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에 韓 콘텐츠 '호전성' 인기" 분석도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한국 드라마 '오징어 게임' 1화의 한 장면. 넷플릭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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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한국을 ‘문화계 거물(Cultural Juggernaut)’이라 부르며 콘텐츠 강국으로 자리매김한 배경을 조명했다. 문화 산업계의 발 빠른 벤치마킹과 스트리밍 환경의 변화, 대중이 공감할 만한 소재 등 다양한 요소가 맞물리면서 ‘K-콘텐츠’가 세계인의 주목을 받았다는 분석이다.
NYT는 3일(현지시간) ‘BTS에서 오징어 게임까지, 한국은 어떻게 문화계 거물이 됐나’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한국의 주력 수출품은 이제껏 자동차와 휴대폰에 한정돼 있었지만, 이제는 드라마나 음악 등 문화 콘텐츠가 전 세계 시청자들을 사로잡고 있다”고 전했다. 그 근거로 △걸그룹 ‘블랙핑크’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 등을 들었다.
또 한국 문화 상품 생산은 주요 수출품인 반도체보다 양은 적지만, 문화 콘텐츠 성공으로 가늠하기 어려울 만큼 큰 영향력을 가지게 됐다고 분석했다. 지난 9월 영국 옥스퍼드 사전이 ‘한류’ ‘K-드라마’ ‘먹방’ 등 26개의 한국어 단어를 새로 실은 점도 언급했다.
한국이 문화 강국이 된 배경으로는 해당 산업 종사자들의 빠른 벤치마킹을 꼽았다. “과거 미국이나 일본에서 제조업 기술을 배웠던 것처럼 문화 산업 종사자들이 할리우드를 포함한 여러 엔터테인먼트 강국에서 성공 공식을 배웠고, 여기에 한국만의 독특한 감성을 더했기 때문”이라는 게 신문의 판단이다.
넷플릭스처럼 지리적 경계를 허무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약진도 한몫 했다. 이전엔 아시아에서만 인기를 끌던 한국산(産) 드라마, 영화, 음악 등이 스트리밍 플랫폼을 통해 더 많은 소비자에게 전달될 수 있었다는 의미다. 영화 기생충이 지난해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은 이후 한국 콘텐츠가 세계 시청자들의 주목을 받은 점도 기여한 것으로 분석됐다.
급격한 사회변화 역시 성공의 한 요소로 꼽혔다. NYT는 “한국 콘텐츠 제작자들은 전쟁과 독재 시대, 민주화, 급격한 경제 성장 등을 거치며 대중이 무엇을 원하는지에 대한 예리한 감각을 지니고 있다”고 언급했다. 한국에서 제작한 대부분의 블록버스터는 평범한 사람들이 공감할 만한 소득 불평등이나 계급 갈등 등에 대해 다루고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불안을 느끼는 세계인들에게 한국 콘텐츠의 ‘호전성’이 먹혔을 거란 분석도 내놨다. K-열풍을 분석한 책 ‘K를 생각한다’의 저자 임명묵씨는 NYT에 “(한국 영화 등은) 좌절된 계층 상승의 욕망, 분노, 그리고 집단적 행동에 대한 동기를 다룬다”며 “많은 사람들이 집에 갇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인한 불안을 통제하려고 하면서, 한국 콘텐츠 주제들이 더 설득력 있게 다가갈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장수현 기자 jangsu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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