들의 지탄을 받은 문재인 정부에게 경고한다”며 “전두환의 죽음에 침묵하라”고 국가장 반대 의사를 밝혔다. 또 “아직 규명되지 못한 사실이 그의 죽음으로 묻히게 돼선 안 된다”며 “늦었지만 철저한 조사로 광주시민 학살에 대한 진상규명을 올곧이 역사에 기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교조 광주지부도 “전두환을 향한 국가 차원의 그 어떤 예우와 지원에 대해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다”며 “정부는 노태우 때의 과오를 다시 범하지 말라. 학살자에 맞서 생명과 민주주의를 위해 피와 땀과 눈물을 흘려온 시민들을 모독하지 말라”고 밝혔다. 이어 “오히려 끝까지 사죄와 일말의 뉘우침 없이 생을 마감한 학살자로 인해 발생한 폐해를 공동체에 널리 알리고, 기록·교육해 같은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용섭 광주시장은 “역사의 죄인 전두환이 오월 영령들과 민주시민들에게 끝내 사과 한마디 없이 5·18 진실에 대해 굳게 입을 닫은 채 생을 마감했다”면서 “반성과 사과 없는 죽음에 광주시민은 울분과 분노가 앞선다”고 말했다. 이 시장은 “죽음이 결코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면서 “광주시민은 전두환의 국가장 등 어떠한 국가적 예우도 반대 입장임을 분명히 밝힌다”고 했다.
강현석 기자 kaj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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