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6 (화)

이슈 불법촬영 등 젠더 폭력

“살인죄 적용하라”…‘마포 데이트 폭력’ 유족들 법정서 오열

댓글 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조선일보

3일 JTBC '뉴스룸'이 남자친구에게 폭행당해 숨진 고(故) 황예진 씨의 폭행 당시 장면이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을 공개했다. /JTBC '뉴스룸'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서울 마포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여자친구를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30대 남성 A씨가 재판에서 자신의 혐의를 인정했다. 피해자의 유족들은 가해자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며 오열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12부(재판장 안동범)는 4일 상해치사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한 첫 공판기일을 열었다. 법정 방청석은 유족 등 재판을 지켜보려는 사람들로 가득 찼다. 재판부가 기본 신상정보를 묻는 인정신문을 진행하자 A씨는 울먹이는 등 긴장한 모습을 보였다. 방청석에서는 “안 들린다. 크게 말해라”, “뭘 잘했다고 우냐” 등 고성이 터져나왔다.

A씨는 지난 7월 25일 마포구 소재 오피스텔에서 여자친구인 고(故) 황예진(25) 씨와 말다툼을 하던 중 황씨를 수차례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의식을 잃은 황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외상성뇌저부지주막하출혈 등으로 약 3주 만인 8월 17일 숨졌다.

검찰은 “A씨는 자신과 연인 관계인 피해자 B씨(황씨)의 주거지에서 말다툼 도중 B씨를 침대 위로 밀어 넘어뜨렸다. 이후 B씨가 자리를 뜨려는 A씨를 쫓아가 머리채를 잡자 화가 난 A씨는 B씨를 벽으로 세게 밀어 몸과 머리에 강한 충격을 받게 했다”며 “B씨의 복부와 어깨 등을 10여차례 밀면서 머리 등이 유리벽에 수차례 부딪히게 했다. A씨는 B씨가 정신을 잃고 쓰러졌음에도 몸 위에 올라 타 위에서 아래로 누르는 방식 등으로 폭행했다”고 밝혔다.

이어 “A씨는 쓰러진 B씨를 내버려두고 자신의 차 열쇠를 찾아 차량으로 향하던 중 B씨가 다시 쫓아와 머리를 때리자 격분해 주먹으로 B씨를 폭행했다. 이후 주민이 나타나자 B씨를 다시 오피스텔 1층으로 데려갔고, B씨가 자신을 때릴 것처럼 행동하자 다시 벽으로 강하게 밀어낸 뒤 의식을 잃은 상태로 방치했다”고 했다.

재판이 진행되는 20여분 간 법정에서는 황씨의 유족들과 지인들이 흐느끼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A씨가 법정을 나갈 때는 “사형하라”고 외치는 이도 있었다.

A씨 측은 혐의를 인정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A씨 변호인은 “피해자 유족들한테는 구체적으로 연락 등 접근이 어려워서 못 하고 있다. 피해자 측 변호인을 통해서라도 사죄 의사를 전하려고 시도 중이다. 백번이라도 사죄할 수 있다”고 했다. 국민참여재판은 희망하지 않는다고 했다. 다음 재판은 오는 18일 오후 2시 40분에 열릴 예정이다.

이 사건은 황씨의 유족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A씨의 엄벌을 촉구하는 글을 올리면서 공분을 일으켰다. 유족은 “A씨는 운동을 즐겨하고 응급구조사 자격증이 있는 건장한 30살 청년인 반면 딸은 왜소한 체격이다. A씨는 고의가 아니었다고 주장하지만 과연 자신의 힘이 연약한 여자를 해칠 수 있었다는 것을 몰랐겠느냐”고 했다.

3일에는 방송 보도를 통해 사건 당시 상황이 담긴 CCTV 영상이 공개됐다. JTBC ‘뉴스룸’이 공개한 영상에는 A씨가 의식을 잃은 황씨를 이리저리 끌고 다니는 모습이 담겼다. A씨는 폭행 후 의식을 잃은 황씨의 상체를 두 팔로 끌어 건물 1층 엘리베이터에 탑승했다. A씨는 황씨가 살던 8층에 도착한 후 다시 1층 아래 로비 층을 눌러 황씨를 끌고 다시 내려갔다. 이 과정에서 황씨의 머리는 앞뒤로 꺾였으며, 바닥에 이마가 부딪치기도 했다. 엘리베이터 문 사이로 핏자국이 보이기도 했다.

당시 A씨는 119에 신고 했으나, 폭행 사실은 언급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신고 음성에 따르면 A씨는 “머리를 제가 옮기려다가 찧었는데 애가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기절했다”고 했다. 황씨의 모친은 “8층에 갔다가 계속 끌고 다닌다. 응급조치를 하지 않고 또 떨어뜨리고…”라며 “목을 많이 꺾어서 흔든다. 쓰러져 있는 상태에서 누른다. 거짓으로 (신고) 했기 때문에 우리 아이를 살릴 수 있는 시간을 다 놓쳐버렸다”고 했다.

[김가연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