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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항서의 한일전…월드컵 이변은 계속된다 [신짜오 베트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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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베트남 축구대표팀이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아시안게임 준결승에서 한국에 1대3으로 패한 직후 수도 하노이 거리에 베트남 국기를 든 축구팬들이 몰려나와 박항서 감독과 선수들을 격려하고 있다./사진=E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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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짜오 베트남-165] 혹시 독자 여러분들은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축구대표팀 활약을 기억하시나요. 당시 '의리 발탁' 논란에 휘말렸던 황의조가 팀을 하드캐리하는 '빛의조'로 부상하며 득점왕을 차지하고 한국을 우승으로 이끌었죠. 손흥민 선수는 아시안게임 우승으로 병역 면제 혜택을 받기도 했습니다.

당시 한국 대표팀은 4강에서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팀을 만나 3대 1로 이기고 결승에 올라갔습니다.

그런데 이 당시 박항서가 이끄는 베트남팀이 예선에서 일본을 1대 0으로 이긴 사실은 많은 분들 기억 속에서 지워졌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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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하노이 미딘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아세안축구연맹(AFF) 스즈키컵 결승 2차전에서 베트남을 최종 우승으로 이끈 박항서 감독과 응우옌쑤언푹 베트남 총리(왼쪽 둘째)가 우승컵을 들어올리고 있다./사진=AP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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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항서 매직'이 천지를 뒤흔든 이 시기 베트남은 전반 3분 왼발의 마법사 '응우옌 꽝하이'의 벼락같은 선제골로 리드를 잡은 뒤 경기 종류 휘슬이 울릴 때까지 리드를 놓지 않았습니다.

베트남은 일본과의 경기에서 승리하며 조 1위로 예선을 마무리하고 바레인과 시리아를 잡은 뒤 4강에서 한국을 만났죠.

물론 당시 일본은 미래 준비를 위해 21세 이하의 어린 선수들로만 선수단을 꾸려 베스트 전력은 아니었습니다. 와일드카드도 뽑지 않았죠. 그러나 일본은 베트남에 일격을 당한 뒤 전열을 정비해 결국 결승까지 올라와 한국과 일전을 치렀습니다.

당시 한국은 결승에서 연장 접전 끝에 일본을 2대 1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최고의 전력을 자랑하던 한국을 끝까지 물고 늘어졌을 정도로 당시 일본팀 실력이 뛰어났다는 뜻입니다. 이런 일본을 1대0으로 격침한 박항서의 리더십이 엄청났다는 뜻이죠.

그런 박항서가 오랜만에 또 일본을 만납니다. 다음달 11일 빼빼로데이에 열리는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일본과 만나 운명의 일전을 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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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자벨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G조 최종전 베트남과 아랍에미리트의 경기에서 베트남 응우옌 틴엔린이 첫 번째 골을 넣고 있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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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게임은 두 팀 모두에 절박한 한 판이 될 예정입니다. 박항서의 베트남은 지금까지 치른 4번의 경기에서 모두 패해 4연패 수렁에 빠져있습니다. 일본은 4번의 경기에서 무려 2번이나 지며 2승 2패 승점 6점으로 오만에 이어 조 4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이대로라면 월드컵 티켓을 놓칠 판입니다.

나머지 경기에서 전승에 가까운 성적을 올려야 조 2위로 월드컵 무대에 올라갈 수 있습니다. 3위를 하면 플레이오프에 나가지만 가시밭길입니다. 아시아 최종예선 다른 조 3위와 싸워 이겨야 하고 이걸 통과해도 대륙 간 플레이오프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아시아, 남미, 북중미, 오세아니아주에서 대륙 간 플레이오프에 출전할 팀이 결정됩니다. 예를 들어 남미예선에서는 에콰도르, 우루과이, 콜롬비아, 파라과이가 3위부터 6위를 기록 중인데 어느 팀 하나 만만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2014년에는 아시아의 요르단이 대륙간 플레이오프를 나갔는데 남미의 강자 우루과이를 만나 대패하며 월드컵 티켓을 놓쳤지요. 따라서 일본은 월드컵을 위해서라면 최하위 베트남을 상대로 승리는 물론 다득점을 노려야 합니다.

하지만 박항서 감독 입장에서 일본과 만남은 또 다른 '한일전'입니다. 늘 조국에 대한 사랑을 강조하는 그가 베트남 대표팀을 이끌고 있다 해서 마음이 달라질 리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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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야스 하지메 일본 축구대표팀 감독/사진=연합뉴스


모리야스 하지메 일본팀 감독 역시 잔뜩 경계하는 모습입니다. 그는 최근 인터뷰를 통해 "베트남은 강인한 축구를 구사한다. 베트남 선수들은 전반적으로 승부욕이 강하고 투지도 돋보인다. 베트남 경기 스타일은 한국 대표팀과 비슷한 점이 많다"고 말했습니다. 일본 감독 역시 베트남을 이끄는 한국인 박항서를 의식하고 있는 것입니다.

마침 11월부터는 베트남이 홈어드밴티지를 누릴 수 있는 길도 열렸습니다. 최근 베트남축구협회는 '11월 베트남 하노이 마이딘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일본 그리고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B조 5·6차전에 경기장 수용 인원의 30%인 1만2000명의 관중을 입장시킬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지금까지 무관중 체제로 홈경기 프리미엄을 누리지 못했던 베트남 입장에서는 너무나 반가운 뉴스입니다. 축구에 열광하는 베트남 특성상, 그리고 오랜만에 제대로 놀아볼 장소를 찾았다는 측면에서 이날 베트남 관중의 응원은 전례없이 뜨거울 전망입니다.

그리고 만약에 박항서 감독이 일본을 상대로 무승부로 승점을 따내거나, 아니면 혹시라도 승리하게 된다면 일본의 월드컵행을 좌절시키는 대형 이벤트를 기획하는 게 됩니다. 지난 월드컵에서 한국이 16강에는 못 나갔지만 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독일을 2대0으로 잡으며 역사를 쓴 것처럼 말이죠.

일본 축구 국가대표팀은 1998년에서 2018년까지 6회 연속으로 월드컵 본선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6회 연속 본선 진출 기록은 아시아 팀으로선 대한민국에 이어 2번째로 긴 기록입니다.

박항서 감독이 일본의 운명이 달린 결정적인 경기에서 염원하던 첫 승점을 따낼 수 있을까요. 한국인의 입장에서 베트남 팀의 전력이 궁금한 이유입니다.

하노이드리머(홍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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