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6 (화)

이슈 프로배구 V리그

선수에게 휘둘리는 IBK기업은행, 애꿎은 감독만 경질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주장·코치 무단 이탈 후 서남원 감독-윤재섭 단장 경질

연합뉴스

IBK기업은행 조송화
[한국배구연맹(KOVO)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코치와 선수가 팀을 무단으로 이탈했는데, 정작 감독이 경질되는 비상식적인 일이 벌어졌다.

여자 프로배구 IBK기업은행은 21일 공식 입장문을 내고 "팀 내 불화, 성적 부진 등 최근 사태의 책임을 물어 서남원 감독과 윤재섭 단장을 경질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팀 내 불화를 키운 것은 무단으로 이탈한 세터 조송화와 갑작스레 이탈한 뒤 복귀한 김사니 코치인데, 구단은 그 책임을 서 감독에게 물었다.

조송화에게는 상응한 조처를 할 것이라고 했지만, 김사니 코치에 대해서는 "사의를 반려하고 팀의 정상화를 위해 힘써달라고 당부했다"고 전했다.

배구계에서는 김 코치가 감독대행으로 승격될 것이라는 소문이 무성하다.

설사 감독대행이 되지 않더라도 이미 항명을 일으킨 김 코치와 함께하려는 지도자를 과연 외부에서 데려올 수 있을지 의문이다.

IBK기업은행은 지난 시즌에도 불화설이 끊이지 않았다. 몇몇 고참 선수들을 중심으로 팀 내에 파벌이 형성됐다.

김우재 전 감독은 훈련에 불성실한 고참 선수들 대신 의욕적인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줬다.

이에 고참 선수들은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시했다. 태업성 플레이로 일관했다. 팀 동료들의 도움을 받지 못한 안나 라자레바는 눈물을 쏟으며 뛰었다.

지난 시즌 리그 최고의 외국인 선수 라자레바가 떠난 올 시즌 IBK기업은행은 최하위로 추락했다.

연합뉴스

IBK기업은행 김사니 코치
[한국배구연맹(KOVO)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IBK기업은행은 지난 시즌 서브 리시브 효율이 리그 최하위였다. 리시브가 안 되니 센터진은 있으나 마나였다.

거의 전적으로 라자레바의 '원맨쇼'에 의지해 리그 3위를 차지했다. 라자레바가 떠난 올 시즌 IBK기업은행의 추락은 예정된 수순이었다.

김 전 감독은 세터 조송화를 비롯해 몇몇 고참 선수들의 트레이드를 구단에 강력히 요구했다.

리빌딩을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고참 선수들 때문에 어린 선수들이 기를 펴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IBK기업은행은 김 전 감독의 요청을 경청하는 대신에 재계약을 포기하고 새 사령탑으로 서남원 감독을 선임했다.

파벌은 그대로 남았고, 고참 선수들은 김 전 감독을 쫓아내는 데 성공했다고 믿었다.

선수들이 자신들 맘대로 감독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환경에선 어떤 사령탑도 성공할 수 없다.

배구판에서 알아주는 '덕장'인 서 감독도 마찬가지였다.

서 감독이 서브 리시브 훈련을 강도 높게 시키자 고참 선수들의 불만이 터져 나왔다.

서 감독은 지난 12일 KGC인삼공사전에서 경기 도중 작전타임을 불러 세터 조송화에게 "웬만하면 (오버핸드로) 토스해. 왜 자꾸 언더(토스) 해"라고 지적했다.

그러자 조송화는 감독과 눈도 마주치지 않고 "알겠습니다"가 아닌 "실수요"라며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IBK기업은행의 주장이자 주전 세터 조송화는 지난 16일 페퍼저축은행과의 원정경기 이후 팀 훈련에 참여하지 않았다.

조송화와 함께 팀을 이탈하며 '사퇴 의사'를 밝힌 김사니 코치는 생각을 바꿔 팀에 합류했다.

그 사이에서 조정자 역할을 해야 할 구단 프런트는 문제를 방치하거나 일부 고액 연봉 선수들의 편을 들며 오히려 갈등을 키웠다.

곪을 대로 곪은 종기를 제대로 도려내지 않으면 이와 같은 사태는 또다시 반복될 수 있다.

IBK기업은행은 문제를 직시하는 대신 서 감독을 경질하며 오히려 사태를 회피했다.

눈 밝은 배구 팬들이 이를 모를 리 없다. 실망하는 배구 팬들이 늘어나면 리그도 공멸한다.

연합뉴스

경질된 서남원 전 IBK기업은행 감독
[한국배구연맹(KOVO)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changyong@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