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4 (수)

이슈 [연재] 아시아경제 '과학을읽다'

韓에 10년 앞선 中 우주기술, 성공의 비결은?[과학을읽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아시아경제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지난달 21일 한국형 우주발사체 누리호 발사를 계기로 중국과 우리나라의 우주 기술을 비교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중국이 누리호를 자신들이 1970년대 개발한 로켓보다도 못하다고 비아냥 댔기 때문이죠. 그러나 자동차, 반도체 등 여러 부문과 달리 우주 개발 기술 분야에선 중국이 10년 이상 앞서 있다는 것은 객관적 사실입니다. 누리호로 본격화된 한국의 우주개발 정책이 유의미한 성공을 거두기 위해선 쓸데없는 질투나 근거도 없이 비하하는 것 보다는, 중국의 성공 사례로부터 배울 것은 배워야 합니다. 따라잡으려면 집중 투자하고 지원·육성하는데 힘을 써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 10년 앞선 중국

올해 4월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이 발표한 주요 국과의 기술수준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우주 발사체 개발 및 운용 기술에서 중국에 비해 10년 뒤져 있습니다. 미국을 100으로 놓고 볼 때 중국은 85% 기술 수준이지만 한국은 60%에 그칩니다. 중국이 미국에 8년 뒤져있다면 한국은 18년 뒤져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강점을 가진 인공위성 분야, 즉 우주환경 관측ㆍ감시ㆍ분석 기술의 경우에서 조차 뒤져 있습니다. 중국은 미국 기술 수준의 75%에 이르렀지만 한국은 55.5%에 그치고, 한ㆍ중간 기술 격차는 3년에 달합니다. 달, 소행성, 화성 등의 탐사에 필요한 '우주 탐사 및 활용 기술' 분야의 격차도 큽니다. 중국은 미국의 82.5% 수준이지만, 한국은 56.0%로 후발 주자에 불과합니다. 한ㆍ중간기술 격차는 8.2년이나 됩니다.

아시아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인재 중시"…믿고 기다려 준다

이같이 중국이 한국을 앞서나간 비결은 뭘까요? 국가 차원의 장기적이고 집중적인 지원과 투자, 인재 육성입니다.

중국의 '로켓 왕'으로 불리는 첸쉐썬 박사는 국민당 고위 간부의 아들로 미국에서 독일의 V2로켓 기술을 연구하다 매카시즘 광풍에 시달리면서 자의반 타의반으로 귀국했습니다. 1958년 어느날 중국 지도자 마오쩌둥이 첸 박사를 불러 "우리도 인공위성을 쏘고 싶다. 할 수 있냐?"라고 물었답니다. 이때 첸쉐썬 박사는 "할 수는 있다. 그러나 15년만 시간을 달라. 그때까지는 성과를 묻지 말고 인재와 돈만 지원해달라"고 답했습니다. 마오쩌둥은 그 제안을 들어줬고, 결국 첸쉐썬은 1960년대 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동풍 시리즈를 개발했고, 1970년 4월 창정 로켓으로 동방홍 인공위성 발사에 성공했습니다. 2차 세계 대전의 폐허 속에 후진 농업국가였던 중국이 소련, 미국, 프랑스, 일본에 이어 세계 다섯번째 스페이스 클럽에 가입하는 순간이었습니다. '믿고 기다려 준', 인내와 믿음이 오늘날 우주 강국 중국의 성공 비결이었습니다.

아시아경제

중국의 '로켓왕' 첸쉐썬 박사


인재를 중요시하는 중국 지도부의 정책도 한 몫 했죠. 저우언라이 총리는 문화혁명의 광기로부터 첸쉐썬 박사를 지켜주도록 군에 명령했고, 이후 장쩌민 후진타오 등 중국 주석들은 해마다 첸쉐썬 박사에게 인사를 갔다고 합니다. 중국이 '천인계획'을 세워 해외 인재들을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죠. 톈안먼 사태때 사형당하지 않고 중국을 떠난 1만명의 인재들이 1990년대 후반 이후 귀국해 최근의 ICTㆍ인공지능(AI) 개발 등 과학기술의 발전을 이끌고 있습니다.

집중적인 투자도 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우주개발 예산은 2020년 기준 88억5300만달러(약 10조5000억원)로 미국에 이어 두번째로 많습니다. 국가ㆍ민간 부문 우주개발 인력 규모가 50만명에 달합니다. 우리나라(약 6000억~7000억원ㆍ1000명 안팎)와는 비교도 안 되죠.

중국이 이처럼 우주개발 분야에 매달린 것은 국가 운명의 존폐가 달려 있었기 때문입니다. 미·소가 살벌한 핵전쟁 위협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주개발'을 명분으로 ICBM 등 각종 무기 기술을 개발하고 발전시키지 않으면 국가를 지킬 수 없었던 상황이었습니다.
아시아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운도 좋아…미·소 절묘한 시기 도움

중국은 운도 좋았습니다. 고비 때마다 강국들의 도움을 받았죠. 1960년대 초반 소련으로부터 1400명의 기술자를 파견받아 기초 기술을 이전받았습니다. 물론 이후 중ㆍ소 갈등이 본격화되면서 철수하긴 했지만 말입니다. 소련 붕괴때 어지러운 상황을 틈타 우크라이나에서 구입한 엔진을 연구해 강력한 차세대 로켓을 개발하기도 했죠.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후반까지는 미국의 지원도 받았습니다. 미국은 중국을 러시아의 대항마로 생각했습니다. 1988년 우주발사체 시장 진입을 허가해주는가 하면, 1995~1996년엔 잇딴 발사 실패로 고전하던 중국에게 도움을 줘 설계를 개선하도록 해주기도 했습니다. 중국은 1990년대 후반 러시아로부터 기술을 사 유인우주선ㆍ우주정거장 개발에 박차를 가해 2022년 독자 우주정거장 톈궁 가동을 눈 앞에 두고 있습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