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철 감독 "다시 원점으로, 그리고 초심으로 돌아가야"
지시하는 신영철 감독 |
(서울=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단순히 '슬로 스타터'라고 치부하기에는 남자 프로배구 우리카드의 시즌 초반 부진이 예사롭지 않다.
올 시즌 우승 후보 1순위로 꼽힌 우리카드는 개막 이래 3연패를 당해 최하위인 7위로 밀렸다.
승점은 개막 후 두 번째 경기인 OK금융그룹전에서 세트 스코어 2-3으로 패할 때 따낸 1점이 전부다.
지난 24일 홈 개막전에서는 토종 선수들로만 구성된 현대캐피탈에 역전패를 당하며 자존심을 구겼다.
우리카드는 지난 시즌에도 개막 초반 3연패를 당했다. 당시는 일종의 과도기였다.
외국인 선수가 알렉산드리 페헤이라(등록명 알렉스)로 교체되고 세터(하승우)와 레프트(류윤식)까지 바뀌는 등 주전들이 싹 물갈이된 상황에서 시즌을 맞았다.
팀이 제 자리를 잡는 데 시간이 필요했다. 진통 끝에 본궤도에 오른 뒤에는 순탄했다. 우리카드는 지난 시즌 정규리그와 챔피언결정전에서 모두 준우승했다.
우리카드는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로 지목됐다.
지난 시즌 통합 우승팀인 대한항공은 정지석이 개인사 문제로 빠지는 등 전력 누수가 있는데 반해 우리카드는 2위 전력을 고스란히 유지했기 때문이다.
신영철 감독이 우리카드 사령탑으로서 4번째 시즌을 맞으면서 무르익은 조직력을 보여줄 것이라는 기대감도 컸다.
지난 8월 컵대회에서 우승하면서 이러한 전망은 현실이 되는 듯했지만 막상 V리그 정규시즌이 시작되자 우리카드는 연승이 아닌 연패의 길로 직행했다.
알렉스 '내게 맡겨' |
신 감독도 당혹스러워했다.
그는 "3연패는 당황스럽다"며 "가장 기본적인 것부터 안 되는 것 같다. 감독의 책임"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다시 원점으로, 그리고 초심으로 돌아가서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가장 큰 문제는 세터 하승우가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다.
알렉스는 포르투갈 대표팀 일정을 소화하느라 팀 합류가 늦었다. 게다가 중간에 손가락 부상까지 있어 하승우와 손발을 맞출 시간이 부족했다.
그렇다고는 해도 지난 시즌 함께한 시간이 있었기에 큰 걱정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하승우와 알렉스의 호흡은 시즌 초반 계속해서 어긋나고 있다.
속공 타이밍까지 잘 맞지 않으면서 속공도 많이 쓰지 못하고 있다.
신 감독은 이에 대해 "코트 안에서 주인공이 너무 많은 것 같다. 옆에서 여러 이야기를 하니 혼란이 오는 것 같다"며 "경기를 하면서 자기 페이스대로 가야 하는데 주위에 의해서 끌려가는 배구를 하는 것 같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신 감독은 부진의 원인으로 특정 선수를 꼽기보다는 팀 전체에 책임을 물었다.
그는 "경기의 흐름을 읽을 줄 알아야 한다. 상대가 밀어서 때리고 있는데, 우리 수비는 안으로 들어와 버린다"며 "코트 안의 상황을 보고 빨리 움직여야 한다"고 짚었다.
신 감독은 "선수단과의 미팅을 통해서 문제점을 개선하겠다. 나 자신부터 돌아보겠다"며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 준비를 잘하겠다"고 강조했다.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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