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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남아프리카공화국 폭동

남아공 지방선거 사흘앞 …집권 ANC 득표 과반 미달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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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년 단독 집권 끝 첫 연정 가능성도 …정전·물부족·실업 이슈

연합뉴스

남아공 수도 프리토리아 전경
(프리토리아=연합뉴스) 김성진 특파원 = 지방선거를 사흘 앞둔 29일(현지시각) 남아프리카공화국 수도 프리토리아에 보라색 자카란다꽃이 곳곳에 피어 있다. 2021.10.29 sungjin@yna.co.kr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김성진 특파원 = 11월 1일 치러지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지방선거가 사흘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선거에서 가장 큰 관전 포인트는 지난 27년간 집권한 아프리카민족회의(ANC)가 과연 과반 달성을 유지할 수 있느냐다.

29일 현지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ANC가 처음으로 50% 미만의 득표를 할 수 있다는 '빨간불'이 들어왔다.

이에 따라 벌써 제1야당인 민주동맹(DA)과 사상 첫 연정 가능성도 모락모락 나오고 있다.

이번 선거는 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상황에서 처음으로 치르는 전국단위 선거다.

남아공은 록다운(봉쇄령) 영향으로 역대 최고인 34.4%의 실업률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 7월에는 부패 혐의를 받는 제이콥 주마 전 대통령의 수감을 계기로 촉발된 폭동이 대대적인 약탈로 번지면서 경제에 더 심각한 타격을 안기고 빈부 양극화의 어두운 민낯을 그대로 드러냈다.

선거를 며칠 앞두고는 순환정전이 악화했다. 그러잖아도 물 부족과 하수도 미비 등 기본 서비스 공급난에 시달리고 있는 남아공인들을 더욱 화나게 했다.

이러한 요인들이 자유투사 넬슨 만델라의 정당인 ANC 지지율이 타격을 입는 데 일조했다. 일간 비즈니스데이는 정전사태가 정당간 득표 판세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했다.

상황의 심각성을 고려해서인지 ANC 당 대표인 시릴 라마포사 대통령도 직접 전국의 작은 도시들까지 돌며 지원 유세를 벌였다. 남아공은 기본적으로 대통령제지만 준(準) 의원내각제의 성격을 가미해 대통령도 당 대표자격으로 직접 선거 캠페인에 뛰어든다.

지난 2016년 지방선거 당시 ANC는 처음으로 수도권 양대 도시인 요하네스버그 및 츠와네(프리토리아)와 지방 거점 넬슨만델라베이 등 세 곳을 야당에 내줬다.

당시 ANC 득표율은 54%로 역대 최저였는데 이번에 과반에도 턱걸이를 못 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것이다.

연합뉴스

남아공 프리토리아의 지방선거 입후보자 포스터
(프리토리아=연합뉴스) 김성진 특파원 = 29일(현지시각) 남아공 수도 프리토리아에서 지방선거 입후보자 포스터가 가로등에 수직으로 붙어 있다. 2021.10.29 sungjin@yna.co.kr


DA는 ANC에서 갈라져 나온 급진 좌파 경제자유전사(EFF)와 정책 연대를 했으나 지난 5년간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서로 사이가 틀어졌다.

2000년 소수백인 정당 3곳을 통합해 출범한 DA는 중산층 백인 위주 지지기반이나 시장경제와 친기업 성향으로 외연을 어느 정도 확대했다.

그러나 최근 인도계와 흑인계 갈등을 부추기는 포스터를 붙여 논란을 일으키는 등 '헛발질'로 ANC 대안 세력이라는 충분한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DA는 도리어 ANC와 연대를 물밑에서 모색하면서 최근 양대정당 정치에 신물이 난 유권자들이 무소속 후보들을 밀려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보도전문채널 eNCA는 이번 투표가 무소속의 날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무소속은 지방의회·시장 등 전체 후보군 6만 명 가운데 1천700명으로 기록적인 규모다. 기존 ANC나 DA에 몸을 담았다가 뛰쳐나온 인물들이다.

이번 선거의 유권자로 등록한 사람은 약 6천만 인구 가운데 2천620만 명이다. 그러나 젊은 층을 중심으로 1천300만 명 정도의 유권자가 아예 등록조차 하지 않았다.

ANC나 DA를 찍어도 별다른 생활의 변화가 없자 정치 무관심으로 돌아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청년 변화를 추구하는 단체인 '액티베이트!'의 테보고 수핑 전무는 일간 더스타 기고문에서 "젊은이들은 무관심한 것이 아니라 절망한 것"이라면서 이들에 대해 투표의 중요성을 설득하고 뭔가 하지 않으면 대규모 약탈 광풍이 다시 몰아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sung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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