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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연애 빠진 로맨스' 우리, 자영? 성인용 야설 같은 15금 로코

아시아경제 이이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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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연애 빠진 로맨스' 우리, 자영? 성인용 야설 같은 15금 로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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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이슬 기자] *본 기사에는 일부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음. 자영(전종서 분)은 이전의 연애에 씁쓸한 뒷맛을 다시며 술을 들이켠다. 외로움과 밀려드는 욕망에 물 좋다는 동호회를 찾지만 만나는 남자는 마마보이 아니면 유부남 사기꾼이 전부다. 실망도 잠시, 요즘 '핫'하다는 데이트 앱 세계에 발을 들이고, 상대를 찾아 나선다.

잡지사에서 일하는 우리(손석구 분)는 편집장으로부터 19금 칼럼을 쓰라는 지시를 받고, 데이트 앱에 가입한다. 우리는 한때 소설가를 꿈꿨지만 사회생활은 험하기만 하다. 결국 등 떠밀려 맡게 된 칼럼에 필요한 경험을 구하기 위해 여성과 만남을 기다린다.

데이트 앱을 통해 자영과 우리는 설 명절 아침 만난다. 평양냉면을 먹으며 행복해 하는 자영과 달리 우리는 "행주를 담근 물" 같다며 투덜거린다. 그러거나 말거나 자영은 "음식 남기면 안 된다"며 옆자리 손님이 남기고 일어선 수육을 집어 든다. 그날 밤, 동침한 두 사람은 이후 계속해서 서로를 원한다.

사랑의 상처로 직장을 잃고 아빠가 운영하는 빵집에서 일하는 자영에겐 자신의 일 만큼 욕망도 중요하다. 반면 우리는 자영과 나눈 야한 이야기, 숙박업소에서 일어난 일 등을 상대의 동의를 구하지 않은 채 칼럼에 써서 대박이 난다. 은밀한 대화부터 성적 취향까지 고스란히 담긴 칼럼은 현실감 넘친다는 반응을 얻으며 크게 주목 받는다.

이로 인해 우리는 회사에선 승승장구하지만, 자영을 속이고 있다는 죄책감에 털어놓기로 결심하고 눈치를 살핀다. 그렇게 시간이 가고, 자영은 자신이 칼럼에 이용 당했음을 알게 된다.

영화는 'MZ세대'나 '2030의 욕망', '청춘의 고민'이라는 키워드와 크게 어울리지는 않는다. 이조차 이제는 엣지 있는 키워드도 아니지만, 영화는 그리 젊거나 신선하지는 않다.


의문도 든다. 요즘 스물아홉 청춘은 취업 지옥 속에서, 직장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애쓰느라 괴롭다. 자영처럼 매일 밤 술을 마시며 이성과 어떻게든 잠자리를 하기 위해 데이트 앱까지 깔 만큼 자신의 욕망에 솔직할 수조차 없다. 그렇기에 '우리 청춘'의 이야기를 담은 것처럼 비치는 건 위험할 수도 있다. '연애 빠진 로맨스'는 청춘 영화가 아니라 '캐릭터 영화'로 보는 쪽이 맞다.

영화는 시종일관 여성과 남성의 욕망에 관해 이야기하는데 그 수위가 센 편이다. 15세 이상 관람가이기에 중학교 2학년부터 관람이 가능한데, 중고생이 영화를 본다면 말리고 싶다. 신체 노출은 적지만 남녀가 잠자리를 나누는 모습이 묘사되고, 수준 낮은 욕설도 빈번하다. 또 기사에 쓰기 낯 뜨거울 정도로 수위 높은 대사와 상황은 왜 15세 이상 관람이 가능한지 납득하기 어렵다.

영상물등급위원회는 "주제의 수위를 비롯하여 남녀의 성행위를 다룬 여러 장면들에서 행위가 구체적으로 다뤄지지만 노출이 노골적이지 않고 대체로 단편적으로 제시되어 선정성 수위가 다소 높은 수준"이라며 "비속하거나 선정적 표현으로 인해 대사의 수위가 다소 높다"고 분류 이유를 설명했다.



영화 속 여성들은 술을 마실 때나, 마시지 않을 때 수시로 성적인 욕망을 이야기한다. 욕망에 솔직한 여성의 모습을 그리고 싶었겠으나, 이는 역으로 편견을 조장할 수도 있다.

정가영 감독은 "여성이 주인공인 로맨스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했지만, 그랬다면 정말 '잘' 만들었어야 맞다. 하지만 '연애 빠진 로맨스'는 '여성 영화'로 완성된 모습은 아니다. 영화는 자영과 우리의 시점이 번갈아 가며 교차하는 단순한 '로코'에 머무른다.

남성에게 잠자리를 하자고 어필하는 여성의 모습을 담은 독립영화 '밤치기'(2018)를 연출한 정가영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는데, '연애 빠진 로맨스'는 사실상 '밤치기' 확장판 같은 인상도 든다. 남녀가 주고받는 신랄한 대화나 특정 공간에서의 구도 등을 그대로 차용한 것처럼 유사하다.


영화는 '그래서 뭐?'라는 물음에 끝까지 답하지 못한다. 감독의 고민이 부족한 탓인지, 아니면 '자신의 이야기'를 상업영화를 통해 거창하게 하고 싶었던 것인지, 전형적인 로맨틱 코미디로 마무리 된다. 수위가 다소 높은 것만 제외하면, 성인 커플의 데이트용 로코로는 무난하다.

배우의 얼굴은 빛난다. 배우 손석구와 전종서는 왜 멜로를 이제야 연기했을까 싶을 만큼 인상적이다. 특히 힘을 뺀 손석구의 얼굴이 새롭게 다가온다. 편집장으로 분한 김재화, 자영의 변호사 친구를 연기한 공민정 등도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러닝타임 95분. 15세 이상 관람가. 11월 24일 개봉.

사진=CJ ENM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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