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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바람을 폈다(?)

중앙일보 김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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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바람을 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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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와 바람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본인은 물론 상대방에게도 해를 입히거나 상처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하나 공통점은 ‘피우다’는 단어와 자주 어울려 쓰인다는 것이다. “담배를 피우고 있다” “바람을 피웠다” 등처럼 두 단어 모두 ‘피우다’와 결합해 사용된다.

 그러나 많은 사람이 “담배를 피고 있다” “바람을 폈다” 등처럼 ‘피우다’가 아닌 ‘피다’는 말을 쓰곤 한다. ‘피다’는 동작이나 작용이 주어에만 미치는 동사, 즉 자동사다. 따라서 목적어를 취할 수 없다. “꽃이(주어) 피다”는 자연스럽지만 “꽃을(목적어) 피다”는 부자연스러운 까닭이다.

 ‘담배’와 ‘바람’이 ‘피다’와 함께 쓰이려면 “담배가 피다” “바람이 피다”와 같이 ‘담배’와 ‘바람’을 주어로 한 문장이 성립해야 하나 그렇지 못하다.

 이처럼 ‘피다’는 목적어와 함께 쓰일 수 없으므로 “게으름을 피다” “거드름을 피다”도 성립하지 않는다. “게으름을 피우다” “거드름을 피우다”고 해야 한다. “딴청을 피다” “고집을 피다”도 마찬가지로 ‘피우다’를 써야 바르다.

 ‘피우다’와 ‘피다’는 활용형도 다르므로 주의해야 한다. ‘피다’는 ‘피고’ ‘폈다’로, ‘피우다’는 ‘피우고’ ‘피웠다’로 활용된다. “어리광을 피고 말았다” “소란을 폈다”는 각각 “어리광을 피우고 말았다” “소란을 피웠다”로 고쳐야 한다.

 “담배를[바람을] 피우다”가 아닌 “담배를[바람을] 피다”는 말이 흔히 쓰이는 것은 ‘피다’가 ‘피우다’의 준말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피우다’의 준말로 ‘피다’가 인정되지 않으므로 ‘피우다’를 써야 할 자리에 ‘피다’를 사용해선 안 된다.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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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정 기자의 블로그 http://blog.joinsmsn.com/nomadic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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