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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이슈 [연재] 연합뉴스 '천병혁의 야구세상'

[천병혁의 야구세상] '쿠바 특급' 미란다가 소환한 '1984 최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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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1984년 한국시리즈 7차전에서 완투승을 거둔 최동원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천병혁 기자 = 올 시즌 프로야구 최고 투수는 두산 베어스의 외국인 에이스 아리엘 미란다(31)다.

두산이 비교적 헐값인 총액 80만달러에 영입한 쿠바 출신 미란다는 19일 경기까지 14승 5패, 평균자책점 2.29, 탈삼진 221개 등으로 각종 지표에서 두드러진 활약을 펼치고 있다.

다승은 공동 3위이지만 평균자책점과 탈삼진은 단독 1위이고 퀄리티스타트(21회), 피안타율(0.212) 등도 가장 뛰어나다.

투수 부문 골든글러브가 확실한 것은 물론 최우수선수(MVP)로 뽑힐 가능성도 높다.

미란다의 각종 기록 중에서 가장 관심 끄는 부문은 시즌 최다 탈삼진이다.

그는 8차례나 한 경기 10탈삼진 이상을 뽑는 등 최고의 '닥터 K'로 자리 잡았다.

한 시즌 최다 탈삼진 KBO리그 역대 최고 기록은 1984년 최동원(당시 롯데 자이언츠)이 세운 223탈삼진이다.

현재 미란다의 221탈삼진은 1996년 주형광(당시 롯데)이 세운 역대 2위와 타이다.

남은 시즌 2경기까지 선발 등판이 가능한 미란다는 최동원의 벽을 넘어 KBO리그에 새 기록을 세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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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베어스 에이스 아리엘 미란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그러나 올 시즌 미란다와 37년 전 최동원의 세부 투구 내용에는 다소 차이가 있다.

미란다는 선발투수로만 27경기에 등판해 169⅓이닝을 던졌다.

반면 최동원은 선발로 20경기, 불펜으로도 31경기나 출전해 총 51경기에서 무려 284⅔이닝을 던졌다.

최동원의 1984시즌 최종 성적은 27승 13패 6세이브, 평균자책점 2.40이다.

지금 KBO리그는 팀당 144경기를 치르지만, 당시는 100경기에 불과했다.

상상할 수도 없는 '혹사'였다.

물론 직전 연도인 1983년에는 일본프로야구 선수 출신 재일교포 장명부(삼미 슈퍼스타즈)가 자그마치 60경기에 등판해 30승 16패 6세이브를 수확하기도 했다.

초창기 한국과 일본프로야구 수준 차이는 '하늘과 땅'만큼 벌어졌다.

그 점을 차치하더라도 최동원의 성적이 장명부에게 별로 뒤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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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기 시절의 최동원
[연합뉴스 자료사진]


무엇보다 최동원의 위대함은 '가을야구'에 확연히 남아 있다.

그해 10월 최동원은 삼성 라이온즈와 한국시리즈에서 5경기에 등판해 4승 1패를 기록하며 롯데에 첫 우승을 안겼다.

KBO리그 40년 동안 한국시리즈에서 혼자 4승을 올린 투수는 최동원이 유일하다.

일본에서는 1958년 이나오 가즈히사(니시데쓰 라이온즈)와 1959년 스기우라 다다시(낭카이 호크스)가 재팬시리즈에서 4승을 올린 적이 있다.

하지만 미국프로야구 월드시리즈에서는 아직 4승 투수가 나오지 않았다.

'무쇠 팔'로 불렸던 최동원의 1984년 한국시리즈가 더욱 놀라운 것은 불과 열흘 사이에 5차례나 등판했다는 것이다.

그해 9월 30일 열린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최동원은 4-0 완봉승을 거뒀다.

10월 1일 열린 2차전은 김일융을 내세운 삼성이 8-2로 이겼다.

최동원은 이틀 쉬고 3일 열린 3차전에서 9회까지 삼진 12개를 뽑으며 3-2로 완투승했다.

4차전에서는 삼성이 다시 7-0으로 이기자 최동원은 6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5차전에 선발 등판했으나 8이닝 동안 3실점(2자책) 해 2-3으로 완투패 했다.

그렇지만 최동원은 다음날 6차전에서 5회 구원 등판해 5이닝을 던지며 3안타 무실점으로 막아 6-1로 팀 승리를 이끌고 구원승을 추가했다.

그리고 이틀 뒤인 10월 9일 열린 최종 7차전에서 9이닝 동안 4실점 했으나 유두열의 역전 홈런 등에 힘입어 6-4로 완투승을 거뒀다.

한국 야구사에 영원히 남을 최동원의 1984년 한국시리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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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주기 추모행사에 참석한 최동원 모친 김정자 여사
[연합뉴스 자료사진]


지난 9월 14일은 최동원의 10주기였다.

올 가을야구에서는 최동원을 그리워하는 올드팬들이 더욱 많을 것으로 보인다.

shoeles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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