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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7 (목)

이슈 미얀마 민주화 시위

“용서해달라”··· 컵라면 먹고간 미얀마 시민군이 남긴 편지와 지폐 2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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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미얀마 시민방위군(PDF) 소속 군인이 남긴 것으로 추정되는 편지. /레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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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시민방위군(PDF·People’s Defence Force) 소속 군인이 남긴 한 편지가 화제가 되고 있다.

1일 미국 최대 인터넷 커뮤니티 레딧에 “PDF 군인들이 집을 이용한 뒤 편지를 남겼다”라는 글과 함께 한장의 사진이 올라왔다.

사진에는 미얀마 지폐와 미얀마어로 쓰인 장문의 편지가 담겼다. 지난달 28일 작성된 이 편지는 미얀마 카야주의 수도 ‘로이코’(Loikaw)에서 활동하는 PDF 소속 군인이 남긴 것으로 보인다. 그는 “우리는 PDF다. 응급상황으로 인해 집에 잠시 머물렀다”라며 “베개와 담요는 쓴 뒤에 제자리에 돌려놓았다”라고 했다.

배고팠던 군인과 그의 일행은 집에 있던 음식물도 섭취했다. 그러나 그냥 가지 않았다. 그는 “컵라면도 몇 개 먹었고 생수와 팜유(식물성 기름의 한 종류)도 썼다”라며 “그 대가로 돈을 두고 간다”라고 전했다. 남긴 돈은 1000짯짜리 미얀마 지폐 2장. 한국 돈으로 1400원 내외다.

그러면서 “우리가 저지른 어떤 잘못이 있다면 사과드리며 용서해달라”라며 “대의를 위해 이기겠다”라고 편지를 마쳤다.

미얀마 군부로부터 보복을 우려해 익명을 부탁한 미얀마 유학생 A씨는 편지를 보고 “현지에서도 PDF가 양심 때문에 돈을 남기고 갔다는 이야기가 나왔다”라며 “2000짯이 큰돈은 아니지만, 없는 사람들에겐 큰돈”이라고 했다.

◆ “집 근처에서 총소리 들려”···미얀마 군부 보복으로 민가 160채 불태우기

PDF는 미얀마 민주진영의 임시정부인 국민통합정부(NUG)가 군부에 맞서 지난 4월 창설한 군대로 대표적인 반군부 세력 중 하나다. 앞서 2월 미얀마 군부는 지난해 치러진 총선이 부정선거라고 주장하며 쿠데타를 일으켰다.

이에 A씨는 군부와 반군부 세력 간 무력 충돌이 이어진다며 “가족들은 미얀마에 있지만 도심에 살아 자주 연락하고 지낸다. 최근에도 집 근처에서 자주 총소리가 들린다고 들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쿠데타에 맞서 많은 사람이 시위하고, 죽고 있다”라며 “주로 청년분들이 많이 전사한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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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미얀바 서부 친주에 있는 도시 '탄틀랑'. 현지 매체 보도에 따르면 미얀부 군부 소속 군인이 보복 차원에서 공격해 160채가량의 집이 불탔다.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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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군부 쿠데타 발생 9개월째인 미얀마는 점차 민간인 피해 사례가 늘고 있다. 29일(현지시각) 현지매체 미얀마나우는 미얀마 군부 측이 서부 친주의 소도시 ‘딴틀랑’을 폭격한 뒤 군인들이 진입해 불을 질러 민가 160채가량이 탔다고 보도했다. 이날 공격은 반군부 세력 중 하나인 ‘친주 시민방위군’(CDF)에 미얀마 군부 소속 군인이 한 명 사망하자 보복 차원에서 감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송주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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