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 거리를 순찰 중인 탈레반 조직원. /EPA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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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을 재집권한 이슬람 무장세력 탈레반이 성소수자를 대상으로 한 살해 명단을 확보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아프간 성소수자의 망명을 돕는 인권보호단체 레인보우 레일로드 사무총장 키멀리 파월은 지난 2일(현지 시각) 프랑스24와의 인터뷰에서 “해외 인권단체가 대피시키려 한 사람들의 이름을 탈레반이 주의 깊게 살피고 있다”며 “우리는 탈레반이 성소수자를 포함한 ‘킬 리스트’(Kill List)를 작성한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슬람교도가 다수인 현지에서 동성애는 징역형에 처할 수 있는 불법으로 금기시되고 있다. 탈레반이 장악한 현재 상황은 더 공포스럽다. 이슬람 근본주의 세력인 탈레반은 샤리아(이슬람 율법)를 엄격하게 해석하면서 성소수자를 사형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1차 집권기(1996~2001년)에도 성소수자에 대한 처벌은 끔찍했다. 주로 돌로 때려죽이는 투석형이 내려졌는데, 구덩이에 성소수자들을 모아 놓고 돌무더기를 머리 위로 무너뜨려 집단 처형하는 경우도 있었다. 당시 도덕 경찰로 활동하던 ‘기도·훈도 및 권선징악부’가 부활한 탓에 강력 처벌에 대한 우려는 거세지고 있다.
파월은 탈레반 측 살해 명단이 미군 철수 과정에서 발생한 권력 공백기에 만들어졌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수도 카불 함락 직후 정보가 공유됐고 이후 탈레반의 유인책과 사칭, 협박 등을 통해 명단을 보완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지난 9월 성소수자인 아프간 남성이 도피 생활을 이어가다 탈출을 돕겠다는 탈레반 측 유인에 속아 구타와 강간을 당한 사건이 보도되기도 했다.
그는 “일부 성소수자들이 인권단체와 연결해주겠다는 누군가로부터 개인정보와 여권을 요구받았다고 말했다”며 “아프간을 빠져나가는 항공기에 타지 못한 사람들은 신원만 노출된 채 취약한 상태에 놓였다”고 말했다.
[문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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