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4 (일)

이슈 세계 속 한류

코로나에 지친 日 MZ세대, 한류에 빠지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국 드라마 자주 접하면서 전방위적으로 4차한류 열풍

조선일보

/CJ제일제당 일본 가나가와현에 위치한 코스트코에서 열린 미초 시음 행사. 사람들이 몰려 길게 줄을 서야 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조선일보

/무신사 일본 도쿄 시부야 히카리에 백화점에서 열린 '무신사'의 국내 브랜드 판매 행사. 신주쿠 이세탄 백화점에서 열린 직전 행사에서 일본의 20~30대가 몰리면서 판매한 의류가 모두 동이 나자, 다른 백화점에서도 판매 행사를 열자는 요청이 이어졌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일본 도쿄에 사는 미카 칸도라(26)씨는 지난달 국내 1위 패션 플랫폼 ‘무신사’가 신주쿠 이세탄백화점에서 연 판매 행사에 아침 일찍 다녀왔다고 했다. 한국 20대에게 인기가 많은 의류를 구입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코로나로 외출을 못해 넷플릭스로 한국 드라마를 많이 보면서 한국 음식과 패션, 화장품에 관심이 많이 생겼다”고 했다. 무신사가 이날 선보인 국내 브랜드 의류 수백 벌은 하루 만에 품절됐다. 제품을 구입한 소비자의 40%가 10~20대였다고 한다. 무신사 관계자는 “일본 젊은 층이 한국 브랜드를 너무 좋아해, 우리도 놀랄 정도였다”고 말했다.

코로나 이후 일본에서 ‘네 번째 한류’라는 바람이 불고 있다. 2004년 드라마 ‘겨울연가’로 시작된 1차 한류부터 2010년대 빅뱅·트와이스 같은 아이돌 그룹이 이끈 2·3차 한류는 일부 마니아층을 중심으로 형성됐다. 하지만 최근의 4차 한류는 이전과 달리, 코로나 기간 넷플릭스·유튜브를 통해 한국 드라마를 자주 접한 젊은 층 사이에서 광범위하게 퍼져 나가고 있다. 중국의 ‘궈차오(國潮·자국 브랜드 소비 선호)’ 마케팅으로 중국 시장에서 입지가 줄어든 국내 식품·패션·화장품 업계는 일본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유통업체 관계자는 “2018~2019년 외교 갈등으로 비등했던 반한(反韓) 감정이 코로나를 계기로 완전히 바뀌었다”고 말했다.

◇한류, 코로나로 지친 日 젊은 세대를 파고들다

일본의 스포츠·엔터테인먼트 매체 골(Goal)은 지난 10일 올해의 유행어 순위를 발표했다. 30개 중 1위가 한국 드라마 ‘오징어게임’이었다. 작년엔 국내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이 1위였다. 일본 방송국에 취직해 도쿄에서 사는 박예은(33)씨는 “예전엔 회사에서 일부만 한국 드라마 얘기를 했다면 요즘은 40대 부장부터 20대 신입사원까지 한국 드라마 얘기를 하는 것을 자주 듣는다”고 했다. 16일 일본 넷플릭스에도 상위 10위 중 네 편이 한국 드라마였다. 1위는 ‘오징어게임’, 4위 ‘진심이 닿다’, 5위 ‘연모’, 9위 ‘갯마을 차차차’였다.

조선일보

/그래픽=김성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한국 콘텐츠를 즐기는 이들은 한국 음식과 패션, 화장품의 주요 소비층이 되고 있다. 일본 도쿄에 위치한 대형마트 코스트코에선 최근 수시로 ‘한국음식 판매전’ 행사가 열린다. CJ제일제당의 ‘비비고 만두’와 ‘미초(물에 타서 마시는 식초)’를 비롯해 각종 한국 식품을 모아 판매하는 것이다. 젊은 여성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미초’는 일본 매출이 2015년 50억원이었지만, 작년엔 1300억원으로 급증했고, 올해엔 상반기에만 1050억원을 기록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한국 드라마에서 식초를 물에 타 마시는 장면을 보고 일본의 젊은 여성들이 미초 제품을 찾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일본에서 한국 패션에 대한 관심도 크다. 일본 라쿠텐 그룹이 최근 5124명을 대상으로 국가별 패션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여성 응답자(3896명)의 과반수는 한국의 패션 스타일을 1위로 꼽았다. 특히 10대는 77.3%, 20대는 56.7%가 한국 패션을 선호한다고 답했다. 남성 응답자(1228명)에서도 한국 패션은 미국에 이어 2위였다.

◇국내 업체들 일본 진출 가속화

한류 바람이 확산되면서 일본 시장 진출을 서두르는 국내 업체들도 늘고 있다. 동대문시장에서 시작한 패션 플랫폼 업체 브랜디는 지난달 10일 ‘브랜디 재팬’ 서비스를 시작했다. 일본 의류 소매상들이 일본어로 된 브랜디의 온라인 사이트에서 동대문 옷을 주문하면 이를 일본으로 배송해주는 것이다.

CJ올리브영은 지난 5월 온라인 쇼핑몰에서 일본어 서비스를 시작했다. 미국에 이어 두 번째 해외 진출 국가를 일본으로 정한 것이다. 애경산업도 같은 달 일본 온라인 쇼핑 사이트 ‘큐텐재팬(Qoo10 Japan)’에 공식 브랜드관을 열고 헤어 관리 제품 ‘케라시스’와 색조화장품 판매를 시작했다. CJ제일제당은 최근 일본에서 판매하는 만두 제품에 한글로 ‘만두’라고 병기하는 한편, 내년 1월까지 도쿄 시부야에 팝업 스토어(임시 매장)를 열기로 했다. 유통업체 관계자는 “일본에서 한국 제품에 대한 선호가 젊은 층뿐 아니라 구매력이 큰 중·장년층과 중산층으로 확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혜진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