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버 성희롱' 폭로한 수전 파울러의 삶
'휘슬 블로어'(쌤앤파커스)는 미투 운동을 촉발한 파울러의 삶을 담은 책이다. 가난하게 태어나 성공하기 위해 노력한 한 여성의 분투기이자, 성차별·성폭력과 맞서 싸워온 한 여성의 투쟁기이기도 하다.
저자는 미국 애리조나주의 한 시골 마을에서 자랐다. 집은 가난했다. 목사였던 아버지는 늘 부업을 찾아다녀야만 했다. 그러나 소녀는 가난 때문에 삶을 포기할 순 없었다.
"남서부 농촌 청소년 대다수의 인생과 같은 방향으로 가게 될까 봐 두려웠다. 약물, 실업, 그리고 트레일러 촌으로 귀결되는 경로 말이다."
저자는 더 나은 삶을 위해 어린 시절부터 싸웠고, 죽어라 공부해서 펜실베이니아대학에 편입했다. 하지만 대부분 부유한 집안 출신이 장악한 그곳은 그의 도전을 반기지 않았고, 기회도 쉽게 허락되지 않았다.
파울러는 물리학자가 되겠다는 꿈을 뒤로한 채 실리콘밸리의 한 스타트업에 취직했다. 사람들이 선호하는 기업이었지만, 그곳은 정글과 같았다. "홉스적"이라고 묘사되는 학대적 경쟁 구도 속에 모든 일이 남성 중심적으로 이뤄졌다. 성차별과 인종 차별, 상사의 학대가 지속되는 가스라이팅이 만연했다.
"유대인이라서, 여성이라서, 성적 지향 때문에, 사회적 계층 때문에, 나를 싫어하고 부당하게 대우하는 사람들을 익숙해질 정도로 많이 겪었다…(중략) 십 대 시절에는 가난에서만 벗어나면, 충분히 열심히 일하고 공부해 '근사한 고소득 직업'을 얻으면, 다시는 그런 대우를 견디지 않아도 될 줄 알았다."
저자는 성공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자신의 배경을 숨겼다. 유대인이라는 배경을 드러내지 않았고, 트레일러 촌에서 왔다는 것을 감추었으며 문신을 숨기고 주변에 잘 적응하기 위해 매너와 교양에 대한 책도 열심히 읽었다. 그러나 아무리 노력해도 숨길 수 없는 것이 있었다.
"내가 여성이라는 사실은 어떻게 숨길 수 있는가?"
저자는 우버에서 근무한 첫날부터 노골적인 성희롱을 받았다. 회사에 신고했으나 사측은 사건을 은폐하기에 바빴다. 어린 시절부터 차별을 받았던 그는 제도권에서 구제받을 방안이 더는 없다고 판단했다. 그는 SNS에 글을 올렸고, 사건은 일파만파로 번졌다.
우버는 파울러와 관련한 문서를 파기하기 시작했다. 우버에 근무하는 친구들도 파울러와의 관계를 끊었다. 하지만 삶은 계속됐다. 저자는 아이를 낳았고, 작가이자 편집자라는 새로운 일도 시작했다.
파울러는 책 서두에 쓴 '나의 딸에게'라는 글에서 이렇게 밝힌다.
"네가 커서 이 책을 읽을 수 있게 될 무렵이면 여기에 묘사된 세상이 완전히 낯설고 이상해 보이길 바란다. 너와 너희 세대 여성들이 살아갈 세상은 괴롭힘, 차별, 보복의 두려움 없이 꿈을 좇을 수 있는 세상이길 바란다. 꿈이 충분히 크지 않은 것 말고는 네가 두려워해야 할 일이 없는 세상이길 바란다."
김승진 옮김. 308쪽. 1만7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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