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에서 언뜻 일본 NHK 발(發) 이메일인 줄 알았다. “‘한국의 노노카’ 꿈꾸는 참가 어린이 모집”. 여기에 등장하는 ‘노노카’가 누군가. 지난해 11월 열린 ‘35회 일본·어린이 동요대회’에 만 2세로 참가해 ‘강아지 경찰’이란 노래로 은상을 받은 주인공 무라카타 노노카. 2018년 출생으로 역대 최연소 입상. 깜찍하고 앙증맞은 모습은 소셜미디어를 타고 일본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인기를 끌었다.
아직은 경색된 한일 관계를 반영하듯 논란도 있었다. 올 초 인기가수 태연이 노노카에 대한 ‘팬심’을 비치며 따라 한 커버영상과 EBS 인기 캐릭터 펭수가 유튜브 채널 ‘자이언트펭TV’에 올린 노노카와의 영상통화 등에 일부 국내 네티즌의 악플이 뒤따랐다.
지난 5일 메일 함에 도착한 ‘한국의 노노카 어린이 모집’ 문구는 무엇이었을까. 공영방송 KBS가 내년 상반기 선보일 신규 예능 ‘국민동요 프로젝트–아기싱어’에 대한 홍보 메일이었다. ‘2022년 어린이날 100년’을 맞아 준비한 프로젝트라 했다. 핑크퐁의 동요 ‘상어가족’이 유튜브 조회수 90억뷰를 달성하고 빌보드 차트에 진입하는 등 ‘K동요’의 가능성은 이미 확인한 터. 연예인 ‘초보 동요 프로듀서’들이 ‘아기싱어’ 어린이들과 함께 2022년에 맞는 새로운 가치를 담아낸 차세대 국민동요를 제작하는 과정을 담는다고 했다. 2016년 1월1일 이후 출생자 대상이다. 그러면서 내세운 게 ‘한국의 노노카’였다.
무라카타 노노카양이 지난해 11월 일본에서 열린 동요 노래 콩쿠르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다. /인스타그램 |
아직은 경색된 한일 관계를 반영하듯 논란도 있었다. 올 초 인기가수 태연이 노노카에 대한 ‘팬심’을 비치며 따라 한 커버영상과 EBS 인기 캐릭터 펭수가 유튜브 채널 ‘자이언트펭TV’에 올린 노노카와의 영상통화 등에 일부 국내 네티즌의 악플이 뒤따랐다.
지난 5일 메일 함에 도착한 ‘한국의 노노카 어린이 모집’ 문구는 무엇이었을까. 공영방송 KBS가 내년 상반기 선보일 신규 예능 ‘국민동요 프로젝트–아기싱어’에 대한 홍보 메일이었다. ‘2022년 어린이날 100년’을 맞아 준비한 프로젝트라 했다. 핑크퐁의 동요 ‘상어가족’이 유튜브 조회수 90억뷰를 달성하고 빌보드 차트에 진입하는 등 ‘K동요’의 가능성은 이미 확인한 터. 연예인 ‘초보 동요 프로듀서’들이 ‘아기싱어’ 어린이들과 함께 2022년에 맞는 새로운 가치를 담아낸 차세대 국민동요를 제작하는 과정을 담는다고 했다. 2016년 1월1일 이후 출생자 대상이다. 그러면서 내세운 게 ‘한국의 노노카’였다.
아기싱어 로고/KBS |
동요에 관심을 기울이는 건 공영방송으로서 갖출 미덕이다. 1983년 국내 최초로 개최된 MBC 창작동요제가 2010년을 끝으로 막을 내린 이후 KBS는 수십년에 걸쳐 창작동요제를 여는 유일한 방송국이다. 1989년부터 지금까지 창작동요제를 개최하며 좋은 노랫말 발굴에 앞장서왔다.
여기에 K팝의 원천을 새로운 시각으로 들여다본다는 것 역시 칭찬해줄 만하다. ‘아기상어’처럼 디지털 대전환 시대에 맞게 전 세계 온·오프라인을 아우르는 미래형 K-엔터 인재를 발굴한다는 시도도 엿보인다. 7세 미만 아이들의 ‘재롱’을 넘어선 풍부한 재능과 천재성을 발굴할 수도 있다. 세계적인 클래식 분야 스타들은 서너살 때 이미 두각을 나타내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아기싱어’ 티저 영상에선 ‘대국민 참여형 오디션 프로그램의 원조’라 불리는 KBS ‘전국노래자랑’에 도전한 김태연·홍잠언과 KBS 인기 교양프로였던 ‘여유만만’에 국악자매로 출연한 김다현 등이 모습이 담겨있다. TV조선 미스트롯·미스터트롯 등을 통해 ‘트로트 신동’으로 전국민적 인기를 끈 지금보다 더 어렸던 ‘아기 원석’들의 깜찍하고 앳된 얼굴이다. 그런 KBS가 배출한 수많은 인재를 두고 ‘어린이날 100주년’을 기념하는 ‘롤모델’을 찾기 위해 ‘한국의 노노카’라는 단어를 굳이 써야 했을까.
아기싱어 홍보 티저 사진. 홍잠언 등 전국노래자랑 출연 당시 모습이 담겼다. /KBS |
KBS는 올 설연휴 특집 방영된 ‘조선팝어게인’ 등 국악 기반 음악 방송에 일본풍 건축물 배경이 연이어 쓴 것이 밝혀지며 ‘왜색 논란’에 휩싸였다. 결국 제작진 불찰이라며 공식 사과하고 관련 영상을 삭제한 바 있다. 이를 뒤늦게 깨달았을까. KBS 측은 보도자료를 보낸 세 시간 여 뒤 ‘한국의 노노카’라는 표현을 삭제했다. 하지만 전 국민에게 ‘모두 공개’되는 KBS 공식 페이스북에선 이미 수정 전의 자료가 오른 상태였다. ‘좋아요’가 64개 붙는 동안 일부 네티즌 사이에선 논란도 있었다. 이후 ‘노노카’는 사라지고 수정된 글이 올랐다. 물론 수정되기 전의 원문은 7일 현재도 그대로 볼 수 있었다. 그 부분만 빠져서인지 원문 ‘고침’에 대한 설명은 따로 돼 있지 않다. ‘한국방송’이라는 ‘공영방송’으로서 처음부터 세심하게 한번 더 검토해 대중에게 배포할 수도 있었을 텐데 말이다.
KBS 페이스북. 아기싱어 홍보 원문/페이스북 |
KBS 페이스북. 아기싱어 수정후 글/페이스북 |
KBS 공식 페이스북에서 아기싱어 홍보 문구 수정본 캡쳐 /페이스북 |
이쯤에서 ‘어린이날’의 탄생을 되짚어야겠다. 인권운동가이자 독립운동가인 방정환(1899-1931) 선생은 일제 강점기, 교육받지 못하고 인권을 존중받지 못하는 아이들을 깨우쳐 권리를 부여하고 미래의 주체로 만들자는 뜻으로 1922년 ‘어린이 선언’을 한다. ‘미래의 희망은 어린이’라 생각하며 어린아이를 대접해 ‘어린이’라 불렀다. “나라가 바로 서고 나아가 독립을 하려면 어린이가 올바르게 자라야 한다”던 그였다. 젊은 나이에 요절한 방정환 선생의 유언이 떠오른다. “어린이를 부탁해”.
[최보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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