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에서 윤석열 후보가 선출된 이후 야권의 관심은 후보단일화로 모아지고 있다. 확실한 대선 승리와 정권 교체를 위해선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단일화를 통해 야권 지지층을 하나로 통합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국민의힘 내부에선 벌써부터 안 대표 측과 어떻게 연대와 단일화를 추진하느냐를 놓고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윤석열 후보는 안 대표 측과 단일화 논의를 조만간 시작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안 대표가 출마 선언을 한 지 얼마되지 않았고 독자적 행보에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본격적인 접촉은 이달 중하순이나 내달 이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윤석열 캠프 총괄선대위원장으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도 안 대표와 단일화는 불가피하다는 생각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위원장은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 안 대표에 대해 시종 비판적 입장을 취해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안 대표와 부분적 공동정부 구성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주변에 밝혀왔다. 대선 승리를 위해 안 대표와도 힘을 합쳐야 한다는 전략을 세운 것이다.
하지만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변수다. 이 대표는 그동안 안 대표에 비판적 입장을 밝히면서 각을 세워왔다. 안 대표와의 당내 후보단일화 움직임에 대해서도 “단일화 거간꾼은 징계하겠다”고 경고 메시지를 날렸다. 섣불리 단일화 협상을 시작하거나 무조건 양보하지는 않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이에 대해 안철수 대표도 “나도 단일화할 생각이 없다”고 맞받았다. “만약 단일화를 한다고 하더라도 나를 중심으로 하겠다”는 것이다. 안 대표는 최근 사석에서 ‘윤석열 후보로 확정되고 나면 그쪽에서 단일화 제안이 올텐데 어떻게 할 생각이냐’는 질문에 “당분간 전화기 꺼놓고 있어야 되겠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에서 후보단일화 제안을 하더라도 아예 응답을 하지 않겠다는 얘기다. 올 연말까지는 단일화 논의 자체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안 대표는 자신이 2011년 정치를 시작한 뒤 가장 후회되는 일에 대해서도 얘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2012년 대선 때 후보단일화 국면에서 문재인 후보에게 양보하고 사퇴한 것이 가장 후회되는 일”이라며 “그 때 대선에 완주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당시 단일화 여론에 밀려 문 후보에게 양보했지만, 대선에서도 졌고 자신이 내세워온 ‘새 정치’의 목표도 흐려졌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대선에서도 후보단일화에 매몰되기 보다는 자신의 정치 기치를 세우는데 올인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럴 경우 윤석열 후보와의 단일화는 사실상 힘들어지거나 최소한 내년 1~2월까지 미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배성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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