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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선 포르노' 논란도…연말이면 나체 사진 찍는 英 명문대생들

아시아경제 임주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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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선 포르노' 논란도…연말이면 나체 사진 찍는 英 명문대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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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케임브리지대, 옥스퍼드대 등 명문대 전통
노숙자, 소아암 환자 등 기부 모금 행사 일환
"사실상 자선 포르노" 경쟁 과열에 비판 목소리도
케임브리지대 운동부 학생들이 찍은 누드 달력 / 사진=케임브리지대 홈페이지 캡처

케임브리지대 운동부 학생들이 찍은 누드 달력 / 사진=케임브리지대 홈페이지 캡처


[아시아경제 임주형 기자] 영국의 대표적 명문대학인 케임브리지대 운동부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누드 달력' 제작에 나서 관심이 쏠린다. 돌발적인 이색 이벤트로 보이지만, 사실 이 누드 달력은 자선 모금을 위한 행사로 지난 수년간 이어져 온 전통이다. 영국을 포함한 영어권 국가 명문대 학생들은 매년 연말이면 누드 달력을 판매해 마련한 돈으로 노숙자, 소아암 환자 등을 돕고 있다.

지난 7일(현지시간) '데일리 메일' 등 영국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케임브리지대 모금 및 기부 기구는 이달 말부터 운동선수 누드 달력 판매를 개시할 예정이다.

'케임브리지 블루스 네이키드 캘린더'라고 불리는 이 달력은 케임브리지대 운동부 소속 학생 78명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제작됐다. 사진을 보면, 대학의 유서 깊은 건축물들을 배경으로 중요 부위만 아슬아슬하게 가린 학생들이 자세를 취하고 있다. 이번 달력 제작에 참가한 스포츠팀만 체조, 승마, 미식축구, 라크로스 등 12개에 달한다.

달력을 판매해 거둔 수익금은 자선단체에 기부된다. 지난해에는 국경없는의사회에 기부했으며, 올해는 노숙인 소아암 지원 단체 등 총 4개 단체에 기부할 예정이다.

'누드 달력 기부 행사'는 영국에선 오랜 전통이다. 케임브리지대만 해도 적어도 지난 2017년부터 정기적으로 누드 달력을 제작해 왔다.

케임브리지대와 함께 영국 최고 명문 대학 위치를 두고 다투는 옥스퍼드대 학생들 또한 비슷한 자선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학생들은 지난 2018년 약 160년에 달하는 역사를 보유한 '엑세터 칼리지' 도서관에서 누드 사진을 찍어 주목 받은 바 있다.


이 외에도 영국의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 브리스톨 대학, 호주의 퀸즐랜드 대학 등 여러 곳에서 누드 달력 자선 행사가 이뤄지고 있다.

대학생뿐 아니라 사회 각계각층에서도 누드 달력 행사가 시도되고 있다. 지난 1999년 영국 여성단체에서 처음 누드 달력을 낸 뒤, 지금까지 스포츠계, 유방암 연구 단체, 미용사 협회, 항공 구급 서비스 등에서 누드 달력 자선 행사가 펼쳐졌다. 한 호주 미디어 연구가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 1996년부터 2007년까지 전 세계에서 무려 556번의 누드 달력 기부 행사가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누드 달력 자선 행사의 의의에 대해서는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누드 달력 행사 주최자인 앨리스 니콜슨은 과거 한 매체에 기고한 글에서 "누드 달력은 몸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자선 행사의 주목도를 키울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행사에 참여한 이들은 해방감을 느끼며 자신의 몸에 더 자신감을 느낄 수 있다"며 "이 행사는 주변 시선이 아닌 자신감과 기부에 대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자선 단체들이 누드 행사를 기회주의적으로 이용하고 있을 뿐이라는 지적도 있다. 미국 매체 '더 복스'는 지난해 호주 대형 화재 당시 자선 기금 마련을 빌미로 젊은 여성의 나체 사진이 판매됐다며 "이것은 '자선 포르노(charity porn)'의 예시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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