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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이슈 일본 신임 총리 기시다 후미오

'힘 잃은 円'...日기시다 내각 '급격한 엔저 리스크'에 골치 [도쿄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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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당 엔화가치 9월 109엔→10월 114엔
한 달간 급락...美금리 인상 전망만 나오면 '휘청'
아베노믹스, 장기 엔저 유도 정책의 부작용
고유가 사태와 겹쳐, 기업 채산성 악화


파이낸셜뉴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 14일 일본 도쿄 지요다구 총리 관저에서 기자회견을 하면서,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로이터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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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조은효 특파원】 일본 기시다 후미오 내각이 정권 출범과 동시에 가속화된 '엔저 리스크'로 곤혹스러운 표정이다.

보통, 엔화 가치가 하락하면 수출기업엔 호재 즉 '좋은 엔저'로 작용하지만, 이번엔 타이밍이 나쁘다. 고유가 사태로 원자재 수입 물가 상승, 기업 채산성 악화, 소비자 부담 확대 등으로 엔저가 달갑지 않은 상황이다. 여기에 미일간 금리차 확대, 자금 이탈, 일본의 재정 악화까지 더해지면서, 엔저가 일본 경제 펀데멘털 우려를 상징하는 재료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붙은 게 '나쁜 엔저'라는 딱지다.

20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1달러당 엔화 가치는 장중(오전 9시35분) 114.68엔까지 하락하면서, 3년 11개월만에 최저치를 찍었다.

엔·달러 환율은 지난 달 중순까지만 해도 달러당 109엔대를 형성했었다. 불과 한 달 만에 달러당 5엔이나 낙하한 것이다. JP모건, 모건스탠리, 노무라증권 등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의 단기 전망(3개월~6개월간, 109~111엔)을 뛰어넘는 급격한 하락이다. 달러당 114엔 중반 대가 되는 것도 미국 금리 인상 등의 재료가 섞이는 1년 뒤의 얘기라는 시각이 많았으나, 최근의 엔 가치 하락은 발작을 일으키듯 진행됐다. 지난달 22일 미국 금융완화 축소 결정이 임박해졌다는 견해가 시장에 확산됐던 게 직접적 계기가 됐다는 분석이 많다.

파이낸셜뉴스

일본의 최고액권인 1만엔권 지폐. 로이터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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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 급등과 동시에 급격히 진행되고 있어, 일본 통화당국과 기업의 방어가 한층 어려운 상황이다. 원자재 등의 수입 가격 상승을 제품 판매가격에 즉각 반영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기업의 채산성이 나빠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수출 물가 뿐만 아니라 내수용 소비재 가격 인상도 쉽지 않다. 이제 막 코로나19사태의 터널에서 빠져나와, 소비 회복에 전력을 다해야 하는 상황에 가격인상은 찬물을 끼얹는 것이나 다름없다.

전반적으로 '엔 약세, 수출확대, 주가 상승'을 골자로 한 아베노믹스는 최근 자취를 감추고, 엔저 리스크 장기화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증가한 모습이다. 돈을 찍어 인위적으로 엔저를 유도했지만, 결국 엔이 힘을 잃어갈 것이란 경고도 잇따르고 있다. 미일 간 금리 인상 시차가 벌어질 수록, 엔화 약세는 더욱 심화될 밖에 없다.

미쓰비시 UFJ 은행의 우치다 미노루 수석 애널리스트는 최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국민의 미래 불안을 덜어주고, 소비를 장려하는 경제 대책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만성적인 재정적자가 중장기적으로 엔화 약세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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