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가 난민 독일로 보내기 위해 국경 개방한다는 헛소문 때문"
루카셴코 "난민들 뮌헨으로 수송할 수도…EU, 2~3천명 수용 문제없어"
난민들은 이날 폴란드 측이 국경을 개방할 수 있다는 소문을 믿고 이동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벨라루스 서부 그로드노주의 '브루즈기' 국경검문소에 모인 난민들 |
인테르팍스 통신 등에 따르면 다수의 난민은 이날 오전 임시 난민캠프의 텐트를 접고 큰 대열을 지어 폴란드와 접경한 벨라루스 서부 그로드노주의 '브루즈기' 국경검문소 쪽으로 이동했다고 벨라루스 국경수비대가 밝혔다.
폴란드 측 '쿠즈니차' 국경검문소와 이어지는 곳이다.
대열에는 어린이들을 동반한 여성들도 다수 포함됐으며, 국경수비대는 임시 난민캠프와 난민 이동 행렬의 질서 유지 임무를 수행했다고 수비대 측은 전했다.
벨라루스 국경수비대는 검문소 근처에 약 2천 명이 집결했다고 밝혔으며, 폴란드 측은 3천500명 정도가 집결했다고 발표했다.
폴란드 국경수비대와 군인들은 벨라루스 국경검문소 맞은 편에 철조망을 설치하고 완전 무장을 한 채 대열을 지어 서서 난민들의 진입을 저지했다.
일부 난민들은 철조망을 부수고 국경을 넘으려 시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폴란드 측은 대형 확성기를 통해 영어와 아랍어 등 여러 언어로 폴란드 입국은 형사 처벌을 받을 수 있는 불법행위임을 고지하면서, 난민들이 국경을 넘지 말 것을 설득했다.
동시에 "만일 지시에 따르지 않을 경우 무력이 사용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폴란드 내무부에 따르면 지난 주말 벨라루스 측 임시 난민캠프에서는 독일이 15일 난민들을 데려가기 위해 벨라루스-폴란드 국경 쪽으로 버스를 보내고, 폴란드 측은 국경을 개방할 것이란 소문이 돌았다.
내무부는 이 같은 소문은 사실이 아니며 폴란드는 국경을 개방하지 않을 것이라고 확인했다.
벨라루스 국경검문소에서 폴란드 입국을 기다리고 있는 난민들 |
한편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은 이날 폴란드와의 국경 지역에 머무는 난민들을 자국 항공사 '벨아비아' 항공기들을 이용해 독일 뮌헨까지 운송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만일 폴란드가 인도주의 통로를 제공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벨아비아로 난민들을 뮌헨까지 실어나를 수 있다"면서 뮌헨 당국이 앞서 난민들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의사를 표시했다고 주장했다.
루카셴코는 "벨라루스는 난민들을 출신 국가로 데려다줄 수도 있지만, 그들은 아무것도 남지 않은 고국으로 돌아가길 원치 않는다"면서 "EU는 2천~3천명의 난민들을 문제없이 수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도 벨라루스가 난민들에게 텐트와 의약품 등을 지원해 주고 있다면서 "이 같은 인도주의 지원이 없었다면 이미 난민 절반은 숨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벨라루스-폴란드 국경 지역 난민 위기는 지난 8일 벨라루스에 체류하던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시리아 등 중동 국가 출신 난민 수천 명이 유럽연합(EU) 국가로 들어가기 위해 폴란드 국경 지역으로 몰려와 폴란드 경찰·군인들과 대치하면서 고조됐다.
EU 측은 벨라루스가 중동 난민들의 자국 입국과 뒤이은 유럽행을 의도적으로 조장하거나 적어도 방조했으며, 배후에선 러시아 당국이 유럽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이용하기 위해 난민 사태를 기획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난민 위기가 EU를 압박하고 분열시키기 위해 벨라루스와 러시아가 기획한 '하이브리드전'의 일환이라는 설명이다.
EU는 러시아, 벨라루스, 터키 항공사들이 난민들을 중동지역에서 벨라루스로 대규모로 실어나른 것으로 보고 이들에 대한 제재를 검토하고 있다.
벨라루스-폴란드 국경 지역 난민 |
하지만 벨라루스 측은 난민 사태에 아무런 책임이 없으며, 난민들이 자국으로 몰린 것은 공항에서 수월하게 입국 비자를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항변하고 있다.
러시아도 난민 사태 개입설을 강하게 부인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12일 자국 TV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이 일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 러시아 항공사들은 벨라루스-EU 국경 지역에 머무는 난민들을 운송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블라디미르 마케이 벨라루스 외무장관과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는 14일 난민사태가 불거진 뒤 처음으로 전화 통화를 하고 사태 해결 방안을 논의했으나 별다른 합의에는 이르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cjyo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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