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 땅… 오늘의 판결]
30년 동안 무사고 운전을 해오다 대리운전 기사를 부르는 과정에서 5m가량 음주 운전을 한 혐의로 택시 면허가 취소된 택시 기사에 대해 최근 1심 법원이 “면허 취소 처분을 취소하라”고 판단하며 판결문에 적은 문구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재판장 강우찬)는 택시 기사 A 씨가 서울시장을 상대로 “개인택시 운송사업면허를 취소한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최근 A씨 승소로 판결했다고 1일 밝혔다.
A씨는 작년 4월 술을 마신 뒤 인적이 드문 산기슭의 한 주차장에서 대리운전 기사를 호출했다. 당시 그의 혈중알코올농도는 운전면허 취소 수준인 0.205%였다. 콜센터 직원이 “위치가 확인되지 않는다”고 하자 A씨는 GPS 위치 수신을 원활히 하기 위해 주차장에서 인근 도로로 5m가량을 운전했다. 이게 적발돼 그의 운전면허와 택시면허가 차례로 취소됐고, 그는 택시면허 취소 처분이 가혹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A씨 손을 들어주며 그가 30년간 무사고 운전을 해온 점 등을 고려할 때 면허 취소 처분으로 달성될 공익에 비해 그로 인해 생기는 피해가 과도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의 한순간의 실수는 공동체가 관용할 여지가 큰 것으로 향후 그 공익 침해 여지는 매우 희박한 반면, 면허 취소로 인해 A씨는 생계 수단을 박탈당하게 되므로 한 사람의 인생에 미치는 영향은 심대하다”며 “면허 취소는 가혹한 것으로 재량권 남용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입법자가 (사안에 따라 면허 취소 여부를 판단하는) 재량 규정을 통해 법에 눈물과 온기를 불어넣은 이유는 법의 일률성으로 눈물을 흘리게 될 누군가에게 기회를 부여할 수 있게 하려는 게 아닐까 한다”고 밝혔다.
[권순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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