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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8 (월)

이슈 제26차 유엔 기후변화당사국총회

반쪽짜리 글래스고 기후합의…‘탈석탄’ 아닌 ‘석탄감축’ 머물러 [COP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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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기후위기가 불어닥친 지구의 명운이 수년 뒤로 미뤄졌다. 제26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197개 당사국은 치열한 논쟁 끝에 회의 시한을 하루 넘긴 13일 오후 10시쯤(현지시간) ‘글래스고 기후합의’를 발표하며 총회를 마쳤다. 14일간 4만여명의 당사국 정부대표단이 머리를 맞대고 기후 위기 대응책을 논의한 끝에 나온 합의안에는 기후적응기금 증액, 지구 기온 상승을 1.5도 제한하는 파리기후협약 재확인 등이 포함됐다. 기후변화협약 최초로 화석연료와 관련한 언급과 기후위기 손실보상 관련 언급도 나왔다. 하지만 기후위기를 막아내기에는 한참 부족한 ‘반쪽짜리’ 합의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탈석탄 등 주요 내용이 빠져 있는 데다 일부 조항은 애매한 기준으로 설정됐기 때문이다.

글래스고 합의가 발표되기 전 COP26에서는 각국의 여러 기후대응 합의안이 나왔다. 100여개 국가들은 2030년까지 산림 파괴를 멈추고 토양 회복에 나서는 ‘산림·토지 이용 선언’과 같은 기한까지 메탄 배출량 30% 감축하는 ‘국제 메탄서약 ’에 동참했다. 2040년 석탄발전 폐지 합의에는 40여개국이 함께 했다. 한국은 세 협약에 모두 참여했다. 환경운동가와 원주민, 청소년 등 10만명의 시민들이 글래스고 회의장 앞에서 적극적인 기후 대응 합의 도출을 촉구하기도 했다.

■‘화석연료’, ‘손실 비용’ 최초 언급

COP26에서는 2015년 파리 기후변화협약보다 한층 더 구체적인 기후대응 방안이 논의됐다. 글래스고 합의의 대표적 진전 사항은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최초로 화석연료 감축에 대한 부분이 언급됐다는 점이다. 글래스고 합의에는 탄소저감장치가 없는 석탄 발전을 단계적으로 감축하고, 비효율적인 화석연료 보조금을 단계적으로 중단하기 위한 노력을 가속한다는 문구가 들어갔다.

하지만 당초 목표였던 단계적 탈석탄 합의는 이루지 못했다. 온실가스 배출 3위 국가인 인도의 부펜더 야다브 환경기후장관은 인도는 개도국이 빈곤 문제와 싸워야 한다는 이유로 협상 막판에 합의문에 있던 석탄 사용 ‘중단’을 ‘감축’으로 수정하라고 요구했다. 일부 개도국들이 이에 동조해 결국 인도의 요구사항은 관철됐다. ‘탄소 배출’을 두고 선진국과 개도국 간 ‘치킨 게임’이 여전한 것이다. 알록 샤르마 COP26 의장은 “절차가 이렇게 전개된 데 모든 대표에게 사과한다”면서도 “실망을 이해하지만 합의를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비효율적인 화석연료 보조금’의 기준도 모호하며, 석유와 천연가스 사용 제한에 대한 언급이 없다는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국제 비정부기구(NGO) 액션에이드는 “이번 합의는 100년 넘도록 석유나 가스를 생산해온 부유국에게 무료 통행권을 준 것”이라며 비판했다.

선진국들이 개발도상국들의 이상기후 적응을 돕기 위한 기금을 2025년까지 2019년 대비 두 배로 증액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19년 기후재원 규모가 796억달러(약 93조원)인 것으로 집계했다. 부유국은 2009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COP15에서 2020년까지 매년 1000억달러(약 117조원)의 기금을 지원하기로 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기후위기로 인한 개도국의 ‘손실 및 손해’와 관련된 사안도 이번 합의에서 처음 언급됐다. 각국은 기후위기로 인한 개도국의 손실과 피해를 보상하는 방안에 대해 향후 논의하기로 했다. 그간 개도국은 선진국에 친환경 전환 비용뿐 아니라 기후위기 피해 보상금도 지불하라고 요구해왔는데, 이에 대한 협상을 시작할 여지가 생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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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함께 각국은 기온 상승폭 1.5도 이내가 될 수 있도록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내년 다시 내기로 했다. 이번 총회에서 중국, 인도, 러시아 등은 기온 상슨 1.5도 이내를 이룰 수 없는 목표가 담긴 NDC를 제출했다. BBC는 COP26에서 각국이 제출한 NDC대로라면 지구온도 상승폭이 2.4도에 달할 것이라고 전했다.

탄소 배출 거래권과 관련된 파리 기후변화협정 6조 세부이행규칙도 6년 만에 진전됐다. 이번 합의에서는 한 국가가 개도국 등 다른 나라의 탄소감축을 도와준 해당분을 자신들의 감축량으로 인정받을 수 있게 하는 길도 열렸다. 다만 개도국과 원조국의 감축분이 이중으로 계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양자 협의를 통해 감축분 비율을 정할 수 있도록 했다. 또 2013년 이전에 발행된 탄소권을 이월할 수 없도록 마감시한이 설정됐다.

■“실패한 합의” 등 혹평 이어져

섬나라 정상들과 세계 각국의 기후정의 운동가, 학자, 정치인 등은 이번 협약에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합의를 본 사안이 거의 없다면서 이번 합의안을 강하게 비판했다. 당장 물에 잠길 위기에 처한 몰디브의 아미나스 쇼나 환경기후변화장관은 총회장에서 “(기온 상승 제한) 1.5도냐 2도냐의 차이는 우리에게 사형선고다”고 말했다.

메리 로빈슨 전 유엔인권위원은 “수백만명이 위기에 처했지만 정상들은 충분히 준비되지 않았다”며 “사람들은 이것을 역사적으로 수치스러운 직무유기로 볼 것”이라고 가디언에 말했다. 스웨덴 청소년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는 트위터에 “‘작은 한 걸음이지만 올바른 방향이다’ ‘느린 성공이다’와 같은 말은 실패했다는 의미와 같다”고 혹평했다.

이번 글래스고 합의로 한국도 탄소 배출 감축 압력을 한층 더 받게 됐다. 한국 정부는 당초 2050년 석탄발전 단계적 폐지 계획을 발표했으나, 이번 석탄감축 협약은 2030년까지다. 5년마다 NDC를 제출해야 하는 상황에도 놓였다. 우리나라는 올해 기존 계획보다 목표를 상향해 2018년 대비 40%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2030 NDC를 발표했다. 하지만 기온 상승폭을 1.5도로 억제하겠다는 목표를 이루기엔 미흡한 수치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글래스고 합의를 비롯한 이번 COP26 발표는 ‘합의’ 형식이기 때문에 법적 구속력은 없다. 각국은 약속된 기한까지 관련 입법안을 마련하고, 구체적인 시행안을 내놓아야 한다. 내년 27차 유엔당사국 총회(COP27)은 이집트 샤름엘셰이크에서, 2023년 28차 유엔당사국 총회(COP28)은 아랍에미리트(UAE)에서 개최한다. COP28도 이번처럼 정상회의 형식으로 개최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경향신문

알록 샤르마 제26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의장이 13일(현지시간) 영국 글래스고에서 COP26 폐막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글래스고|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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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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