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아프가니스탄 여성이 지난 20일(현지시간) 세계식량기구(WFP)로부터 지원금을 받기 위해 카불의 한 거리에서 대기하고 있다. 카불|AP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탈레반이 여성 연기자의 드라마 출연을 금지하는 등의 내용이 포함된 미디어 지침을 발표했다. 지침에는 여성의 방송 활동을 제한하고 이슬람 규율에 반하는 내용이 들어간 TV 프로그램 방영을 금지하는 내용이 담겼다. 여성 인권과 표현의 자유 수준이 1기 탈레반 점령 시절로 돌아갈 것이라는 우려가 사실로 확인되고 있는 것이다.
파지와크아프간뉴스 등 현지언론들은 21일(현지시간) 탈레반 토후국의 ‘도덕 경찰’ 역할을 하는 미덕증진·악행방지부(악행방지부)가 여성 배우가 출연한 TV 드라마 방영을 금지하는 등 8가지 새로운 미디어 종교규칙을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새 지침에 따르면 기자 등 여성이 방송에 출연하려면 머리카락을 가리는 히잡을 착용해야 한다.
탈레반이 발표한 미디어 지침에는 표현의 자유 침해 소지가 있는 내용도 포함됐다. 탈레반은 샤리아법(이슬람 율법)이나 이슬람 가치에 위배되는 TV 프로그램 및 영화의 송출을 금지했다. 외국 문화 및 전통을 조장하는 영상물도 방영할 수 없다. 이슬람교나 아프간에 대한 모욕적인 내용이 담긴 예능 프로그램 방영도 제한했다. 이슬람교 창시자 모하메드 등 종교 지도자가 나오는 영화나 TV 프로그램도 송출할 수 없다. 또한 TV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남성은 가슴에서 무릎까지 신체를 가려야 한다.
악행방지부는 “샤리아에 따른 아프간 가치 원칙에 위배되는 비디오 방송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며 지침을 만든 이유를 밝혔다. 하키프 모하지르 악행방지부 대변인은 이번 지침이 법적 의무 사항은 아니지만 방송국들은 지침을 준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프간 내부에서는 갑작스레 발표된 미디어 지침에 대한 반발 여론이 들끓고 있다. 아프간 언론인 후자툴라 무자디는 B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일부 규칙은 비현실적이며, 이 법이 시행될 경우 방송국이 강제로 문 닫게될 여지가 남는다”고 우려했다. 아프간 기자들은 지침이 모호해 탈레반이 자의적으로 상황을 해석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앞서 탈레반은 1기 통치 시절(1996~2001년) 오락 목적의 TV 프로그램 방영과 영화 상영을 전면 금지했다. TV 프로그램이나 영화 시청 적발시 매질 등의 방식으로 처벌했다. 하지만 탈레반이 물러간 이후 지난 20년간 아프간 방송국들은 노래 경연대회, 수입 드라마 등을 자유롭게 송출해왔다. 아프간에는 이 시기 동안 톨로뉴스 등 민간언론도 다수 생겼다.
학업, 일터에 더해 미디어에서까지 여성 활동이 제한되면서 여성 인권 시계도 20년 전으로 되돌아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탈레반 고위인사 와히둘라 하시미는 지난 9월 샤리아법에 따라 여성이 정부 부처와 은행, 미디어 기업 등에서 일할 수 없다고 밝혔다. 탈레반은 여성 학생은 의무적으로 히잡을 써야 하고, 남성 교사와의 대면수업을 할 수 없다는 교육 정책을 발표하기도 했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 [뉴스레터] 식생활 정보, 끼니로그에서 받아보세요!
▶ [뉴스레터]교양 레터 ‘인스피아’로 영감을 구독하세요!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