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5·18 재판 중단… 추징금 956억도 환수 어려워

전두환 전 대통령이 23일 사망했다. 지병을 앓아온 전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8시40분께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에서 숨졌다. 사진은 지난 8월 9일 광주에서 열린 항소심 재판에 출석한 전씨가 25분만에 건강 이상을 호소하며 퇴청하는 공식 석상에 노출된 마지막 모습. /연합뉴스

전두환(90) 전 대통령이 23일 별세했다. 그가 피고인 신분으로 출석하던 5·18 형사재판은 중단될 전망이다. 미납 추징금 956억원 역시 고스란히 사회적 빚으로 남게 됐다.

23일 광주지법 형사1부(부장 김재근)는 오는 29일 고(故) 조비오 신부에 대한 사자명예훼손 혐의를 받는 전 전 대통령에 대한 항소심 결심공판을 앞두고 있었다. 그러나 형사소송법에 따라 재판부는 공소기각 결정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형사소송법 328조는 피고인이 사망했을 때 공소를 기각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박사는 “피고인이 사망했을 때 어떠한 형벌을 가할 수가 없으므로 선고하지 않고 소송을 종결한다”며 “현재까지 진행된 재판은 법정 기록으로만 남게 된다”고 설명했다.

전 전 대통령은 2017년 펴낸 자신의 회고록에서 5·18 당시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조비오 신부를 가리켜 ‘신부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해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지난해 11월 30일 1심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으나 검찰과 피고인 양측 모두 항소하면서 항소심이 진행 중이었다.

다만 민사 소송은 소송 당사자 승계 등을 통해 재판이 계속될 수 있다. 5·18 관련 4개 단체와 조비오 신부의 유족 조영대 신부가 전 전 대통령과 아들 전재국씨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고, 1심에서 일부 승소한 후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민사 소송의 경우 피고가 사망해도 그 유족을 대상으로 재판 진행이 가능하다. 해당 재판에서 1심 재판부는 북한군 개입, 헬기 사격 등 회고록에 기술된 23가지 주장을 객관적 근거 없는 허위사실이라고 보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

◇”미납 추징금, 사실상 환수 어려워”

전 전 대통령의 미납 추징금을 환수 중인 검찰은 23일 기준 전체 추징금 2205억원 가운데 57%인 1249억원을 환수했다고 밝혔다. 1997년 판결로 추징금이 확정된 후 24년이 지났으나 아직 미납 추징금 약 956억원이 남았다. 이는 전 전 대통령의 사망에 따라 받을 길이 없어졌다. 추징금은 법정 상속분도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검찰은 향후 미납추징금 집행 가능성에 대해 관련 법리 검토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전 전 대통령의 미납 지방세 역시 받기는 어려워 보인다. 전 전 대통령은 2014~2015년 아들 재국·재만씨 소유의 재산을 공매 처분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지방소득세 등 5억3699만원을 내지 않으면서 고액 체납자 명단에 처음으로 이름을 올렸다. 이후 가산금이 불어 현재는 9억7000만원에 이른다.

세금은 죽어서라도 갚아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유족이 망자를 대신해 내야 하지만 유족이 상속을 포기할 경우 세금 납부 의무가 없어진다. 그 경우 세무당국은 망자의 재산을 공매 처분해 최우선적으로 세금을 징수하게 된다. 다만 그동안 검찰 등 관계당국이 이미 전 전 대통령 재산을 추적하고 몰수해 서울시가 체납 지방세를 받을 가능성이 낮다.

박경선 변호사(법무법인 YK)는 “전 전 대통령의 유산 중 빚이 더 많을 것으로 보이는 만큼 유족이 상속 포기 또는 한정 승인을 할 것으로 보인다”며 “전 전 대통령의 재산이 29만원이라고 한다면, 유족이 한정승인을 했을 때 서울시를 포함한 채권자들은 29만원에 한해서만 돈을 받을 수 있는 권리가 생긴다. 상속인에게 추가 청구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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